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 그런지, 술을 마셔 그런지, 오래된 통풍이 도져버렸다.
오른쪽 다리 뒤 곱이 댕겼지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통풍이 심할 때는 온 몸이 마비될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 몹쓸 병이다.

지난 12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실시하는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진료서비스가
있다기에 성남교회로 찾아갔다. 그동안 통풍으로 두 차례나 무료진료소를 찾았지만,

‘자이로닉’이란 통풍 약은 없었다.

40명이나 진료를 기다리고 있어, 번호 표 나누어주는 분께 여쭈어 보았다.

약제실에 통풍약이 준비되었는지 한 번 알아봐 달랬더니,

의사선생님과 약제실 담당자가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와 약제실에 일하는 두 분은 약속된 진료시간 보다 40분이나 늦게 나왔다.

물론, 근무지에서 늦게 끝났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인지 모르지만, 약속시간은 지켜야 한다,

어긴 사람은 40분일지 모르지만, 40명의 40분을 합한다면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봉사라 대수롭게 여기거나, 빈민들이라 우습게 본다는 생각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뒤늦게 나왔지만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진료하기 시작했다.

바쁜 사람더러 통풍약이 준비되었는지 차마 물어 볼 겨를조차 없었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순서가 돌아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이로닉’은 없었다.

약제사들은 약 찾느라 구석구석 뒤졌으나, 통풍약이 없어 진통제만 처방 받았다.

물론, 일반병원 가면 되겠지만, 문제는 환자들 속으로 다가가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약이 없으면 메모해 두어, 다음에는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작은 일 하나에도 신경을 쓰야 한다.

환자 돌보는데, 돈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다를 수 없고, 봉사를 하려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허탈한 심정으로 성남교회를 빠져 나왔는데,

어느 한 노숙인은 교회 옆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고물상 조인형씨는 늦은 시간에 폐지 줍느라 바빴다.

산다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한 하루였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실시한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진료서비스가

지난 20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청운고시’지하 새꿈나눔터에서 진행되었다.

내과와 안과, 그리고 통증과 치과 진료가 있었는데,

임시병원으로 지정된 ‘새꿈나눔터’에는 많은 주민들이 대기하거나 진료 받고 있었다.






치과와 내과에 진료 받으러 나갔으나, 그 날 치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과에 들려 통풍으로 고생해 약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통풍약도 준비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병의 종류가 하도 많으니 한꺼번에 다 준비할 수 없는지는 몰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내가 일 년 가까이 동자동에 살았지만 무료진료를 찾은 건 지난겨울 ‘성남교회’에서 실시한 무료진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갈 때마다 같은 사정이었다. 치과는 하지 않으려면 공지하지 않으면 될 일이고,

통풍은 그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 진료가 필수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웬만한 진료는 의료보험 혜택으로 일반병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나,

보험공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무료진료를 찾는 분도 많다.

그동안 ‘명성의료봉사단’과 ‘드림의료봉사단’에서 교대로 봉사활동을 했는데, 하려면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 한다면 일하는 사람 편한데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가 없어 못보는 진료야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음만 있다면 통풍 약 정도는 우편으로도

보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성심껏 돌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두 번이나 헛걸음을 쳐 허탈하게 나오니, 마침 이준기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워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시내에 볼일이 있다며

‘형! 날도 선선해 졌으니 언제 소주한 잔 해요“라며 지나갔다.




’새꿈공원‘에는 이른 시간부터 정재헌씨가 술이 취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담배 피우느라 공원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선 김용만씨도 만났다,

줄담배 피우는 그는 그 많은 담배 값을 어떻게 대는지 모르겠다.





”담배 좀 줄여라“며, 하나 마나인 소리를 지껄이고 방으로 올라가려니,

사진 찍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이기영씨 내외가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들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니, 서운함도 금세 잊혀졌다.






그래, 다들 힘들게 남을 돕는데, 사소한 불만은 집어치우자.
단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진심으로 주민들을 보살펴 달라는 것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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