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 '시간이 머문 자리'전
10명의 젊은 작가 참여, 16일까지

 

 

정연연 작가의 ‘리멤버 유어 하트’(remember your heart) 사진=갤러리그림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그림손은 16일까지 10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한 ‘시간이 멈춘 자리’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과 상관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했다.  

회화의 오관진·구나영·하찌·정연연을 비롯해 조각의 윤두진·최민기·임도훈, 도예의 김소영, 공예의 김창완, 불화의 권지은 등 10명의 작가는 각각 자신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통해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예술가의 길을 보여준다.  

갤러리그림손 관계자는 “관람객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작가들의  애환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33-0145

 

 

도자기로 카네이션을 만드는 김소영 작가의 ‘파이오니어 퍼포먼스 웨딩 버전1’ 사진=갤러리그림손


[가수 김창완,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계십니까?"

빗장도 걸려 있지 않은 문을 조금 더 열면서 방문객이 집 안의 인기척을 살핀다. 녹슨 경첩에서 나는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대문 가에 누군가 왔음을 알린다. 대꾸가 없으면 조금 더 큰 소리로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재차 물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답이 없으면 열었던 문을 닫고는 가버린다.

용무가 있는 방문객이든, 물건을 팔러 들른 행상이건, 이웃집 사는 사람이건 방문을 하면 으레 대문 앞에서 집 안에 대고 누군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이 열려 있는 경우는 대부분 집 안에 사람이 있었다. 만일 없는 경우라도 집 근처에 있을 터였다. 대문을 열어두는 것은 아이들이 늘 들락거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더 이상 누군가의 방문을 원치 않는다는 표시였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이 다 들어오기 전에는 웬만해선 굳이 대문을 잠그지 않았다. 설령 잠근다 할지라도 어느 집이나 바깥에서 줄만 잡아당기면 빗장이 풀리게 해놓았다. 빗장을 잠근다고 해도 대문이 바람에 덜컹거리거나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들고 나는 것을 단속한다는 거지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강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문은 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우선이었다. 특히나 명절이나 잔칫날에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금줄을 쳐놓고 문단속을 하는 것은 악귀나 액운으로부터 집과 아기를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 금은보화가 집으로 들어오고 복이 굴러들어 오려면 일단 대문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이 사람이었다. 장롱이나 그 밖의 살림살이가 들어올 때도 문을 활짝 열고 맞았지만 함 같은 게 들어올 때면 마치 사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예의를 갖춰 극진하게 모셨다. 문을 활짝 여는 것이야말로 말 없는 환영의 표시였다. 문을 닫아건다는 것, 빗장을 잠근다는 것은 고립이며 단절이었고 침잠이었다. 그런 집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미덕으로 여기진 않았다. 대문을 열어놓고 늘 사람을 반기는 집이야말로 누구나 그리워하는 집의 모습이었다.

예전의 문들이 열린 문이라면 이 시대의 문은 닫힌 문이다. 요즈음의 집 대문은 금고문처럼 비밀의 문이다. 온갖 전자장비와 튼튼한 잠금장치가 부착돼 있다. 모든 문은 잠겨 있어야 한다. 거의 모든 건물의 문은 닫혀 있으며 특히 화장실은 늘 잠겨 있다. 허락 없이 통과할 수 있는 문은 거의 없다. 공동으로 쓰는 아파트 현관문에도 비밀번호가 입력돼 있다.

닫혀 있는 비밀의 문들이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사람의 침입이다. 닫힌 문과 문 사이에 냉기와 도시의 비정이 흐른다. 대부분의 회사 정문엔 경비원이 배치돼 있고 경비가 삼엄하다. 한 사람씩 문을 통과하게 하는 장치를 해놓고 그것도 모자라 24시간 365일 CCTV로 내려다보고 있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열린 문은 단속 대상이다. 높은 건물의 창들은 한 뼘 이상 열리지도 않는다.

문이 닫히고 마음도 닫힌다. 문이 사람을 가로막으니 사람이 돌아갈 길을 찾는다. 열린 문을 만나고 싶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렇게 그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다. 나 역시 그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 내 마음의 문을 열고….



김창완 | 가수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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