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명산 섭렵한 곽원주 화백]

2년간 8000m급 高峰을 산수화로… 탈레반 위협·거머리 습격도 받아
히말라야가 '죽음의 등반'이라고요? 북한산보다 오르기 쉬운 산이에요


"히말라야 고봉은 동양의 산수화풍에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히말라야 산수화는 동양화의 모든 기법이 총동원되는 새로운 장르가 될 겁니다."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경향의 실경산수화풍으로 발전시켜 온 한국화가 곽원주(63) 화백은 국내 1000여곳의 산은 물론 중국·일본의 명산 100여곳을 오른 산악인이다. 2000년부터 등산 전문지 '월간山'에 그림 산행을 연재해 온 그는 자신을 '산꾼 화가'라 칭했다. 이 산꾼 화가가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모두를 다녀와 화선지에 옮겼다. 히말라야 14좌를 화폭에 담은 것은 동양화가로선 곽 화백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인사동 작업실에서 만난 곽원주 화백이 준비 중인 작품과 스케치를 보이며 히말라야 고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동진 객원기자 

 

그도 2년 전까진 히말라야는 동양 산수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산꾼으로서 히말라야를 가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이를 화폭에 담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죠. 산이 각지고 음영이 심한 히말라야는 동양화풍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죠. 그런데 한국 문화·예술 사업을 후원하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그러더군요.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2011년 9월 첫 원정대를 꾸려 안나푸르나(Annapurna)에 간 곽 화백은 히말라야가 동양 산수화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졌다고 한다. "발밑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만발했는데, 저 멀리는 짙은 녹음이 보여요. 산자락엔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고, 정상에는 설경이 펼쳐집니다. 한 시야에 4계절의 풍미를 다 볼 수 있는 히말라야에선 동양화의 모든 기법을 한 작품 안에 담을 수 있더군요."

'동양3국 명산전', '동양삼국 명산 앙코르전' 등을 기획한 그가 말하는 삼국 산수화는 독특한 차이를 가진다. 산이 높고 곡이 깊은 중국의 산수화(山水畵)는 먹의 농담(濃淡)으로 산의 형상을 표현한 발묵법(潑墨法)이 발달했다. 독특한 색의 화산이 많은 일본에선 채색 산수화가 주를 이룬다. 이 둘의 중간에 있는 한국의 산수화는 실경에 주자학적 자연관의 관념성이 반영돼 있다. "깊은 산세는 발묵법으로, 4계절의 화려함은 채색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산수화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표현되는 관념성이죠." 2011년부터 시작된 작업은 지난달 18일 시샤팡마(Shishapangma)를 내려오며 끝이 났다. 그동안 숱한 위험과 대면했다. "인근 베이스캠프가 탈레반의 습격을 받는 일도 있었죠. 히말라야 거머리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입니다. 삶은 열악하지만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죠."

흔히 8000m 고봉이 즐비한 히말라야 등반을 극한의 스포츠로 생각한다. 하지만 곽 화백은 히말라야를 노년층에 권하고 싶은 산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 스케치도 주로 해발 4000m에서 이뤄졌다. 완만하게 4계절의 풍광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고, 장엄하게 솟은 고봉을 바라보며 인간의 미약함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4000m까지 오르는 것은 북한산·도봉산 오르는 것보다 쉽죠. 그저 험준할 것만 같은 히말라야도 봉우리마다 특징이 다릅니다. 히말라야 동편 네팔 쪽 고봉은 지리산에, 서편 파키스탄 쪽은 설악산에 비할 만하죠. 작품을 통해 히말라야의 다양함과 생동감을 담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내년 9월 서울 정동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리는 '화폭에 담은 히말라야'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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