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여 년의 세월동안 뻔질나게 인사동을 드나들었다. 이곳이 나에게 생업의 공간은 아니었지만,
약속의 거리였고 만남의 자리였고 어울림의 터전 이었다. 가까이 있으면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는
사람들과 만나 많이 떠들고 웃어댔다. 그 세월동안 나에게 모든 길은 인사동으로 통하였다.

골동품이니 예술품이니 하는 것들에는 별로 관심두지 않았다. 오로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마음
쏠렸다. 삶의 기쁨을 주는 어울림을 찾아 자꾸만 인사동으로 갔다. 때때로 취해서 꼴갑 떨어 빈축
을 사기도 했다. 대책 없이 껄덕대기도 많이 했다. 그러다 바람맞아 쓸쓸해지기도 했다.

거리의 여기 저기 아늑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술과 차와 먹거리를 준비해서 우리를 기다리는 상냥
한 여인네들이 사랑스러웠다. 그 오붓한 잔치마당에서 이야기가 난무하고 웃음이 어울어지고
정보가 소통하고 설왕설래가 이루어졌다.

그리운 사람들 정겨운 사람들의 기억이 오롯이 담겨있는 인사동에 지금도 나는 소속되어 있다.






구중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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