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진행되는 북한 난민 관련 전시 '판옵티콘을 넘어서'
탈북대학생들과 남한의 단국대학생들 모여 작품 완성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갤러리 이즈에서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해 열린

‘판옵티콘을 넘어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들을 감상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철조망을 넘으려는 남녀의 뒷모습. 누가 그들의 뒤를 쫓는지 그 뒷모습조차 절박하고 아찔하다. 얼마나 급했으면 맨손으로 철조망을 부여잡고 넘어가기에 여념이 없다. 이 작품은 탈북자와 남한 학생들이 힘을 합쳐 그린 '크로스(Cross)'. 탈북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을 그려낸 작품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전시회 ‘판옵티콘을 넘어서’가 지난 10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렸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탈북예술가 강춘혁과 탈북대학생, 남한의 대학생들이 힘을 합쳐 ‘탈북의 순간’을 그려낸 작품들을 모아놓았다.

김소희 북한인권시민연합 간사는 11일 ‘데일리안’과 만나 “탈북대학생들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시간 중 가장 뇌리에 박힌 장면을 그린 것”면서 “탈북 예술가 강춘혁 씨와 탈북 대학생들이 자신의 ‘탈북순간’을 그려내고 단국대 미술대 학생들 5명이 이 작업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쪽 벽면을 차지한 세 개의 까만 칠판에는 탈북대학생 안충국 씨, 안수민 씨, 고진송 씨 등 3인이 각각 그린 ‘Cross’, ‘자유는 없다’, ‘거기 서!’ 등의 ‘칠판 작품’이 걸려 있어 관람객들의 눈을 집중시켰다. 그림을 그린 탈북대학생 3인은 탈북 이후 그림에 재능을 보이며 올해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다.

김 간사는 “작품들을 칠판에 표현한 것은 관람객들과의 호흡을 위한 것”이라면서 “누구든 이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고, 해당 작품의 작가와 소통할 수 있도록 분필을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각각의 ‘칠판 작품’에는 ‘옛날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우리 꼭 만나요’ 등의 관람객들이 적은 글귀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갤러리 이즈에서 (사)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해 열린

‘판옵티콘을 넘어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물들을 감상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 간사는 “캠페인성 행사다 보니 방문객의 참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기획했다”며 “메인 그림은 탈북대학생들이 직접 그리고 남한의 단국대학교 출신 학생들이 보조 역할을 해서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쪽 벽면에는 색채가 없는 그림들이 6점 걸려있다. 가장 입구 쪽에 걸린 그림 속, 한 소년이 손이 묶인 채 방문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위로는 ‘미안하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라고 눌러쓴 글귀가 보였다.

지난해 5월 탈북예술가 강춘혁이 ‘라이브 드로잉’ 행사에서 그린 그림이다. 라이브 드로잉 행사는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행사로, 5분에서 10분 사이에 한 그림이 완성된다.

이 그림 옆으로 다섯 점의 다른 그림들도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모두 채색은 없는 상태였다. 김 간사는 “강춘혁 씨가 ‘북한의 어둠에서 한국의 밝음으로 온다’라는 의미로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구성 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여성 관람객은 “보고 있으니 뭉클하다. 좋은 의미의 ‘뭉클’이었으면 좋겠지만 슬프고 아픈 ‘뭉클’이다. 이렇게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착잡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전시장은 외국인 단체 관람객으로 잠시 북적였다. 김 간사는 “외국인 비율이 30%에서 4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영어 설명을 듣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림에 담긴 북한 난민들의 모습에 관람객들의 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 김혁 탈북작가.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울러 이날 갤러리에서는 탈북작가 김혁 씨가 북한 꽃제비의 삶을 풀어내는 토크콘서트도 이어졌다.

김 씨는 “꽃제비도 등급이 있다. 저는 중간등급이었다”라면서 “장마당을 가면 여성들 음식을 훔쳐먹는다. 그래서 달리기가 빨라야 한다. 남성들 것은 훔쳐먹을 수 없고 훔쳐먹다 걸리면 맞아 죽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탈북했다가 북송돼 1년 8개월동안 교화소에 있었던 김 씨는 교화소의 열악한 환경과 영양 부족 등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 씨는 “굉장히 좁은 4~5평 정도의 방에 20명 정도 들어가 있었다”며 “교화소에서 나올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21명 중에 나를 포함해 단 두명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토크콘서트 이후 '데일리안'과 만나 "북한인권법 같은 딱딱한 이야기보다 탈북자들의 '스토리'를 얘기하다보면 남한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 "대중들에게 북한인권을 알리기 위해 이런 토크 콘서트 같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1일 탈북작가 김혁과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12일에는 예술가와의 만남이, 13일에는 라이브 드로잉&강춘혁과 함께하는 콘서트가 예정돼있고, 14일에는 탈북민 이성주와의 토크 콘서트가 열릴 계획이다.

 

[데일리안 = 목용재 기자/박소현 수습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