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영주의 신동여 화백이 인사동에 나타났다.
‘인사1길’이란 대형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나날이 마켓’이란 프리마켓에 참여하고 있었다.

인사동에 사흘이 멀다 하고 들락거리지만, 그 큰 전시장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귀가 막혔다.

남인사보다 주로 북인사 방면에서 놀다보니,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인사1길’전시장 안쪽에는 ‘행복이 가득한집’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밥집 ‘행복한 상’도 있고,

오래전 ‘고갈비’로 인사동 주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주막이 ‘이갈비’로 이름만 바뀐 채 영업하고 있다.






그 날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대법륜사 불자들의 인사동 퍼레이드도 있었고,

‘남인사마당’에서는 전통 춤과 소리를 들려주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셋째수요일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날이 아니던가.
시간 나시는 분은 인사동에 들리어 대포나 한 잔 합시다.

인사동에서 열리는 볼만한 전시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는 ‘나날이마켓’전과

신동여 화백이 내놓은 소요산방 도자전을 비롯하여, ‘선화랑’의 정우범전,

‘인사아트센터’ 임근우전, ‘통인옥션’의 권여현전이 볼만하다.





그리고 하루 전에 끝나버린 ‘인사아트프라자’의 김주대 문인화전과

‘M화랑’에서 열린 임경숙씨의 시집출판기념전을 놓쳐 아쉬웠다.

공교로운 것은 두 전시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과, 둘다 시인이며 화가라는 점이다.

뭐에 씌여 있었는지 모르지만, 요즘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사진,글 / 조문호





임경숙씨의 아홉 번째 전시와 함께 출판한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란 시화집에 실린 시 한편을 소개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가의 노래"


임경숙


나는 예술가 예술가 지망생이네

램프 아래 상념은 살랑거리는 수선화 무리들이고

불꽃과 함께 이 생각들 얼마나 많이 재 되어 사위었던고


나는 예술가, 예술가를 꿈꾸는 말썽꾸러기이네

물감만 보면 뿌리고 싶어

미끈한 등허리 이건 ,흰 외이셔츠건, 철도길 이건 간에


나는 예술가, 예술, 개술, 공술 하다가 병들었다네

해질 녘이면 황혼을 따라 산등성이를 떠돌다 길을 잃고

어둔 밤이면 주막에서 취하는 것이 좋아 술로써 만신창이가 되네


나는 에술가, 쥐뿔도 없는 가난뱅이네

주머니를 털어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꿈의 호수를 샀는데

꿈은 별 따라 호수를 떠나고 호수는 텅빈 구렁텅이네


나는 에술가, 예술가의 기질로 예민하게 산다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에도 온몸에 솜털이 나고

붉게 물든 단풍 한닢 떨어지기만 해도 왼 종일 외로워한다네……































예술가의 삶 사색하게 만들어, M화랑에서 15일까지 전시회





평생을 열정적인 예술가로 살아온 임경숙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그림이 있는 시집 <그리움의 수혈 거부합니다>가 대원사에서 출간됐다.

작가는 이번에 독특하게 자신이 그린 그림과 작품에 자작시를 더해 ‘그림이 있는 시집’을 출간했다. 책은 행간에서 느껴지는 시의 감상적 뉘앙스를 그림을 통해 또 한 번 감상하는 효과를 준다.

시를 읽고 그 여운을 담아 가만히 그림을 들려다보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또 다른 시 감상, 그림 감상의 맛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감정에 솔직하다. 게다가 진솔하다. 인생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그간 자신이 살아온 길, 즉 예술가적 삶의 어려움과 그 갈등에 대해 자신의 시〈예술가의 삶〉에서 솔직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뿌리칠 수 없는 예술가이기에 숙명처럼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예술가의 삶을 끝까지 가고자 하는 마음을 시를 통해 고백한다.

이 책은 시집이기도 하지만 그림이 있어서 감상의 여유가 있고, 또 그림이지만 시가 있어서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감정과 공감하기에 아주 수월하다. 가볍게 읽고 산뜻하게 사색하기에 좋은 책이다.

책 발간과 더불어 임경숙 작가의 9번째 개인전시회가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M화랑에서 열린다. 전시회에 맞춰 나온 이 시집은 본인이 그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한 부분으로 예술가적 심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넉넉함과 깊이가 그림과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이다.



작가 임경숙씨



화가이면서 시인인 임경숙 작가는 파리8대학 그룹전에서 프랑스 젊은 디자이너 신인상을 수상하고, 퐁피두센터 아시아 여성 최초 두 차례 초대 패션쇼와 행위예술, 유럽아카데미 예술협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금호문화재단 초대 제2회 판화 개인전 및 행위예술, 한·일 퍼포먼스 페스티벌,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위한 죽음 퍼포먼스, 문화체육부 후원 폴란드 국제 퍼포먼스 페스티벌 참가 및 케냐·인도·이집트·그리스 등 9개국 공연 여행, 예술의 전당 D.M.Z. 그룹전, KBS홀에서 ‘무용가 최승희를 위한 퍼포먼스’, 미술세계 주관 <아! 대한민국> 초청 단체전, 대한미협 <동계평창올림픽> 단체전, 오사카전·로마전에서 은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대한미협 100인전에서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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