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정선 만지산에 일하러 갔다.
한 달에 한 번 가지만, 가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두렵기도 하다.
자연 속에 파묻히는 것은 좋지만, 일에 쫒길 생각하면 두려운 것이다.
한 달 동안 쌓인 일을 이틀에 끝내려면, 오줌 누며 좆 볼 틈도 없다.
옆집에선 밥 먹으러 오라지만, 한가하게 밥 먹을 여유조차 없다.
빵과 우유로 해결하는 게, 시간도 벌지만 부담이 없다.
한 달 동안 자란 잡초를 뽑는 일은 빠지지 않는 일이지만, 이번엔 고추 지지대를 박아야 했다.
더 큰 일은 잡목에 가려 밭에 햇볕이 들지 않아 잡목들을 베어내야 했다,
기계톱만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작은 톱으로 씨름하려니 간이 빠진다.
한 낯에는 더워서 일을 못하니, 더 쫓긴다 ,
오후 네 시쯤 다시 시작하여 한 두시간 밖에 못했는데, 옆집에서 두 차례나 데리러왔다.
아무래도 욕 먹을 것 같아 일손을 놓아야했다.
가보니 서울과 홍천에서 온 손님이 여섯 명이나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슨 손님이 그리 많이 오는지 모르겠다.
노부부는 손자 재롱에 흠뻑 빠져있고, 다들 백숙을 안주로 한 잔하고 있었다.
술잔을 권하던 한순식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님 집을 탐내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팔게되면 연락해 달라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팔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매번 올 때마다 비어 없으니,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20년 전 삼천만원에 구입했는데, 지금은 많이 올랐다는 말도 덧 붙였다.
한 때는 집터가 명당이라며 절터로 팔라는 스님도 있었지만,
‘몽암’이란 현판을 보라며, 이 집이 절이라고 농담한 적도 있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팔고 싶은 유혹도 따랐으나,
돈은 사라져도 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버텨왔다.
어쩌면 소유한다는 자체가 욕심일 수 있겠으나, 정신적 고향만은 지키고 싶었다.
아무튼, 죽어도 팔지 않는다며 딱 잘라 거절했더니,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팔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획안을 만들어 공익단체에 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밤이 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다.
한순식씨가 매운탕 끓인다며 강가에 고기 잡으러 가는 사이 슬쩍 빠져 나왔다.
비워둔 집이라 군불도 지피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술이 너무 취해버렸다.
군불만 지펴놓고 방에 쓰러져 잤는데, 또 데리러 온 것이다.
자칫했으면 불 단속도 않고 잠들 뻔 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 이튿날은 시원할 때 일을 끝내려고 새벽4시부터 서둘렀다.
정영신씨 줄 상추와 야채부터 거두고, 언덕을 수놓은 딸기도 땄다.
어지럽게 잘라놓은 잡목을 정리하다 보니, 벌써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옥수수 밭에 난 잡초 뽑기를 서두러니 하늘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농작물에 물 줄 일도 남은 일의 하나인데, 큰일을 덜게 된 것이다.
다음 달은 울 엄마 제사가 있어 좀 여유 있게 지낼 작정이다.
가족이 어울려 산소에서 술 한잔하는 일도 사는 즐거움의 하나다.
잘 갔다 오라는 인사마냥, 비는 오지 않고 천둥만 울어댔다.
“우루루 쾅쾅”
하늘이 무너져도 똥차는 간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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