지난 22일, 오류고등학교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강연회에 정영신씨가 초청되었다.
오류고등학교의 미술교사인 화가 이운구선생의 요청에 의한 강의였는데,
매년 한 차례씩 문화예술인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그날 강의는 정영신씨가 초청되었지만, 마음은 동자동에 사는 내가 더 바빴다.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리는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당시 까까머리 남학생의 입장으로서는 여고가 선망의 궁전이 아니었던가.




오류고등학교에 도착하여 이운구선생의 안내로 교장실에 들려 차 한 잔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임국택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박인옥 교감, 박찬희 행정실장 등 몇몇 선생님과 인사 나누며 이야기를 들었는데,
소탈한 인상처럼, 후덕한 교장선생님의 소박한 꿈에 존경감이 일었다

.



얼마 후 정년퇴임하면 양평 방면에 거처를 두고 변두리 시골장터에서 장사 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유명 예술인을 제쳐 두고, 정영신씨의 ‘전국5일 장터이야기, 그들의 삶과 애환’이란 주제의 강연회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사실상, 기계처럼 인성이 메말라가는 학생들에게 아주 적절한 강의로 여겨졌다.




시간이 되어 강의 장소인 오류고등학교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영신씨는 여러 차례 강연에 다닌 경험이 있어 별 다른 걱정은 안 했으나,
그 많은 장터이야기중 무엇을 들려줄지 궁금했는데, 정해진 시간이 너무 짧을 것 같았다.




강의실에는 2-3백여명의 여학생들이 모여있었는데, 부산하기 짝이 없었다.
다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끼리끼리 나누는 웅성거림이 마치 난장 같았다.
마침, 그 날이 대학 시험 발표 날이라는데,
오류고 재학생 중에 서울대학교에 세 명의 학생이 합격해, 모두들 마음이 들떠 있는 것 같았다.




강의가 시작되었으나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낯 선 장터이야기는 관심 밖이었다.
요즘의 교육현장을 처음 지켜보는 터라 참담함이 일었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에 빠진 청소년들의 현실을 지켜보며, 일선에서 일하는 선생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앞 서 보낸 PDF의 한글 자막이 알 수없는 기호로 나타났다.
잘 아는 사안이라 강의는 진행할 수 있었으나,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아 강사가 버벅댔다.
강의하는 정영신씨도 난처했지만, 나 역시 좌불안석이었다.




학생들의 관심을 모우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으로 유도했으나, 잘 먹히지 않았다.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줄 장터사진집까지 챙겼으나, 다들 빨리 끝날 시간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렵사리 강의는 마쳤지만, 얼마나 마음 조려 지켜보았는지, 기록사진 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강의하는 사진은 한 장 찍었으나, 그마저 초점이 빗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이운구 선생으로부터 힘든 교육현실을 들었는데, 오늘은 그중 양호한 편이란다.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듣는 학생들도 많았으나, 일부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파묻힌 것 같았다.
뒤늦게 정영신씨의 ‘한국의 장터’ 블로그에 올라 온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학생들의 댓글에 위안은 가졌으나,
학생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강사의 책임도 따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강한 리드 쉽을 사전에 익히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무엇하랴!
명강사가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6월22일은 정기 장날과 일요일이 겹쳐 많은 관광객들이 정선아리랑시장을 찾았다.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통행에 불편을 느낄 것 같지만, 그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이 급하면 짜증부터 나지만, 느긋하게 찬찬히 돌다보면 오히려 사람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연세가 지긋한 분에서부터 젊은이, 그리고 어린이 까지 찾는 층이 다양해 모두 가족 같다.


곤드레, 곰취, 더덕, 황기 같은 살 것 도 많지만, 배를 채울 음식들도 다양하다.
평소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정선향토음식들이 단연 인기다.
곤드레밥에서 부터 콧등치기,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올챙이국수, 묵밥 등 이름도 별난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 항상 “뭘 먹을까?” 망설여진다.


‘문화장터’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축제장이다.
정선아리랑 소리공연과 민속놀이, 떡메치기 등은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공연이나 놀이들이 바뀌어 가며 열린다.

지난 22일은 강릉에서 온 청소년 퓨젼 난타팀 ‘단’의 난타공연이 펼쳐졌는데,
그들의 신명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이 팀의 공연을 작년에도 본 적이 있지만, 그 신바람이 대단했다.
사물놀이 장단에 관객들이 몰려나와 함께 어울리는 춤판이 벌어졌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앵콜 공연도 몇 차례나 이어졌다. 


그리고 이 날은 오래 전 세계복싱 챔피언이었던 박찬희씨가 나와 노래도 부르고,
주먹도 날렸는데, 빠른 몸놀림은 여전하였다.
그가 정선아리랑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드린 인사말 또한 세계 챔피언다운 인사말이었다.


“올 해는 우리나라 최고 시장에서 세계 최고 시장으로 발전시켜, 외국인들이 몰려오는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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