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6시경, 인천에 사는 동서 김명구씨의 칠순 잔치에 정영신과 함께 갔다.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아내 눈치 보여 따라 나선 것이다.

김명구씨와 동서지간이 된지도 13년이 넘었지만, 서로 가치관이 달라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다.

처제와 아내는 더러 만났지만, 동서지간은 서로 관심 밖 인물이었던 셈이다.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위지만, 늘 아래로 여겨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인연의 시작은 십년 전, 그의 회갑연에서였다.

그의 첫 인상이 꼭 뒷골목 건달 스타일인데, 모든 가치 기준을 돈으로 여기는 바람에 만정이 떨어졌다.

그래서 술 한 잔 먹은 김에 쓴 소리를 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몇 년 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슬며시 자리까지 피해 버렸다. 이야기를 나누고 지내다보면 상대의 좋은 점들도 알 수 있으련만...

​그리고는 이번 연회장에서 다시 만났는데, “칠순을 축하 한다”며 손을 내밀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더 과관인 것은 많은 하객들에게는 술 한 방울 내놓지 않으면서 향수병 같이 생긴 술병을

다섯 개나 독차지 해, 혼자 홀짝거리고 있었다.

친척 간에도 소통 되지 않아 마치 모르는 식당에 들린 분위긴데, 그나마 손녀 조현아양이 할아버지께

수여한 표창장이 유일한 칠순잔치의 이벤트였다. 얼마나 공치사를 좋아했으면 손녀까지 선물을 상장으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좋아 입이 떡 벌어진 그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꺼내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카메라마저 뭘 알아챘는지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 아내의 컴펙트 카메라가 몇 장 남겼지만...

돌이켜보니, 머리에 돈 밖에 던 게 없다고 무시한 '문호'나, 돈 없다고 무시하는 '명구'나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깔보고 만만하게 여기는 넘끼리 코가 비틀어지도록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내년 정선 만지산에서 가질 나의 칠순잔치에 그를 정중히 초대해 잔치의 맛도, 자연의 이치도 한 번 느끼게 하고 싶다.

인생길 떠날 채비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만든 법이나 가족이란 울타리마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동서지간이란 울타리를 떠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는 동안은

맺힌 것들은 모두 풀어 놓고 마음 편한 여생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된다.

서울로 돌아와, 잔치 집에서 못 마신 술을 아내와 처제 그리고 손아래 동서와 어울려 밤늦도록 마셨는데,

이차로 끌려 간 노래방에서는 눈물까지 찔끔거려야했다.

노래 구절구절들이 어찌나 내 인생 같은지....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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