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당이 도처에 있었다.
대개 서낭신이 붙어사는 오래된 나무나 돌 더미를 서낭당이라 했으나,
곳에 따라서는 사당, 즉 당집을 지어 서낭신을 모시기도 했다.

서낭당은 잡귀나 병을 막아주며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역할 외에도
마을 어귀에 자리 잡아 먼 길에서 돌아오는 가족들이 서로 만나거나 헤어지는
작별의 장소이기도 했다. 마음의 평안까지 안겨주는 곳이었으니,

이 얼마나 신성하고 드라마틱한 장소였던가?

이렇게 오랜 세월 민중과 함께 해 온 서낭당이 이젠 대부분 사라졌다.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우리 고유의 의식과 전통을 깡그리 없애 버린 것이다.
새마을 운동이란 깃발아래 씨를 말려 버렸다.

그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종교는 손대지 않았다.
미신이라 내쳤지만, 다른 종교도 결국 마음의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던가
힘센 다른 나라 눈치는 보면서 국민 아니 조상은 거지 발싸게 처럼 얕본 것이다.
그런 짓을 했으니 어찌 천벌을 아니 받겠는가?

우리 마을 만지산 서낭당이야기하려다, 괜히 열 받았다.
그렇게 서슬 퍼른 칼날에도 살아남은 곳이 내가 사는 정선 만지산 서낭당이다.
그만큼 깊은 산골에 숨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해마다 만지골 사람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기도 하고,
몇 년 전에는 만지산에 산삼 심으러 온 서울의 ‘농심마니’들도 제사를 지냈다.
그리고 무당을 불러 서낭당축제를 개최할 만큼 애착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올 들어 이 골에 자꾸 우환이 생기는 것이다.
모두 아흔은 넘겼으나 만지골의 어르신 두 분이 차례로 돌아가시더니,
두 달 전에는 옆집에 사는 노성수(60)씨가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과음으로 팔을 헛짚어 유리에 동맥이 끊기는 끔찍한 사고가 난 것이다.

지난 8일 밤늦은 시간 아내와 서낭당 앞에 무릎 꿇고,
제발 우환을 거두어 달라며 서낭신께 빌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만지골의 재앙을 거두어 주소서!
내친김에 이 사악한 세상까지도 바로잡아 주소서!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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