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나라 사진가에서 최고로 치는 분이 육명심선생이다.

육명심 하면 떠오르는 건, ‘백민’과 ‘장승’시리즈다.
우리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그 뒤 '문인의 초상', ‘검은 모살뜸’, ‘티벳’등을 찍은 작품도 있으나,
처음의, 그 강한 느낌을 앞지를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사진으로,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이다.
1966년와 70년 사이에 찍었던 “인상(印象)사진”이 바로 그 것이다.
‘영상사진’이란 이름으로 펴낸, 일련의 사진에서 또 다른 선구자적 기질을 보인 것이다.
당시는 리얼리즘사진과 살롱사진이 양분되어 있을 때라, 다들 거기에 메 달려 있을 때다.
선생은 그걸 극복하기 위해 세계사진사에 파고들어 대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동양적 세계관에 비롯한 조형적 사진미학을 찾은 것이다.

사실, 선생의 부친께서 스님이셨지만, 내가 볼 땐 선생도 중 팔자를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생의 몸에 베인 불교사상이 노장사상으로 이어졌을 게다.
그 사상의 중심이 바로 비움(空) 아니던가? 바로 ‘마음의 여백’에 기초해 작업한 것이다.
빈 공간과 배경 여백의 공간에 대한 관조적 태도는 동양적 감수성이 물씬 묻어나게 했다.
사진에 여러가지 표현형식이 있지만, 선생의 카메라아이는 독보적이었다.

선생께서 오는 11일부터 6개월에 걸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여점이 전시된다고 했으나, 아직 어떤 사진들이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선생의 전 사진세계가 골고루 조명될 것으로 생각된다.
개막식에 찾아뵙고 축하드리려 했으나, 아쉽게도 그 날은 중요한 약속이 겹쳤다.
‘작가와의 대화’가 있을 때나 찾아뵙고, 선생의 사진세계에 푹 빠지련다.


글 / 조문호

사진들은 육명심 ‘영상사진’ 작품집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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