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선생은 시인이기 전에 훌륭한 사진모델이었다.
사진 찍을 때마다 마치 사진사의 마음을 읽는 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으로 놀라게 했다.

내가 월간사진 편집장 할 무렵, 사진협회에 일이 있어 잠시 들렸다.
그 당시에는 예총회관이 인사동 초입에 있었는데, 난데없이 천상병 선생이 문을 열고 나타나신 것이다.
“어! 육명심씨는 어딧노? 육명심씨는 어딧노?”를 반복하며 마치 돈 떼어먹고 달아난 사람 찾듯 목청을 높이셨다.
육명심선생은 왜 찾으시냐고 여쭈었더니 대뜸 모델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받아야 되냐고 여쭈었더니 “만원은 받아야 된다. 만원은 받아야 된다.”를 반복하셨다.
선생님의 천원짜리 세금 징수는 당연시 여겼으나 모델료는 좀 생뚱맞았고, 돈이 없어 더 난감했다.
하여튼 초상권이니 저작권이니 하는 권리 주장이 당연시된 지금 되돌아보면 천선생은 매사에 앞서가고 있었다.
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있던 오화경씨가 찾아와 모셔갔지만 노잣돈 할 것이라는 천선생의 말씀이 영 잊히지 않는다.

고향 가는 여비인지 저승 가는 여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 노잣돈 못 챙겨 드린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


조문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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