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NGO신문] 김아름내 기자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문인화전에는 김주대 시인 시 외에도 고은, 강은교, 공지영, 구중서, 김경주, 김사인, 김정환, 나희덕, 도종환, 문태준, 백낙청, 백무산, 송기숙, 신경림, 신경숙, 안도현, 염무웅, 이경자, 이시영, 이은봉, 이재무, 정희성, 천양희, 현기영, 황석영 등 선후배 작가들 작품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들이 전시된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은 “김주대 시인이 선후배 작가들의 시와 문장을 독자적인 해석으로 그려 헌정한 그림들은, 40주년을 맞은 작가회의 선후배 간의 ‘우애’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시「산에 대하여」를 소재로 한 문인화에 대해 신경림 시인은 “낮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가는 강물이 서로 만나며 오랜 세월 마르지 않고 흐른다. 세상은 약한 강한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가회의 40주년은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산을 이룬 것이다. 낮은 산들이 만들어낸 재미를 김주대 시인이 낮은 언덕처럼 잘 그려냈다”라고 평했다.
 
한편, 시 「숨은 꽃」을 문인화로 만나는 천양희 시인은 “꽃도 숨은 꽃이 더 아름답듯이 그림 속 '숨은'이라는 글자가 숨을 쉬는 것 같아 영혼을 건드린다. 김주대 시인의 시인에 대한 그림이 바로 그의 숨은 시”라는 소회를 전했다.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전 개막식은 22일 저녁 6시, 인사동‘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5층에서 열린다. 개막식에는 이시영 이사장을 비롯한 김주대 문인화 대상 작가들과 지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소설가 김영현, 신작 장편 '누가 개를 쏘았나'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소설가 김영현(59) 씨가 한국작가회의 부회장, 실천문학 대표 등 문단 활동을 접고 경기도 양평의 시골에 내려가 집필에만 몰두한 지 벌써 2년째다.

 

그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곳에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양평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흑천'을 걷고 또 걸으며 사색에 잠겼다.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이 사회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2007년 '낯선 사람들'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누가 개를 쏘았나'(시간여행 펴냄)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책을 내고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고 될 수 있으면 서정적이고 순한 언어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한물간 검객인데, 녹슨 칼 들고 세상에 나서는 게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그는 말했다.

 

이른바 '민족문학의 대표작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그의 문학에는 고문, 감옥, 분노 등 고통의 언어들로 가득했다. 1984년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한 이래 민족문학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 신작에서 그는 그러한 '녹슨 칼'을 버리고 '치유'와 '희망'이라는 새로운 '칼'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는 이에 대해 나이가 들면서 세상에 대한 미련도 버리게 되고 "불꽃 덩어리"인 서울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자신 내부의 "불길"을 잠재운 결과라고 말했지만 정작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제가 처음에 시끄럽게 나왔잖아요. 문학을 하는 사람은 싸움꾼과 구도자 둘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죠. 그 시대에는 그게 맞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문학을 통해서 싸움한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 돼버렸죠."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단단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는 소설 속 여인의 말을 빌려 "이 세상에 탐욕을 이길 힘은 없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을 노래한다. 소설 속에서는 '사랑'에 방점을 찍어놓았다. "문학이라는 게 엄중한 도덕성이 자기 속에 있더라고요. 99개의 절망을 노래해도 1개의 희망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게 문학인 것 같습니다."

 

소설은 평온하던 한 시골 마을 바람골에 개들이 의문의 총상으로 연달아 숨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로 인해 마을에 수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이 사건이 계기가 돼 주인공 장하림도 바람골에 찾아들게 된다.

 

개를 죽인 범인과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며 소설 전체에 팽팽한 장력을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무게 있는 주제들을 골고루 녹여낸다.

 

김씨는 이 작품을 신문에 연재할 당시 소설 속에 사회과학적인 얘기를 다 풀어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삭제됐지만 그래도 작품 속에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깊게 팬 갈등, 베트남전 참전, 개발이익만을 탐하는 힘있는 세력들의 폭력과 같은 주제들이 담겨 있다.

 

그는 "소설의 영역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를 골격으로 해서 인문적인 논의, 사회적인 고민이 많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문학이 위엄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작가가 그 지위를 박탈당하고 천한 엔터테인먼트의 무기로 전락했죠. 예전에는 작가가 한마디 하면 상당한 메시지가 됐는데 이제는 옛날 얘기죠. 글쟁이가 아닌 문인이란 것은 엄중한 이름이죠. 교양인을 뜻하는데, 교양인의 위치에 있는 문인이 많지 않아요. 요즘 시절에는 난망한 일이죠."

 

그는 최근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가제)이라는 제목으로 넘어설 수 없는 주제인 죽음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게 어떤 건가, 죽음에 부닥칠 때의 두려움 등을 유쾌하게 써보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그는 차라리 청동기 시대가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며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잔인하고 위험한 시대에요. 세월호 참사로 숨진 학생들을 비롯해 젊은 세대들을 생각하면 무슨 조언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 세대는 성장할 때 살았으니까 그나마 꿈을 꾸면서 살았지만 억눌린 사회구조에서 꿈조차 사라진 그들에게는 뭐라고 해줄 말이 없어요."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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