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 하나가 있다.
인사동에서 몇 분과 어울려 낮술을 마시다 소설 쓰는 형의 안내로 조그만 카페에 들어섰는데 그
마담의 형색이 영판 툇물 포주인 듯한 모습이었다, 거친 피부에 천박스럽게 보이는 주름살과 레이
스가 많이 달린 빨간 원피스, 모자테가 거추장스러운 빨간 비키니모자. 전체 모습에서 고상미는
눈 씻고 찾을래도 없을 듯 했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서 분위기를 띄우던 형이 한쪽 구석의 낡은
풍금을 향해 손짓하며 그 주인을 앉으라 한다. 아무도 선동하지 않았지만 차츰 고양되는 흥겨움으
로 쉬지 않고 한 두어 시간 합창을 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노래가 다 끝난 후에 풍금에서 일어서는
그 아줌마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풍금은 처음에 ‘학교
종이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은 루치아니 파바로티를 넘어서 나의 무식을 조롱하는 선율까지 담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풍금을 생각하니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박영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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