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The Lines): 선 건너 우리에게 안부를 묻다
노춘호展 / ROHCHOONHO / 盧春浩 / photography

2019_0514 ▶︎ 2019_0519 / 월요일 휴관



노춘호_평안북도 신의주시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7×100cm_2018


초대일시 / 2019_0514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사진위주 류가헌

Mainly Photograph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blog.naver.com/noongamgo



노춘호의 線 The Lines -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풍경 ● 통일과 북한에 대한 많은 사진을 보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보는 사진이 얼마나 정확할까?'하는 의문이다. 분단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휴전선과 DMZ, 그리고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대치 상황, 국경지대에서 떠도는 꽃제비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보아왔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이미지는 매우 제한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고, 이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우리의 판단 또한 제한된 것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진실일지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역사만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노춘호의 사진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 너머로 바라본 북녘 땅의 모습이다. 이 또한 북한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필요한 완벽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가 사진을 찍는 목적 또한 북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에 있지는 않다. 사진으로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정보는 우리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만큼이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진가는 자신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사진적인 '시각적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 그가 북한을 바라보는 곳의 경계는 휴전선이 아닌 국경이다. 하지만 분단 조국을 가진 작가에게 중국과 북한의 국경은, 더 이상 국경이 아닌 또 다른 분단의 경계선이다. 동시에 그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작가 자신은 양쪽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주변인이 된다. 마치 서구 열강에 의해 만들어진 휴전선과 6.25 전쟁 이전의 38선에 대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한계적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국전쟁을 통해 둘로 나뉜 냉전 상태의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런 식으로 그저 바라보는 방법뿐이라는 사실이 슬펐다"고 작가 자신이 술회한 것처럼, 그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체성'을 상실한 존재로서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노춘호_함경북도 온성군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7×100cm_2019


노춘호_양강도 혜산시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7×100cm_2019


노춘호_양강도 김형직군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7×100cm_2018

작가의 가족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실향민이다. 자신의 고향을 잃고 부산이라는 타향에 뿌리를 내리고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의 가족사와 마찬가지로 그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에 서 또 다른 경계인으로 만나는 낯선 풍경과 담담하게 마주하면서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을 사진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 작가가 사진 안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선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작가가 작품에서 가상적으로 상정한 선은 카메라 파인더 뒤쪽에 있는 작가와 사진을 마주하는 '우리'를 사진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그들'과 구분한다. 이런 이유에서 사진 속의 선은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경계를 넘나든다. 우리는 사진 속에 실재하는 북한의 모습을 마주하지만, 인민을 의식화 하고, 노동에 동원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붉은 구호와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의 사진과 동상과 같은 우상으로 대변되는 허구의 세계를 동시에 만난다. 동상의 머리를 잘라내고 살아 있는 인민의 모습을 강조하거나, 산길을 홀로 지나가는 사람과 왼쪽의 대형 동상을 병치하면서 상반되는 두 세계의 모순을 강조한다. ● 실재와 허구가 공존하는 공간, 그것이 작가가 바라보려고 했던 북한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사진을 보면서, 마치 광고 이미지가 넘쳐 나는 도심 안에서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프레드 리친(Fred Ritchin)이 말했던 시뮬라크르로 가득한 세계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춘호_양강도 김정숙군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3×50cm_2019


노춘호_자강도 중강군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3×50cm_2018

접근할 수 없는 대상을 촬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작가가 사용한 망원렌즈는 사진 안에 몇 가지 특이한 효과를 만든다. 망원렌즈는 사진 속 대상들 간의 간격을 실제보다 훨씬 더 좁힌다. 근경, 중경, 원경의 공간적 층위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압축된다. 마치 역사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평면 위에 압축 한 것처럼 사진 안에는 다양한 풍경이 병치된다.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경계선을 만든다. 통제하는 자와 통제를 받는 자, 동원하는 자와 동원 되는 자, 이데올로기를 만든 자와 의식화된 자,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자와 화석처럼 동상과 사진에 갇힌 지도자의 모습이 모두 사진이라는 하나의 평면 안에 압축된다. 일반 풍경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안내선을 제거하면서 그의 사진은, 무대 위에 있는 장면을 촬영한 것과 같은 '극장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그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작가의 사진 속 장면은 실제의 모습이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 자신이 에셔의 그림에 나오는 끊임없는 모순의 고리 속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그런 모순의 순환 고리 말이다. ● 원근감을 극단적으로 축소한 그의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회화 효과를 만들어낸다. 매그넘의 르네 베리(Rene Burry)가 브라질의 상파울로의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보이는 건물위의 사람들과 도로를 촬영한 사진이나 거리 사진가로 잘 알려진 사울 레이터(Saul Leiter)와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의 사진처럼 장면을 극도로 추상화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항상 정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으로 인해 사진에 담긴 풍경은 '활인화(tableaux vivant)'를 대하는 것과 같은 비현실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런 독특한 시각화를 통해 그의 사진 속에 담긴 '풍경'은 마치 무대 위의 공연처럼, 아니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비현실화되고, 추상화된다. 그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안개와 연기처럼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머문 자리를 떠나면 이내 사라지고 말 것에 대한 작가의 안타까움을 담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풍경의 이런 속성을 통해서 사진의 본질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한다. 하지만 다가설수록 멀어지는 역설의 풍경이다. ● 작가는 자신의 사진적 시선을 특정 이데올로기에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분단 이미지가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이 보여주는 풍경이 분단의 모습 전부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가 '통찰력'에 바탕을 둔 해석이듯이, 그 또한 자신이 서 있는 그 곳에서 정치적 색채에 치우침 없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진실에 최대한 접근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의 사진적 해석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의 내면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통일이 과거와 미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다. ■ 김성민



노춘호_양강도 혜산시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47×70cm_2018


노춘호_자강도만포시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3×50cm_2018

TV에서는 이산가족들이 30년이 넘는 세월을 아픈 간격을 눈물로 메우고 있다. 이를 하염없 이 바라보고 있는 아버님의 눈 속에는 소주잔이 아른거린다. 3개월 후 아버님은 통한의 세 월을 끝내시고 하늘에서나 고향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또 35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눈물은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생(生)은 어쩌면 경계에서 한쪽을 선택하거나 선택되어진 결과다. 사람은 누구나 선(線)에 걸쳐 있다. 線 사이에서 단지 저 線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뿐이니 말이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線이 있다. 그 線을 넘어온 사람들, 월남 가족. 그래서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었던 나에게 한반도에서의 선(線)은 무엇인가? 왜 지금까지도 단 하나의 선은 없어지지 않는가? 이런 물음에서 이번 작업이 시 작되었다. ● 線. 한반도에는 두 개의 線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는, 강한 집단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들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그어 놓은 線과 그리고 그 線 에서 파생된 대상 내부에서 기득화 된 권력들에 의해 굳어지고 있는 線을 합친 線. 이 線에 의해 한국전쟁에서 3백만 명에 가까운 사망 실종 부상자,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기 희생자, 중국에서 인권유린을 당하는 탈북인,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신음하는 북한 주민, 이산가족 등 수 많은 보통 사람들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지나간 기억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이 線은 항상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국경과 인권은 정 치적 산물이어야 하는가? 이 희생들도 큰 정치적 타협에 묻히고 線은 다시 그어지는 것인 가? ● 두 번째는 같은 언어, 역사, 문화 등을 가진 민족끼리 서로 이어져 더 행복해야 할 이음의 線. 그러나 이 이음의 線은 강한 첫 번째 線에 의해 가로막혀 있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 들의 무관심 외면 등으로 그 이음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 그래서 이 이음의 끈을 잡고 현재 시점에서 권력에 의해 제공된 특정 장소와 시점에서 촬영 된 단위적이고 의도된 모습이 아닌 '지금, 여기'의 보편적인 상태의 線 건너 우리에게 몸은 여기 있지만, 영상이라도 線을 넘어 다가서서 안부를 묻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로 막혀있어 할 수 없이 북·중 접경지역을 찾았다. 그나마 그곳에는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들 이 있었다. 비록 다가갈 수 없는 線에 막혀, 체제의 감시를 무릎서고 짝사랑처럼 들여다보 았지만, 이념의 간격과 허락 없이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 서로 볼 수가 있는 보통사람의 본 성으로 보통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 너머 많은 우리에게도. ■ 노춘호



노춘호_양강도 혜산시_종이에 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7×100cm_2019

Asking After Us Beyond Boundary Lines ● on TV, separated families have filled the painful 30 years of time with tears and cries. A soju glass glimmered inside the eyes of my father who was blankly watching the screen. Three months later, he was finally able to see his hometown in heaven after an end to his life of bitter grief. 35 years have also passed since then, but the tears and cries still continue to date. Life is probably a result choosing one side or the other on a borderline. ● Every person stands at a line. He/she has not just crossed the line from the other. There is another line to us who live in the only divided nation in the world. People who have crossed the line are the families who have defected to South Korea from North Korea. From the questions "What is the lin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why has this line never disappeared?" to me who has existed on this land, this work began. ● Line. I believe there are two lines on the Korean Peninsula. The first one is a line drawn by a strong group on a certain target regardless of its intention based on their interests, and a line that combined the lines hardening by the powers and authorities in the target group derived from the first line. As a result of this line, the Korean War has led to the pains and hardships of so many people including nearly 3 million deaths, injuries, and missing people, victims from the Arduous March due to severe economic difficulties, North Korean refugees whose human rights are being violated in China, North Korean people suffering in political prisoner camps in the North, and separated families. However, these are not past memories and are still present continuous. This line always throws a question at me: Do boundaries and human rights in the end have to be political outcomes? Are these sacrifices buried under major political compromises and is a line drawn again? ● The second one is the line of connection that must be happier by reuniting the people of the same language, history, and culture. However, this line of connection is blocked by the strong first line and over time, its connection has become loose due to people's disinterest and negligence. Thus, instead of a single, intended scene shot at a certain place and time provided by power at this point with this line of connection, I wanted to approach and ask after us across the line over the ordinary state of 'right now, here' while our body stays here, albeit in a video. ● Unfortunately, I had no choice but to visit the border area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since everything was blocked. At least there were 'ordinary' people like us. Blocked by the unapproachable line, I looked over them like a one-sided love by risking the regime's monitoring and surveillance. Still, I wanted to send warmth to ordinary with the innate human nature of ordinary people to see each other whenever they wanted without ideological gaps and permissions—even to many of us across the boundary line. ■ ROH CHOONHO



Vol.20190514b | 노춘호展 / ROHCHOONHO / 盧春浩 / photography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부 유명작가의 사진집이야 다른 곳에서도 나왔겠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뿐 했다.

그것은 한국사진 역사이기 전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진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눈빛출판사가 태어 난지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 페어가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 강남역 일번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 책과 사진가들의 작품, 그리고 눈빛아카이브가 컬렉션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격동의 한국 50년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 이한열 열사의 주검을 포착한 정태원, 아바이마을을 찍은 엄상빈,

서울을 기록한 전민조씨 등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20인의 사진과 대표작 1점씩이 전시되고,

미군정기의 외국인이 찍은 코다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되었다



 

 


특히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의 사진-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 (이규상 엮음·사진)도 펴냈다.

한국사진사에 대한 개요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80여 명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행한 책이다.



    

 

눈빛출판사는 그동안 700여권의 사진관련 서적을 펴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8종을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사진 완성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사진의 오늘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집 시리즈다.






그리고 '눈빛아카이브'로는 격동한국50’, ‘개화기와 대한제국’, ‘골목안 풍경전집, ‘꿈의 공장‘, ’내 마음 속의 한국‘,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미군정 3년사‘,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진이 다 말해주었다‘. ’신동삼 컬렉션‘,

일제 강점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한국의 보도사진‘, ’한국의 장터‘, ’한국전쟁‘,

휴먼선집 최민식사진집등이 있다.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팔리지 않고 제작비만 많이 들어가는 사진집이다.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이규상씨가 돈 많은 독지가도 아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아직까지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는 성윤미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아내인 편집장 안미숙씨와 딸 이솔 양이 직원의 전부다.

거의 가내공업 수준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소명의식에 의한 투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세상에 소개하는 보람으로 견뎌낸 것 같다.



 


그것도 내달라고 기다리는 사진이 아니라, 숨어있는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어 사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가정을 꾸려가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권 만들어 팔면 다음 책에 몽땅 쏟아 부었으니, 사는 형편이야 보나 마나다.

책 낼 돈이 없어 장인께 가계수표를 빌렸다는 이규상씨 회고담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좋은 사진만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의 열정과 집념이 이루어 낸 억척스러운 결과다.

창고에 쌓여있는 사진집 보관료도 여간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사진가들이야 자비로 책을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어찌 사진집을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진가들은 물론, 쓰레기로 태워진 필름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야 그렇다치고 사진인 조차 사진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사진가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외국사진가들의 수입 서적은 잔뜩 꽂혀 있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칫 우리사진보다 외국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대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데, 우리를 모르고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잃고, 외국 사진 흉내나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규상 대표의 청년시절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 였다는데,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의 말에 따라 열화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술서적을 많이 내던 그곳에서 서서히 시각예술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조세희의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국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이나 찾아다니던 시기에, 삶의 어둠을 조명하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열화당을 그만 둔 이규상씨가 정진국, 여균동, 이영준 씨와 어울려, 1988년 무렵 광화문에 출판사를 차렸는데,

 첫 출판물이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었다.

이어 미군정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분단문제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국내외 사진을 발굴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경모, 성두경, 이형록, 김천길, 김기찬, 최민식, 황규태씨'눈빛'을 거치지 않은 국내 사진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페어가 개막된 지난 7일에는 김지연씨의 사회에 따라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정태원, 박현수씨가

차례대로 나와 축사를 했고, ‘눈빛출판사안미숙 편집장과 이규상대표도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엄상빈씨가 출품작가의 양해를 받아 냈다며, 전시된 작품 일체를 눈빛출판사에 기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전민조, 오상조, 김보섭, 김남진, 성남훈, 구본창, 김문호, 안해룡, 강제훈, 김봉규, 이주영, 아레아 박, 이한구,

박종우, 이순심, 한금선, 정영신, 이재갑, 장 숙, 이규철, 제이안 리, 김영호, 정진호, 이은숙, 박성태, 마동욱, 곽명우, 하지권, 남 준,

김 헌, 한선영, 곽대원, 김경수, 정명식, 김유리씨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사진인 들이 '눈빛출판사'의 창립30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참석치 못한 분도 있겠지만보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너무 많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잘 못되어가는 사진계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 꼬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원로 분들까지 눈치만 보며,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어찌 그냥 볼 수 있었겠는가?



 


이 날은 사정상 뒤풀이를 생략한다고 밝혔으나,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술집 북촌으로 모여 들었다.

"부어라~ 마시어라~ 눈빛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진,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북 페어는 한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가 되고 있으니 사진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오니,

많은 사진인 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1110()

오후 2- 330/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 530/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13()

오후 4- 450/ 나와 아바이 마을 30/ 사진가 엄상빈

오후 5- 550/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15()

오후 4- 420/ 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30- 520/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30- 620/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17()

오후 2- 330/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 530/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정영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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