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달력마저 달랑거리는 12월 10일의 수요일이었다.

 

인사동의 수요일은 언제나 예술가들의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전시장마다 새 전시가 열리고, 식당과 술집들은 뒤풀이로 부산하다.
가는 곳마다 반가운 사람들이고, 거리 곳곳에 낯익은 모습들 뿐이다.

 

12월10일은 평소 수요일과는 달리 뜨거운 열기로 인사동이 들썩였다.

한 때 민중미술가로 정치 투쟁의 선봉에 섰던 목판화가 김준권씨와
화가 박불똥씨의 전시가 열려, 옛 민주인사들로 인사동이 도배됐다.

 

그 날은 민중봉기 기념일이 아니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었다.

이 곳 저 곳 돌아 다니며 사진 찍고 술 마시느라 혼자 바빴다.
불알에 요랑 소린지, 구세군 종소린지 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사진,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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