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인 차대영 작가 초대전 ‘인왕산 - 길 위에서’가 서울 종로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4월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초지일관 구축해온 백색 미학에서 더욱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상징과 의미, 그리고 색다른 기술적 시도가 더해져 눈길을 끈다.

가령 옅푸른 바탕에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과 어우러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작가의 파격적인 시도와 함께 그의 새롭고도 본연의 ‘길’(예술세계)을 다시 보게 한다.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상기시키는 작품은 혹독한 시련을 버텨 낸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엿보게 한다. 이것은 작품의 페튜니아 꽃송이, 인왕산에서도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는 어떠한 세파에도 자신만의 ‘예술의 길’을 묵묵하게 지켜가겠다는 작가의 의지로도 읽힌다.

근본적으로 그가 추구하고 천착해 온 예술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고 유려한 표현과 기법에서 담대하고 거침없이 구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겸손하고 소박한 모티브와 그 의미를 주목하게 된다. ​

작가가 끝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그가 사랑하는 백색의 사의적인 세계이고, 이번 작품전은 그의 저력과 진가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02- 730-3533

[데일리 한국 / 박종진기자]

차대영 작가 ‘인왕산 길위에서’ 장은선갤러리 4월18일까지 개인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낸 서양화가 차대영 작가의 초대전 ‘인왕산-길 위에서’가 4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초지일관 의지와 집념으로 백색의 미학을 구축해왔다. 백색은 작가의 골수와 다름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리도록 눈부시고 따뜻하게, 한 편으로는 오묘하고 상서롭게 구현하는 백색과 인왕산이 만나 한국적인 세련미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예술은 이번 전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눌 수 있는 기점이 된다. 이제까지의 작품에서 더욱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상징과 의미, 그리고 색다른 기술적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가 추구하고 천착해 온 예술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과 기법에서 겸손하고 소박한 모티브와 그 의미를 주목하게 된다. 

그의 신작에서는 혹독한 시련을 버텨낸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페튜니아 꽃송이에, 인왕산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영원히 되살아나는 불새처럼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남다른 감성과 혼이 점철된 흔적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서정적이면서 독특한 여운을 풍긴다. 

김성은 미술평론가는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상징과 의미, 그리고 색다른 기술적 시도가 눈길을 끈다. 작가가 천착해온 예술세계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우지 않은 흔적과 메시지, 잊지 말자고 해도 잊을 수밖에 없고 지워지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흔적과 메시지가 담긴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저력과 진가를 새삼 확인하는 자리”라고 평했다.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하고 한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싱가폴 등에서 개인전 75회를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MANIF 서울 국제아트페어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수원대 미술대학 교수로 활동 중이다. 솜사탕처럼 아늑하게 녹아나는 몽환적인 감흥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그림 29여점을 선보인다(02-730-3533). 

국민일보 /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이다. 떠돌며 가는 길에 정도, 미련도 두지 말자는 어느 노래의 가사가 새삼스럽게 공감이 간다. 인생은 나그네길이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길의 나그네, 나그네는 하숙생처럼 집을 떠나 잠시 머물고 또 떠난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고 머무르고 싶어도 머물 수 없는 인생길. 그저 구름에 달 가듯이 흐르면 될 것을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번민하고 치열하였던가 싶다.

인왕산의 붉은 나무(Red tree in Mt. Inwang), 2014, oil on canvas, 240×149cm

척박한 땅, 단단한 바위에서 싹을 틔우고 뒤틀며 살아 올라와 거친 삶을 살아온 소나무 한 그루는 나에 대한 오마주다. 힘들었기에 굳건하게 버텨왔다. 나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치열해야 할 예술가의 숙명을 깨닫게 해주는 채찍이다. 오만과 욕심, 집착에 대한 채찍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제일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나그네길에 짐이 많으면 구름처럼 떠돌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 또한 그 짐을 벗지 못한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그림들이 나에게서 머물다 떠난다. 돌이켜보면 후회도 남고 자책도 남는다. 집착하지 않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모든 것을 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 잊고 살았지만 당연한 진리를 이제야 다시금 떠올린다. 비워야 다시 시작한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했던가. 그림도 연필로 그린 듯 깨끗이 지우고 싶다. 나를 떠나간 그림들이 홀연히 구름처럼 나를 떠나갔으면 싶다. 그들을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나는 잊고 싶어도 그림은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사랑을 어떻게 깨끗이 지운단 말인가.


인왕산(Mt. Inwang), 2014, oil on canvas, 240×145cm


인생도, 그림도, 사랑도, 머물다 떠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남기고서. 아닌 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남아 있는 미련이 그림 속에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나는 희게 빛나는 빛을 따라가는 행복한 나그네다.


- 차대영(1957- ) 홍익대 동양화과 학사, 동 대학원 석사, 한국 미술국제교류협회 명예회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역임, 현 수원대 교수. 젊은 모색전(국립현대미술관), MC2000Effel-Brany (프랑스) 등 다수 개인전, 단체전 참가. 제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제8회 한국미술 작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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