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집은 인사동의 전형적인 한옥을 개조해 만든 술집이었다.
그 집은 실비집이라는 이름답게 정말 술값은 쌌고 인심은 후했다.
누구든 소주나 막걸리 한 병 값만 있으면 찾아들 수가 있었다.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김치나 콩나물 무침 같은 반찬을 보시기 채로 그냥 내주기도 했었다.
이북이 고향인 주모는 누구든 물 값이 없다고 그냥 내치는 법이 없었다.
외상인지 뻔히 알면서도 술상을 차려주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그 집의 주 고객들은 그 실비집을 실비대학이라고 불렀다.
주모는 실비대학 총장님으로 불리웠다.
그 실비대학의 수강생들은 주로 화가, 사진작가, 도예가, 조각가, 시인 같은 예술인들이었다.
또 소리꾼이나 춤꾼, 성악가들도 있었고, 심지어 수도승처럼 보이는 스님들까지도
면벽 좌선하듯 앉아 있곤 하였다.
김신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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