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나이에 따라 고무줄 같은 성질을 가진 것일까?
우리가 사는 물리학적 시간은 같지만 어린아이, 청년, 중년, 노년의 시간은
각기 시간의 길이가 다른 것 같다.
요즘 부쩍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젊은 시절, 친구 좋아하고 주색에 연연하다 사진기록에 소홀했던 자책 때문일까?
아니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조급함이 작용했을까?
그 조급하게 서두는 일 욕심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선 시골의 밭일도 끼니를 놓친 채 너무 무리하여 몸살을 앓기도 하였고,
사진작업에 대한 욕심으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전라남도 지역으로 장터 촬영을 떠났다.
이틀 동안의 강행군에 이어 오후 늦게 춘천 마임축제장으로 이동했다.
진안에서 바삐 서둘렀으나 공연장에 도착하니 오후11시였다.
다행히 새벽 다섯 시까지 이어지는 공연이라 촬영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일을 끝내고 나니 새벽 2시 무렵이었다.
차에서 눈을 좀 붙이면 좋으련만 새로 구입한 코란도 밴은 화물용이라
의자를 뒤로 눕힐 수 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아내의 만류도 못들은 채, 고성 대진으로 출발하여
오전 6시경 조그만 어항이 있는 대진장에 도착했다.
포구에는 고깃배가 들어와 있었고, 길가 양편에는 장돌뱅이
세 사람이 짐을 풀고 있었지만 정신이 흐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후회막급이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구룡령 구비 구비를 돌아 창촌장, 사창장을 거쳐 돌아오는 길은 바로 지옥 길이었다.
졸다가 마주 오는 차와 부딪히기 직전에 꺾어 차가 토끼 걸음으로 뛰기도 했고,
벼랑으로 치 닿아 급브레이크로 저승가는 시험도 했다.
예전에는 하루 이틀 쯤 밤샘해도 큰 무리가 없었으나 이젠 달랐다.
집으로 돌아 온 후 몇일 동안 몸이 풀리지 않아 낑낑대야만 했다.
때 늦은 후회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시간이 빠르게 갈수록 더 천천히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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