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인사동으로 상경한 세 화가가 있다.

영도다리 밑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존수씨와 최울가씨, 박광호씨다.
이들은 70년대 중반 부산 남포동의 ‘한마당’에서 알게 되어 10년 후 인사동에서 재회했다.
어느 날 술이 취해 포장마차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박광호씨를 만났는데 “형!”하며 반가워하다
그 자리에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몇 푼 되지 않는 외상 술값으로 ‘실내악’에 건네 준 박광호씨의 그림은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또렷하다.
생선뼈만 앙상하게 남은 빈 쟁반을 그린 그림은 그의 삶을 말하는 것 같아,
가끔 그 술집을 찾기도 했으나 이제는 문을 닫아 그마져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이후 이존수씨와 최울가씨는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여 승승장구 했으나
박광호씨는 여전히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그림을 모아 몇 번이나 불태웠다.

지난 해 갑자기 이존수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었다.
인심을 잃어 그의 죽음을 아무도 슬퍼해 주는 사람이 없어 더 슬펐다.

최울가씨는 유목민처럼 떠돌아 다녀 자주 볼 수가 없고,
박광호씨는 몹쓸 병에 걸려 다리를 쓰지 못해 자주 볼 수가 없다.



조문호(사진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