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지난 일요일, 교보문고에 볼일 보러 갔더니
광화문광장에서 울리는 스피커 소음에 귀가 멍멍했다.



대한애국당 당원100여 명이 시위를 벌이며 굉음을 울려댔다.

“3월10일 희생된 태극기 애국열사 5인의 희생은 공권력 살인이다.”방방 댔는데,

열사란 대체 무슨 열사냐? 개 죽음이지...

광화문에서 ‘경찰은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한 정원스님 같은 분도 열사란 말을 쓰지 않는데,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박근혜가 탄핵되는 그 날 나도 사고현장에 있었다.
안국역 4번 출구 도로에서 열린 태극기부대 저지선을 뚫고 가던 노인 머리 위로 스피커가 떨어졌는데,

너희들이 경찰버스를 밀어붙여 스피커가 떨어진 것 아니냐.
그리고 죽은 사람이 어떻게 다섯 명으로 늘어났으며, 또 사라진 아홉 명은 뭐냐?




재수 없어 목숨을 잃은 노인이야 억울하기 그지없지만,
그 건 스피커를 설치한 자와 경찰버스를 탈취한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고를 부풀려 조작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개가 들어도 웃을 짓을 당장 중지하고, 불법 점거한 천막을 철거하라.




그들이 점거한 대형 천막속에는 여인네들 3-40명이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정치집단이 아니라 마치 사이비 종교 단체의 기도회 같은 느낌이었다.




한 쪽에서는 우산과 피켓을 든 대한애국당 당원 5-60명이 모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진상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고, 책임자는 불법시위를 선동하는 그들이 아닌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니, 그 와중에도 나를 주시하는 눈길이 쏟아졌다.
어찌 보면 늙어 쭈그러져 자기편으로 보였겠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빨갱이 끄나풀로 보였던 모양이다.




오래 전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도 한 번 당한 적이 있는데, 알아 본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얼른 빠져 나왔다.
험악한 분위기를 보니, 난리 통에 부역자로 몰려 처형당하거나,
전두환 잔당에게 개 맞듯이 맞아 죽어간 5,18이 떠올라 소름 끼쳤다.




한심한 사람들아! 쪽팔리지도 않느냐?


기자회견에 기자는 물론, 너희들을 부추기는 조선일보조차 나타나지 않고,
서울시에서 집회신고조차 받아주지 않는 이유를 진정 모른단 말이냐?



아무리 정치판이 개판이지만, 개들도 웃는다.
차라리 권력에 눈깔 뒤집힌 황가놈 뒤 구중이나 닦아주던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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