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전라남도의 시골장터를 찾아 다녔다.
강진 마량장, 나주 다시장, 담양 대치장, 해남 남리장 등 사라지기 직전의 조그만 장터들인데,
떠날 때마다 처음 만나게 될 장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설렌다.
시골장터의 정겨움이 고향처럼 편안하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시골마을의 향토색을
만난다는 게 처녀 총각이 첫선 보듯 궁금하기 때문이다.

한산한 시골장이지만 장꾼들은 하나같이 누굴 만날 약속이라도 한 듯 일찍부터 난전을 편다.
그 중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차양막을 치는 일이다.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며
한 가게를 표시하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장돌뱅이들의 행낭에는 오래된 천막들과 장대들이 항상 따라다니는데,
마치 오래전 써커스 단들이 가설무대를 설치하듯 천막 치는 일도 일사불란하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장꾼들의 대부분이 현수막으로 쓰다 버린 재활용 천막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상품광고에서부터 축제와 행정안내, 노래방광고 등 별의 별 홍보 현수막들이 많았지만
그 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이 입후보자들의 선거 현수막들이었다.
그 것들은 이어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의 대형 현수막들이라 재활용 천막으로 안성마춤인데,
역시 정치판은 버리는 것도 통이 컸다.

봄꽃처럼 울긋불긋한 화려한 차양막에서 장꾼들의 알뜰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좋았지만,
먼 훗날 남게 될 사진 속의 글에서 오늘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록적 사진 언어 역할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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