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앨범 '불혹' 내고 공연…"굴곡에도 살아남은 건 부모와 운이 팔할"



데뷔 40주년 맞은 최백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2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싱어송라이터 최백호(67)는 '낭만 가객'으로 불린다. 가객보다는 '낭만'에 방점이 찍히는 뮤지션이다.

45세이던 1995년 발표해 20여 년간 사랑받은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의 영향이겠지만 까칠한 탁성에 깃든 쓸쓸한 무드는 평범한 가사에도 낭만을 입히는 운치가 있다.

"전 꽤 낭만적인 사람이에요. 허허허. 단순하거든요. 인생이란 게 깊고 복잡하게 계산하면 힘들어지죠. 고민이 있어도 길게 못 가고 심각하게 상처도 안 받아요. 단기 기억이 떨어져선지, 안 좋은 일에 몸이 움츠러드는 자기 보호 능력이 뛰어나선지…."

천성적으로 부끄럼이 많고 소극적이던 그가 어느새 올해로 40년간 무대에 섰다.


23일 0시 선공개할 '바다 끝'을 시작으로 3월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발표하고 같은 달 11~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기념 공연을 펼친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만난 그의 소회에는 행간에 여러 의미가 스몄다.


"전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개인적인 굴곡은 좀 있었는데 정말 운 좋게 살아남았어요. 저 자신의 가치보다는 다른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노래가 알려지고 나쁜 건 요소요소 피해갔으니 운이 팔할이죠."


에코브릿지가 작사·작곡한 '바다 끝'은 최백호의 동년배에게도 공감을 얻을 인생의 무게가 실린 곡이다. 나이 들며 겪은 여러 이별을 바다 끝에 다 놓아주자는 노랫말이 서정시 같다.


데뷔 40주년 맞은 최백호(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21  jin90@yna.co.kr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최백호에게 가장 아팠던 이별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부산 기장군 출신인 그는 생후 5개월에 2대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20살에 암투병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는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에 대해 "부산 영도에서 기호 6번 무소속으로 출마해 29살에 국회의원이 되셨다"며 "이승만 정권 시절 내무부장관 하신 막강한 분과 겨뤄 가장 큰 표차로 이겼다고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을 보러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시는 길에 김천 부근 다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반대편에서 오던 터키군 트럭 중 한대가 갑자기 튀어나와 충돌했는데 가족은 당시 암살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죽음이 가까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고민했다는 그는 환갑이 넘어 깨우쳤다면서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부모의 영혼은 자식에게 깃들어 작용하는 듯해요. 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DNA도 있지만 능력치를 넘어 뭔가가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문득 악상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도요. 부모님의 힘이라고 생각하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공을 부모에게 돌린 셈인 그는 시인, 화가, 사진작가 등 지인 43명과의 인사동 친목모임에서 이 얘기를 설파하자 '효교'(孝敎)를 만들자고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형편이 어려워지며 마이크를 잡은 것도 부모의 부재 탓이었다. 만화가 김산호의 '라이파이'를 좋아해 친구들에게 '라이파이'를 그려주곤 하던 최백호는 화가가 꿈이었다.

 

그러나 결국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서 의가사 제대한 그는 우연히 부산의 한 라이브클럽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었다. 친구의 매형이 라이브클럽을 열면서 노래할 가수를 찾자 손님이 드문 시간에 부르기로 하고 무대에 올랐다. 1주일 만에 입소문이 났고 서울의 쉘부르 출신 가수들이 내려와 노래하던 대형 라이브클럽으로 스카우트 됐다.


"그곳에서 하수영 씨를 만났는데 그분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뜨면서 저를 서울의 서라벌레코드에 소개해줬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며 곡도 몇곡 만들어 첫 앨범부터 자작곡을 담았죠."


서라벌레코드와 5년 전속계약을 한 그는 1977년 1집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발표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이 사모곡으로 MBC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바로 인기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두 장의 앨범을 낼 때까지 수익을 배분받지 못해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전속 계약금이 50만 원이었는데 40만 원을 홍보비로 가져가고 10만 원만 주더군요. 옷이 없어 '쇼쇼쇼' 방송에 나갈 양복을 사러 가니 4만 원이던 시절이에요. 앨범은 물론 지방 공연 수입조차 안 줘 하숙집에 월세를 못 낼 정도였죠. 그때 지구레코드에서 계약금 900만 원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어요. 반포의 아파트 21평이 1천200만 원쯤 했을 거예요."


지구레코드로 옮긴 그는 1979년 '영일만 친구'를 낸 뒤부터 인기가 하락세를 탔다고 한다. 1980년대 초까지 하향 '직선'을 그려 하루 많게는 일곱 군데 유흥업소를 돌며 노래했다고 한다.


그는 "술집에서 노래하는 게 지치더라"며 "마침 지인이 미국행을 제안해서 한 달 만에 짐을 꾸려 가족과 떠난 게 1990년"이라고 기억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방송인 라디오코리아에서 DJ로 활동한 그는 그곳의 삶도 녹록지 않자 결국 1992년 귀국했다.


그리고 쓴 곡이 바로 '낭만에 대하여'이다.


노래 중간의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란 가사가 가장 먼저 써지더라고 했다.


"방 너머에서 설거지하는 아내를 보면서 '내 첫사랑도 저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겠지'란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하하. 그 뒤로 '옛날식 다방', '색소폰'으로 살이 붙었죠. 발표하고 1년 반가량 있다가 김수현 선생님의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되며 떴어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2년이 지나 노래의 힘이 떨어졌다면 이 곡은 20년이 지나도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없어요. 인생곡이죠."

 

40년 앨범에도 이 두 곡을 싣는다. 또 자작곡인 '위로'와 '하루 종일'을 비롯해 혜은이의 '눈물샘'과 린의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 등 그가 작곡해준 다른 가수의 곡도 채웠다.


 

'데뷔 40주년' 가수 최백호(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21  jin90@yna.co.kr



그간 동료나 후배들에게 곡을 선물하고 아이유와 듀엣 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교류해온 그는 2011년부터 원로 가수와 인디밴드를 지원하는 ㈔한국음악발전소를 이끌고 있다. 또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려운 음악인에게 연습실과 녹음실 등을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음악창작시설 뮤지스땅스의 '대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명감 없이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사명감이 생겼다"며 "하지만 나보다 젊고 활동적인 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이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불혹'은 미혹하지 않게 꽉 채웠다는 뜻이라며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더 채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예술의 경계를 넘은 그의 낭만적인 욕심은 버릴 수 없는 듯하다.

 

뮤지스땅스에서 3년 만의 그림 전시회를 계획 중이며, 무명 가수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사리'의 시나리오를 써뒀다며 언젠가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고 싶다고 했다.


최백호, 전설의 귀환(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최백호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2.21 










 

“기부문화를 통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세상 만들자.”는 기치아래

원로음악인들을 재조명하고, 재능 있는 신진 음악인들을 꾸준히 발굴해 왔던 최백호(한국음악발전소 소장)씨가

이번에는 마포구 아현동의 옛 ‘마포문화원’ 자리를 리모델링해 독립음악인을 위한 공간 ‘뮤지스땅스(Musistance)를 개관했다.

‘뮤지스땅스’는 마포구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최백호씨의 ‘한국음악발전소’가 협력하여 만들어 낸 인디 음악창작소다.
‘뮤직(Music)'과 독일의 나치에 대항해 용감히 싸웠던 프랑스 지하 독립군을 뜻하는 ‘레지스땅스(Rsistance)’

합성어가 ‘뮤지스땅스’인데, 음악 혁명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두려워 않는 그런 각오라면

분명 한류문화를 이끌어 갈 ‘음악 성지’로 자리 잡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옛 ‘마포문화원’이 있었던 지하 1·2층의 노후한 공간은 그동안 노숙자들이나

드나드는 범죄 온상지였는데,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아 온, 이 비밀스런 지하공간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맞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 갈 독립음악전사들의 지하본부로는 딱 안성마춤이었던 셈이다.

지난 22일 오후4시, 많은 음악인들과 관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뮤지스땅스’가 성황리에 문을 열었다.

한 시간이나 늦은 오후5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박홍섭 마포구청장을 비롯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

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함께 했던 개관식은 모두 끝나고 조촐한 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사동 사람’ 대표로 박인식, 정영신, 전인미씨 등 네 사람이 참석했던 오프닝 파티에는

최백호, 윤시내, 남궁옥분 등 중견가수를 비롯하여 원로와 신진에 이르기 까지 많은 음악인들이 

축하하고 있었는데, 그 뜨거운 음악적 열기가 ‘뮤지스땅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류문화를 이끌어 갈 음악전사들의 성공적인 독립을 위해 우리 모두 축배를 듭시다”

사진,글/ 조문호

 

 

 

 

 

 

 

 

 

 

 

 

 

 

 

 

 

 

 

 

 

 

 

 

 

 

 

 

 

 

한국음악발전소(소장 최백호)가 맡아 운영하게 될 ‘뮤지스땅스’에서는 뮤지션을 위한 창작지원 프로그램, 수준별 음악교육 프로그램, 뮤지션 벼룩시장, 독립영화 상영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리고 음악인들의 쉼터로 제공되는 ‘홀땅’에서는 500여장의 희귀음반 및 라이브 실황 DVD, 만화책과 음악관련 서적, 간행물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2일 부터 27일까지 열리는 '뮤지스땅스 그랜드 오픈페스티벌'에는 재즈 월드뮤직 힙합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젊은 뮤지션들이 출연하게 된다.

 

(22일) 재즈 피플 2014 라이징 스타와 송영주트리오,

(23일) 마푸키키와 하림,

(24일) 유근호와 이한철,

(25일) 던밀스&옵티컬 아이즈 엑셀과 본킴&가리온

(26일) 에이프릴세컨드와 3호선버터플라이

(27일) 소히와 이아립

마포구 문화관광과 ☏3153- 8352 뮤지스땅스 ☏786-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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