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월곶면의 살림집에 들어앉은 별난 전시장 '민예사랑'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지난 5월20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초대전은 도예가 변승훈씨와 서양화가 최선호씨의 '빙빙유람'전 이었다.

 

'민예사랑'은 꽃 피는 오월을 맞아 일 년에 한 차례만 전시를 연다는데, 올 해로 벌써 열세 번째 전시라고 한다.

 

동양화가 출신의 서양화가 최선호씨와 섬유미술가 출신의 도예가 변승훈씨는 전공을 바꾸어

또 다른 세계를 개척한 이력이 서로 엇비슷하다.

 

 

추상화 중 추상화인 미니멀리즘으로 무장한 화가 최선호씨는 한국의 색을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졌는데,

단색으로 이루어진 시적 느낌의 추상화가 매우 인상깊었다.

 

 

변승훈씨는 분청사기기법을 현대화한 부조작업으로 도자벽화 등 여러 가지 설치작품들을 만든 실험적인

성향의 작가인데, 덤벙기법으로 제작된 그의 분청그릇들은 자유분방한 멋을 한 껏 풍기고 있었다.

 

 

실내에는 품격있는 조선의 고가구 사이사이로 단색의 그림과 분청 그릇의 정겨운 질감이 오밀 조밀 전시되어 있었고,

정원에는 돌확과 장대석, 동자석등 몇 백 년은 됨직한 갖가지 골동들이 토종 나무들과 어울려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양화가 문영태씨의 아내 장재순씨는 인사동에서 30여 년 동안 '민예사랑'이란 앤티크숍을 운영해 온 골동전문가지만

이렇게 훌륭한 생활공간을 갖추고 오순도순 사는지는 미처 몰랐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보여주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라 두 부부의 생활이라는 점이다.

작품이나 생활 용품 모두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절하게 배치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었다.

 

문영태씨는 내가 동강생태환경 기록하려 정선 만지산에 가서 눌러 앉듯이

민통선 따라가는 기행문을 연재하다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앞 창문을 통해 북한 산하가 바로 눈에 들어오니, 늘 남북을 오가는 셈이다.

 

그런데 전시회를 개최하며 방명록 첫 장에다 '봄맞이, 이천 몇 년 꿈속에서'란 글을 쓰며

자신의 이름 영태를 적는다는 것이 우연찮게 용태로 적었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글 쓴 날이 김용태씨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기가 되는 날이었단다.

 

"전시회 준비하느라 일주기에 참석하지 못해 '용태형'이 직접 찾아 왔다"며 그가 웃었다.

 

사진,글 / 조문호

 

 

 

 

 

 

 

 

 

 

 

 

 

 

 

 

 

 

 

 

 

 

 

 

 

 

 

 

 

 

 

 

 

 

 

 

 

 

 

 

 

 

도예가 변승훈씨와 서양화가 최선호씨의 '빙빙유람'전이 끝나는 5월28일 오후6시경,

김포시 월곶면 '민예사랑'전시장에서 안톤 바라노프 초청연주회가 열렸다.

 

이 날 연주회에는 러시아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안톤 바라노프와

성악가 김재연씨가 초청되어 참석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안톤 바라노프의 섬세한 기타 연주와 소프라노 김재연씨의 청량한 소리가 어울려

마치 통일을 갈망하는 메시지가 북녘 땅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찬조출연한 도예가 변승훈씨는 '진주낭군'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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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아침, 서양화가 문영태씨로 부터 전시회에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연락이기도 하지만, 내일 전시가 끝난다고 해서 더 당황스러웠다.

예정된 일정을 바꾸어, 네비의 안내를 받아가며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꼬불꼬불 좁은 길을 따라가다 북한을 눈앞에 둔 서해안 최북단마을에 멈춰 섰다.

문영태, 장재순씨 부부가 사는 ‘민예사랑’은 정말 기막힌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쪽 물 건너  있는 산들이 북한의 개풍군이라는 말에
"오늘 술 한 잔 먹고 넘어 가야겠다"며 흰소리까지 해댔다.

그런데 위치도 위치지만 고관대작의 저택인지 미술관인지 살림집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되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걸린 그림들이 문형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서양화가 최선호씨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내가 잘 못 알고 온게다.

문영태씨는 1990년도 경의선모임이란 공동작업체를 만들어 사진을 찍은 적도 있었다.
그가 주축이 되어 사진가 이지누, 화가 박불똥, 유연복, 최민화, 김기호, 김태희, 남궁산, 백창흠,

박 건, 송진헌, 유은종, 이정희, 조경숙, 공예가 김원갑, 이송열, 미술평론가 라원식씨 등 열일곱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물로 ‘분단풍경’(눈빛출판사)이란 사진집을 펴 내, 통일운동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화가인 그의 그림을 볼 수 없었기에 이번이 기회다 싶었는데, 허탕 친 것이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녔으나, 어디 숨겼는지 작업실은커녕 그의 작품 한 점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서양화가 최선호씨와 도예가 변승훈씨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특별 초대된 안톤 바라노프의 클래식 기타연주와 성악가 김재연씨의 청량한 소리에

매료되어,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년 오월에 열릴 전시에는 문영태씨의 숨겨 논 작품들이 걸리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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