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문화란 공기나 물처럼 생존의 근원을 이루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필자도 오랜 세월 인사동을 드나들며 우리문화를 찾고 작품들을 구하며 그 맛을 은근히 즐겨왔다.
그동안 구입했던 소장품 중에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은 80년대 중반에 구입한 운보의 ‘태양을 먹은 새’다.
태양처럼 이글이글 불타는 욕망을 표현한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와당에 새겨진 새가 마치 불새가 되어
가마 위로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창작의 집념을 다져왔다.
이십 여 년 전 어느 날 친구들 틈에 끼어 초면이었던 정승욱씨가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다 갑자기 운보 김기창씨의 판화 앞에서 자리를 뜨질 못했다.
술자석이 파한 후에도 저 그림을 갖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며 드러누워
결국은 그 판화시리즈 세 점을 뺏기듯이 넘겨주었다.
필자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어떻게 해서라도 구입해야 하는 성정이라 십분 이해는 하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인사동을 오가며 늘 안타깝게 생각해 온 것은 인사동만의 전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인사동은 이리 저리 얽힌 골목길의 정취를 빼 놓을 수 없다.
골목마다 신라길, 가야길, 고구려길, 백제길등 으로 명하여 그 시대의 문화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벽화나 도자, 풍속도를 전돌이나 와당으로 재현하는, 담장문화, 굴뚝문화, 장독문화 등 을 조성하여
우리 골목문화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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