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1시 무렵,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 들렸다.
사진가 양재문씨를 만나러 갔는데, 케냐의 사진가 김병태씨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더 페이스’란 제목의 케냐 사람들 얼굴을 찍은 작품인데, 검은 공간에 부조처럼 박혀 있었다.






전시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멀건 대낮부터 한 잔 하러 갔다.
인근의 전라도 음식점 ‘자희향’에 갔는데, 맛있는 홍어부침에 김병태씨 사진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뜻밖의 반가운 분을 여럿 만났다.
미술평론가 김진하. 이태호씨 등 몇 분이 입성하더니, 뒤 따라 김명성, 김용국, 김상윤씨가 들어왔다.
이 집 음식이 맛있는 건 다들 알지만, 용케도 시간이 맞은 것이다.






몇 일전 이야기는 들었지만, 김명성씨가 천상병시인을 추억하는 인사동 잔치를 마련한다고 했다.
6월 28일 정오부터 오후9시까지 ‘아리랑’에서 여는데, 모처럼 인사동 사람들이 만나는 좋은 자리다.






전 ‘창예헌’ 회장 김명성씨 제안으로 추진되는 이번 잔치에 ‘아리랑’ 유재만 회장도 후원한단다.




2013년 고)천상병시인 20주기에 맞추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린 '인사동 소풍'의 한 장면이다. 



그 날 원로시인들로 부터 천상병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시 낭송회를 비롯하여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음악회도 준비한다.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알리겠지만, 인사동 사람들은 물론이고 천상병시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페북이나 블로그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술자리가 끝나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녹음 짙은 인사동 10길의 정취가 낯선 듯 아름다웠다.
토요일의 인사동 거리라 변함없이 붐볐는데, 오랜만에 만개떡 장사도 나왔더라. 






취기가 올라 ‘유담’ 커피숍에서 팥빙수를 시켰는데, 김명성씨가 두툼한 책 두 권을 선물했다.






한 권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펴낸 ‘서울과 평양의 3.1운동’이고
한 권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백년 편지’라는 소중한 사료집이었다.






김명성씨가 독립운동에 관한 사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대한독립선언서’와 ‘대한국민의회 독립선언서’가 책에 실려 있었다.






‘대한독립선언서’는 1919년 조소앙선생이 작성한 글로
당시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김교헌, 여준 등 주요인사 39명이 연서한 독립선언서였다.

제2선언서라는 ‘대한국민의회독립선언서’는 문창범선생께서 중심이 된 최초의 임시정부로 
선언서 마지막 부분에 대한국민의회 직인이 찍혀 있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사료를 홀대하는 나라인지, 대부분의 중요한 사료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짜로 기증받을 생각만 하지,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모처럼의 인사동 나들이에 반가운 사람 만나 즐겁게 취하고, 좋은 선물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날 밤은 축구결승을 보아야 하는데, 어디서 볼지 고민되었다.
티브이가 없어 서울역 대합실에서 보면 되겠으나, 토요일은 녹번동 가는 날이 아니던가. 
녹번동에 들려 인터넷으로 볼 작정을 한 것이다.






여지 것 결승에 오르기 까지 축구 중계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뉴스를 보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꼴을 모르기도 하지만, 내가 보면 지는 징크스가 있다.






꾸물대다 컴푸터를 늦게 켰는데, 이미 전반전이 시작되어 한 골 이기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지켜보자 역전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3대1로 지고 만 것이다.






난, 정말 재수 없는 인간이다.
안 보던 축구 중계는 왜 보아 온 국민이 김빠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전생에 무슨 죄가 많은 지, 되는 일이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 김병태



사진가 김병태씨의 사진전 '더 페이스(The Face)'가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진가 양재문씨를 만나려 김병태씨 전시가 열리는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을 찾았다.

마침 작가가 자리에 있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만 몰랐지 유명사진가였다.

25년 전 케냐에 들어가 사업을 벌인 동포로, 카메라를 잡은 지가 20여년이 된 베테랑이었다.

아프리카 생활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그만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전시한 여러 권의 사진집도 살펴볼 수 있었다. 

‘Wild Emotions’에는 아프리카의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어우러진 동물의 세계가 절제된 방법으로 포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Black Mist’는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아프리카 풍경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점들이 꿈틀거리는 신비로운 초원풍경은 동이 트기 직전의 동물 행렬이라 했다.

희미할수록 자세히 들여다보는 심리는 점으로 이어진 동물의 행렬에 끌려들게 만들었다.

흐릿하고 엷은 한 줄기 빛으로 담아 낸 사진들이 사뭇 원초적이며 몽환적이었다.

첫 번 째의 사진집이 멀리 있는 동물의 세계를 끌어당긴 작업이라면, 두 번째의 사진집은 대상을 밀어 낸 작업이었다.






전시되고 있는 ‘더 페이스(The Face)'는 또 다른 형식의 사진으로 작가의 끈임 없는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부조(浮彫)처럼 검은 배경에 사람들 얼굴만 박힌 강인한 인상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흑인들의 얼굴만 부각시켜 그들의 표정에 집중시킨 것이다.

포토샵으로 얼굴을 편집한 줄 알았으나, 검은 복장의 케냐 인들을 검은 배경에 세워 찍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표정에 집중시키기 위한 철두철미한 작업 방편이었다.

모델이 되어 준 사람들은 사진가 김병태씨와 함께 생활하는 이웃이거나 가까운 친구라 했다.

낯선 흑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처럼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작가는 그 사람들의 감정을 절제하거나 끌어내어 때로는 기쁨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사색에 빠져들게도 만들었다.






사진 뒤를 가린 검은 공간은 텅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숨겨진 빈 공간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한 심리적 변화를 일으켰다.

여지 것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대개의 사진들은 이방인의 시각에서 본 장면이었다.

아프리카가 이방인에게 신기하듯, 이방인의 모습과 문명 또한 현지인의 시각에서는 이색적이긴 마찬가지다.

대개의 사진인들이 현지인들의 시각은 철저히 무시하고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찍어 내 보인다.

김병태씨의 사진들은 그런 선입견을 배제한, 기존의 아프리카 사진에 대한 개념 자체를 파괴한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착은 그만의 진한 잔향으로 향기를 뿜어낸다.






작가는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버려 달라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여러 감정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인물 작업은 빛을 배제한 어둠 속에서 그들의 기쁨과 고뇌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02-733-1045)에서 열리는 ‘더 페이스(The Face)'전은 24일까지 이어진다.



글 / 조문호



친구 지간인 양재문씨와 함께한 김병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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