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술

리금홍展 / LEEGEUMHONG / 李錦鴻 / video.installation

2014_1105 ▶ 2014_1111

 

리금홍_변심술_증류주, 혼합재료, 설치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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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105_수요일_06:00pm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Emerging Artists: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3층

Tel. +82.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변심이전 ● 누렁이 주둥이는 노끈으로 칭칭 감여 있었다. 다리도 둘씩 묶여 있었던 것 같다. 아저씨들이 개 몸뚱이 위에 멍석을 덮었다. 그리곤 몽둥이질을 했다. 죽은 것 같았다. 나무에 개를 매달고는 그 몸에 불을 붙였다. 아이들은 저만치 가있으라고 했다. 멀찌감치서 타는 냄새가 났다. 엄마가 말하는 '노린내'라는 냄새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일곱 살 무렵이었을 거다. 이후에도 몇 차례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저씨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건지는 몰랐다. 하지만, 잔인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은밀하고, 힘든 일처럼 보였을 뿐이다. 몽둥이로 개를 때린 이유는 그로부터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고기 맛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최근 몇 년전까지 나는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 개고기 수육은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 찢어야 제맛이라며 도마를 사용하지 않는 집을 찾기도 했다. 나는 미식가임을 자랑삼는 사람이었다.

 

 

리금홍_변심술_영상설치_00:02:25_2014

 

 

변심의 징후 ● 변심의 징후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40여년을 땅 위에서 살면서, 숨 쉬는 방법을 배워 본 적은 없었다. 물 속에 던져진 육상생물로의 내 몸은 허둥댔다. 옆에서 수영하는 남자의 온 몸과 열 발가락 사이사이를 훑은 물이 내 입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앞사람의 온 몸을 훑고 이내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뱉어낸 공기를 누군가 다시 들이마시듯.

 

리금홍_한통속_단채널 영상_00:02:52_2014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거북이를 기르자고 졸랐다. 대형마트에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다. 마트에서 본 광경은 놀라웠다. 매장 한 켠이 동물원 같아 보였다. 강아지, 햄스터, 새, 열대어... 각각의 동물들은 투명 유리 안에 들어있었다. 겉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아들과 이미 약속을 한 터라 두 마리를 샀다.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몇 달 키우다 동네 공원 연못에 풀어주면 되겠지 하는 요량이었다. 거북이를 집에 데리고 온 후 몇 주가 지나서야 알았다. 우리가 산 거북이는 외래종이어서 연못에 방생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연못에 사는 토종 물고기들을 죄다 잡아 먹는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거북이를 식구로 받아들여야 했다.

 

리금홍_한통속_단채널 영상

 

 

3년전 봄, 구제역으로 살처분 된 동물들을 위무하는 전시에 참여했다. 공장식 축산과 거기서 살아야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수컷으로 태어난 돼지나 소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고기냄새 때문에 거세를 당한다. 거세 할 땐 마취도 하지 않는다고. 어디 그뿐일까. 성장 촉진제를 맞은 닭들은 뼈가 근육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도살 즈음에는 다리가 부러져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지.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쪼아대지 못하도록 불에 달군 철사로 주둥이를 모두 잘리고서 말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동물들뿐 아니다. 털을 얻으려고 키우는 동물들도 대개 살아있는 채로 온몸의 털을 벗겨낸다. 죽은 동물의 털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리금홍_꽃살_단채널 영상_00:03:11

 

 

돼지고기 한 근을 사다가 비닐포장을 뜯었다. 칼이 잘 나가지 안길래, 칼갈이를 꺼내들었다. 칼갈이에 챙챙챙챙 소리를 내며 칼을 갈아냈다. 오늘은 고추장 마늘을 넣고 제육볶음을 할 참이다. 다시 돼지고기 덩어리를 내려다 보았다.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자르려고 하는 이 살덩어리는 어디에서 온 걸까? ● 육상생물인 내 몸이 물 속으로 들어가면서, 거북이 두 마리가 우리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공장식축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칼질할 때, 살점을 발라낼 때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어떤 생물인지.

 

리금홍_꽃살_단채널 영상_00:03:11

 

 

변심술-변심의 실재 ● 몇 달간 술을 빚었다. 쌀을 불리고, 누룩과 밥을 섞고, 발효를 기다렸다. 매일 매일 장독 뚜껑을 열고 살피고 토닥였다. 미생물들이 완성시켜 주기를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용수를 박아 넣고 술을 떠냈다. 그리고 소줏고리에 다려서 한방울씩 받아냈다. 주신(酒神) 앞에 술을 올리고 제를 지내고자 한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지금까지 고민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해.

 

리금홍_변심가_액자에 네임펜으로 쓴 노래가사_2014

 

 

변심하여 변신하고 싶다. 그동안 쌓아온 습성을 이기고 싶다. 변심술을 마시고 다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을 바라보고 싶다. 나는 개가 되었다가, 물 속으로 들어가 거북이가 되었다가, 장미가 되었다가, 닭과 돼지와 소가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었다. ● 나의 변심이 질문이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 리금홍

 

 

Vol.20141105b | 리금홍展 / LEEGEUMHONG / 李錦鴻 / video.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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