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의 이면 Inverted Surfaces

한성필展/ HANSUNGPIL / 韓盛弼 / photography 

 

2022_0805 ▶ 2022_1023 / 월요일 휴관

 

한성필_Weight of Time 1_2014

 

초대일시 / 2022_0805_금요일_05:00pm

관람료 / 성인 5,000원 / 학생(중학생~대학원생) 4,000원우대 (만 65세 이상,어린이,장애인,국가유공자 포함)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2,3층

Tel. +82.(0)2.720.5114

www.kumhomuseum.com

 

금호미술관은 2022년 8월 5일부터 10월 23일까지 사진작가 한성필의 초대전 『표면의 이면 Inverted Surfaces』을 개최한다. 한성필은 재현과 환영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과 지구 환경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를 작업에서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며 촬영한 세 개의 연작과 영상 작업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건축물 복원 현장 앞에 설치된 이미지가 프린트 된 임시 가림막을 촬영하여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드러내면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Façade」 연작, 극지방인 북극해와 캐나다 로키 산맥 등의 모습을 촬영하여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자아내는 동시에 과잉 개발로 인해 빙하가 빠르게 녹아 내리는 기후 문제를 보여주는 「Polar Heir」 연작, 그리고 프랑스 소도시의 전원 풍경 한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포착한 「Ground Cloud」 연작을 전시한다. 그의 작업은 눈 앞에 놓인 화면의 스펙터클과 장엄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확장된 사유의 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2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2층_2022

건물 외벽을 일컫는 '파사드(façade)'는 유럽에서 역사적 건축물이나 문화재 복원을 위한 공사현장의 차단막을 가리키기도 하며, 이는 공공미술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오래 전, 영국 런던에서 복원 공사 중이던 세인트 폴 대성당 앞에 성당의 기초 디자인이 그려진 대형 가림막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본 작가는 그간 고민하던 이미지의 재현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사드와 건물의 벽화인 '트롱프뢰유(Trompe-l'oeil)'를 카메라에 담았다. ● 언뜻 사진 속 가림막의 이미지는 실제 건물의 모습처럼 보이며, 자연광과 가로등의 빛이 섞여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새벽의 하늘색은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 중 하나인 「Façade」 연작은 낮과 밤, 현실과 판타지, 사진과 회화 등 상반되는 두 요소가 한 화면에 혼재해 나타나면서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를 묘하게 흐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Ground Cloud」 연작은 작가가 2005년 프랑스 소도시의 고성 지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처음 촬영하였다. 사진들은 마치 구름이 피어 오르는 전원 마을을 담은 듯 하지만, 센 강과 루아르 강 인근 원자력 발전소에서 강물을 냉각하면서 발생한 수증기를 포착한 것이다. ● 목가적인 대지의 모습과 발전소에서 내뿜는 수증기가 만들어 낸 생경한 풍경은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환경 문제에 대한 고찰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작가는 에너지 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나 찬반 논쟁을 벗어나 대립되는 것들의 낯선 공존을 차분히 드러내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문명과 자연의 상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활동 초기부터 작가가 관심 가져 온 지구 환경과 자원 개발에 대한 주제는 다른 작업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작가가 최근까지 관심을 가지고 촬영한 극지방의 모습을 담은 「Polar Heir」 연작은 자연과 문명, 지구환경, 자원 개발과 같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수년 간의 리서치를 진행한 후 카메라 장비를 들고 극지방을 여행한 작가는 빠르게 녹아 내리는 빙하와 과거 산업 지역 등을 기록하였다.

 

전시 공간을 압도하는 대형 사진 작업들은 태고의 모습을 지닌 자연의 초월적인 모습인 동시에 수 세기 동안 이루어진 자원 개발의 역사와 자연 개척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대자연의 숭고함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 문제의 현실을 한 장면에 포착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을 사유하도록 한다. ■ 금호미술관

 

Vol.20220805i | 한성필展/ HANSUNGPIL / 韓盛弼 / photography

많은 사람들은 흔히 사진은 매체적으로 회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상호비교를 한다. 하지만 본인은 사진의 궁극적인 성격은 회화보다는 오히려 조각과 더 흡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줄곧 해 왔다.

물론 전통적인 조각은 쇠나 돌, 혹은 나무와 같은 물성을 물리적으로 자르고 붙이고 다듬는 매체로서 최종적인 결과물은 사진과 판이하게 보인다. 하지만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공간을 카메라와 저장매체를 통해 ‘현재를 과거로 단절’하고 ‘추상적인 공간을 기억의 정체성의 장소로 변이’시킨다. 즉 사진은 이미지라는 평면을 이용해서 ‘시간과 공간을 다시금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의 시점을 만드는 극도의 개념적인 조각 매체의 성격을 지닌다.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시간과 공간은 사실의 기록인 동시에 가장 사실 같이 보이는 허구인 이유 또한 이 때문인 것이다.

본인의 버킷리스트의 1, 2 순위였던 북극권과 남극권을 최근 사진과 비디오 작업의 목적으로 두 곳 모두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있었다. 평소 본인이 가졌던 이 두 곳의 특별한 관심사는 극지방에서 보여지는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와 현실의 간극 때문이다.

흔히, 우리들에게 남극과 북극의 이미지는 극한의 추위와 함께 눈과 얼음으로만 황량하게 뒤덮여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고정된 극지의 이미지는 우리가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이나 동화책에 삽화와 함께 서술된 북극과 남극의 정복에 대한 고난과 역경에 대한 기억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다.

 

 

Antarctic TACET 10, 2014, Archival Pigment Print, 122cm x 178cm

 

Arctic TACET 7,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22cm x 187cm


하지만 북극은 16세기 네덜란드 탐험가 바렌츠가 스발바르제도를 발견한 후 이곳에서는 바다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 만큼의 수많은 고래가 살육되었고, 마침내 씨가 마르기 시작하였다. 결국 18세기에 제임스 쿡 선장이 남극을 발견한 후 북반부의 수많은 고래 사냥꾼들이 몰려와 전세계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남극의 마스코트인 펭귄과 물개들까지 수십만 마리가 도살되었던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도살된 수 많은 극지의 동물들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패션산업, 윤활유 등의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사용되었다. 심지어 석유나 전기가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전인 17, 18세기에는 고래 기름으로 만든 등잔과 양초는 물론 등대와 가로등의 불을 밝히는 기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둠으로의 해방과 동시에 산업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20세기 북극에서 발견된 어마한 양의 석탄은 극한의 동토의 땅에 광산 개발의 붐이 일어났고, 최근에 이르러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나는 북극과 남극에 매장된 수천억 배럴의 석유는 메이저 정유 회사들의 유정(油井) 개발을 위해 마치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와 흡사하게도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끝없는 부와 에너지를 위한 탐험의 욕망들이 잠재적으로 투사되어 있는 극지의 모습은 과거 역사에서 돈과 명예를 위해 극지 탐험을 나섰던 욕망의 기억도 함께 중첩된다.

혹독한 추위와 미지의 위험을 극복해야만 갈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었던 극지는 과거 역사의 고래잡이, 광산 개발, 극점 정복을 위한 선구자들의 혹독한 대 자연과 맞선 도전과 투쟁, 심지어는 숭고한 희생까지 감수했었던 그들의 노력을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었다. 이를 통해 21세기의 극지는 더 이상 우리의 상상 속에만 머무는 공간이 아닌 개인들에게는 자그만한 용기를 가지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숭고한 자연풍경을 지닌 매력의 장소이며 국가 간에는 자원과 에너지 개발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처럼 대자연의 숭고미로 보여지던 극지 풍경의 이면에는 과거 기억과 흔적의 충돌 및 접점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숭고로 대표되는 극지방의 풍경 속의 이면에는 역사적 기억과 현실의 흔적이 잠재되어 있고, 사진과 영상의 재현을 통해 ‘시간이 변이’되고 ‘공간이 단절’된 이미지로 우리들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 한성필(1972- ) 중앙대 사진학과, 영국 킹스톤대 및 런던디자인미술관 공동 석사(MA)과정 프로그램 -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졸업. 현실과 복제, 그리고 재현의 관계를 보여주는 파사드 프로젝트(Façade Project)로 국내외 주요 미술관, 공공프로젝트, 비엔날레 등 전시 참여.

[스크랩/ 김달진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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