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과 나 사이는 오래 묵은 된장입니다.
그가 내 속에 들어와, 아니 내가 그 속으로 파고들어 정 주고 받는 맛을 들인 지가 벌써 스물다섯 해를 넘겼거든요.
그동안 많은 인사동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더러 꽃시샘 바람으로 구차하고, 또 더러는 아침 우물가 감나무 가지 끝에 앉아
우짖는 까막까치의 울음처럼 꼭두서니 빛으로 반짝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풍류세상에서 빛나고, 또 예술세계에서 깊이 묻히거나 아주 저물다가 소식이 가물거릴 때마다 그들을 그리워하는
내 추억의 마음 한 자리에는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된 사연들이 장독대에 내려앉는 함박눈처럼 차곡 차곡 쌓여갔습니다.
그 눈들을 맨손으로 ‘쓰윽’ 쓸어봅니다.
아주 잠깐 손끝이 시려올 뿐, 차가운 듯하면서도 따사한 기운이 손바닥을 부드럽게 감싸옵니다. 인사동과 내가 정분이 난 거지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랑이 이런 건가요.
만질 수 없는 그리움까지, 눈썹 밑에 살풋 밟혀옵니다.
그 그리움과 정분에 철없이 온몸 들썩이다가 ‘인사동 블루스’라는 춤을 추기 시작했지요.
박인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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