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강국으로 가자 / 문화강국 첫걸음 메세나

 

`1조5000억원, 1조1000억원, 3500억원, 1602억원.`

각각 프랑스ㆍ영국ㆍ일본ㆍ한국의 연간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지원금 규모다. 한국에 비해 두세 배에 달하는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와 비교한 것임을 감안해도 한국 메세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어떻게 메세나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국가와 기업이 손을 잡고 함께 뛰는 양각(兩脚) 공조를 통해 가능했다. 국가는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을 돕고, 기업은 자사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메세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세계의 문화수도` 미국 뉴욕시에는 1300개가 넘는 문화 기관과 단체가 존재하며, 매년 2400만명이 방문한다.

문화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일자리가 1만2000개 이상 창출되고, 이로 인해 해마다 81억달러(약 8조원)에 달하는 문화자본이 창출되고 있다. 이런 뉴욕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부 동참이다.

2013년 1월 새해 벽두부터 뉴욕에서는 `원 퍼센트 포 컬처(One Percent for Culture)` 캠페인이 닻을 올렸다. 뉴욕시 예산 1%에 달하는 기금을 확보해 각 분야의 예술가와 공연예술센터, 갤러리, 비영리극장, 박물관 등에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미 반 브라메르 뉴욕시의회 의원이 주도해 결성한 이 캠페인에는 예술인들은 물론 경제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후원금이 모이고, 캠페인이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도 얻으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 후보들도 앞다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은 문화예술단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감각`이 메세나를 이끌고 있다. 연간 5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런던 테이트모던의 간판 격인 전시로 유니레버 시리즈가 있다. 최대 특별전시관인 터빈홀에서 열리는 유니레버 시리즈는 매년 작가 한 명을 선정해서 대형 전시를 열어 작가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기여해 왔다. 루이스 부르주아(2000년), 아니시 카푸어(2002년), 올라퍼 엘리아슨(2003년), 레이첼 화이트리드(2005년), 아이 웨이웨이(2010년), 티노 세갈(2012년) 등 내로라하는 현대미술 슈퍼스타들이 이 전시를 거쳤다.



기업이 연간 1조5000억원을 기부하는 프랑스 문화의 상징인 루브르박물관.

영국 기업 유니레버는 이 전시 후원을 통해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렸다. 테이트모던은 최근 한국 기업의 후원까지 따냈다. 터빈홀 전시 프로젝트 후원을 현대자동차가 이어받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 동안 500만파운드(약 88억원)를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테이트모던뿐만이 아니다. 파리 퐁피두센터,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같은 서구 미술관은 기증자를 초청해 유명인과 함께 모금 파티도 열고, 미술관 안에 기증자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통해 후원자를 끌어들인다.

국가적 지원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 전체 기부금액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다. 이는 기업 매출액의 0.5% 한도에서 문화예술 후원에 한해 6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강력한 지원 법률에 힘입은 바다.

문화로 천년 국가 브랜드를 만든 선진국들의 메세나 사례를 배워야 할 때다.

[기획취재팀=배한철 기자 / 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김슬기 기자 / 이선희 기자 / 이기창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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