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위한 부모마음이야 모두 같겠지만 유별난 자식사랑에 노년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할머니를
지난 7일 충청남도 서천장에서 만났다.
서천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서면에서 혼자 사시는 이길희(86세)씨는 고생을 너무 많이 하여 허리가 기억자로 굽어 버렸다.
조그만 텃밭을 일구고 있으나 할머니가 드시기 보다는 장에 내다 팔 생각으로 열심히 가꾼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기에 혼자 편히 지낼 수도 있으나 객지 사는 자식들 주려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악착같이 모아 자식에게 털어 넣는다.
남들은 아침 일찍부터 장에 나와 난장을 펴고 있었으나 이길희씨는 오전 9시가 넘어 손수레를 끌고 나오셨다.
몸이 불편해 거북이처럼 천천히 움직이니 늦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자리가 없어 여기 저기 헤메느라 30분을 소비하였다.
자동차 통행로에 자리를 폈다 쫓겨나기를 몇 차례나 반복한 후 간신히 구석자리에 끼여 않을 수가 있었다.
가지고 나온 물건이래야 텃밭에서 뽑은 부추3단,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나물 조금, 어리굴젓 세통이 전부였다.
고사리와 부추를 담아 온 깨진 대야도 스카치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었고,
프라스틱 채반도 모퉁이가 날아가 할머니 육신처럼 세월의 더께가 쌓여 있었다.
어리굴젓이 맛있다는 자랑에 지나가는 할머니가 얼마냐고 물으면
“이만원에 팔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 만 오천원에 줄게”라지만 모두 그냥 지나친다.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자 이젠 사진 찍는 아내에게 마수 좀 해 달라며 붙들고 늘어진다.
“이틀 동안 고생해 꺾은 고사린데 엄청 좋아”라는 통사정에 마음 약한 아내가 지갑을 열었다.
돈을 받자마자 마수했다며 지폐를 머리에 문지르며 온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고사리를 다듬던 아내가 구시렁거린다.
고사리가 세어 대부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드럽게 하려고 너무 많이 삶아 변하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그 굽은 몸으로 고사리를 찾아 다녔으니 시간도 많이 걸렸을 것이고
이것저것 가려가며 꺾을 처지도 아니었을 것이다.
남들이 먹지 않는다는 거친 고사리지만 할머니는 먹을 수 있었을게다.
아내는 할머니에게 적선했다 생각하면 된다지만, 할머니의 잘못된 자식사랑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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