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남종화 맥’ 담은 서화전

“저는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림 그리기와 마음을 닦는 수행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봅니다.”
40년간 남종화의 맥을 이은 문인화를 그려온 서울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61·사진)은 3일 “화선지 위의 붓질이 곧 수행”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전시실에서 서화전을 연다. 어릴 때부터 서예와 그림을 좋아했다는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졸업 후 부산의 청남 오제봉 선생을 찾아 서예를 본격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간 서예를 공부할 때 선생님의 집 거실에 걸려 있는 남종화의 대가 의제 허백련 선생의 그림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결국 오 선생과 의형제였던 허 선생 문하에서 사군자를 배웠고, 목산 나지강 선생에게 산수화를 배웠다.

스님은 “왜 그림을 그리느냐” “왜 남종화를 고수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자연의 정서를 노래하는 삶을 살고 싶고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내 세계를 걸어가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종화는 당나라 선종이 남북으로 나뉜 것에 착안해 명나라 말기에 중국 산수화를 남북 두 개의 종으로 구분한 데서 비롯된다.

스님은 “남종화는 시상이 가미된 문인화로 선비의 풍류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자신과 자연이 합일된 순간 희열감을 느낄 때 붓을 들고 표현하는 것으로 직관력에 의한 수행법인 간화선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시류에 영합하며 문인화가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했다.

“문인화를 그리는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해서는 안됩니다. 옛날 문인화가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풍류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업으로 삼다 보면 시류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문인화 그리는 사람이 줄어드는 세태인 거죠. 전수하고 싶어도 배울 사람이 없습니다.”

7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서 스님은 산수화, 사군자, 서예 등 72점을 선보인다. 스님은 “그림을 그린 것을 한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며 “앞으로 산으로 더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임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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