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마트에서 ‘가지 고추’란 처음 보는 야채를 사왔다.
어떤 맛일까 궁금해 샀다지만, 접 부친 변종 자체가 싫었다.
맛도 니 맛도 내 맛도 아닌데다, 맵지도 않고 가지처럼 질기기까지 했다.

요즘 시장에는 토종 농산물보다 변이종 농산물이 더 많다.
대개의 농산물에 발육촉진제를 사용해 덩치도 커졌고 반질반질 잘 생겼다.
상품 진열대에 버젓이 자리 잡으려면, 커고 때깔이 좋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걸 지켜보면 도저히 사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병충해가 많은 고추에는 특히 농약을 많이 뿌리는데, 비에 씻겨 내릴까봐
농약에 접착제까지 섞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래서 바쁘지만 야채는 농사지어 먹는데, 집을 자주 비워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비료 대신 퇴비를 쓰고 농약도 쓰지 않았으니, 작물들의 꼴이 볼품은 없다.
다양하게 조금씩 키우다 보니 병충해를 입어 맛도 보지 못하는 작물도 더러있다.

왜 환경 친화적인 토종 농산품들은 시장 진열대에 나오지 않을까?

사실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내 놓을 것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직접 먹을 것과 내다 팔 것을 구분해 농사짓는데,
알아주지도, 값도 제대로 못받는 토종 농산물은 팔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고 못생긴 토종 농산물들이 비싼 값으로 팔려나가야 농민들도 생각을 달리할 것이다.
농촌지도소에서도 이젠 증산보다 토종 농산물 재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소비자의 배를 량으로 채우는 시대는 끝났다. 모두들 질 좋은 농산물들을 원하고 있다.

사진,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