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술집 곳곳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북적이며 개똥철학을 풀어댔다.

그러나 술판의 끝자락은 언제나 소란했다.

‘평화 만들기’에 평화가 없던 그때가 인사동의 전성기였다

 

.https://youtu.be/fiqWyTLmWEc

 

 
-사진평론가 이광수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글-
 

사진은 그 본질이라 부르든지 속성이라 부르든지, 그 성격이 참 다양하다. 그런데 그것을 곰곰히 곱씹어보면, 그 여러 성질들이 서로 충돌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해,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은 각자 '꼴리는대로' - 이 글의 주인공인 조문호 선배 상투어임 ^^ - 받아들일 수 있는 참으로 오묘한 매체다. 그렇게 모던한 것이 그렇게 포스트모던 하다니...그 여러가지 것들 가운데 출발선상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에 대한 모사인데, 사진가의 주관으로 '모사'를 하니 재현representation이 되고, 결국 기록의 문제가 된다.

 

기록은 결국 기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슬픈 것이 되고 사라진 것에 대한 비탄 내지는 찬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잊히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제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최대한 사진가 자신의 주관이라는 기름기를 쫙 빼버리고, 가능할 수 있는 데까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그저 그런 평범한 이미지를 남겨 많은 사람들이 그 기억의 늪으로 쉽게 빠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가 조문호 선생은 바로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 기름기 없이, 사람의 눈을 중심에 놓고...
 
 
그리고는 여러 사람을 함께 참여하게 한다. 기억의 눞에 같이 빠지자는 것이다. 사진은 한 장 한 장 재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를 토대로 하여 사람들에게 제시presentation하는 일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가 조문호가 택한 제시 방법은 강민, 김명성, 김진하, 정영신 등 인사동에서 함께 지냈고 지내는 그리고 앞으로도 지낼 사람들 글을 싣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것은 그곳을 스쳐간 그리고 지금도 스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을 찍는 사진가 조문호의 작품은 볼 때마다, 읽을 때마다, 그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항상 뭉클해진다. 그가 사진에 대해 취하는 태도 때문이고 그 태도가 아마도 그가 "인간은 악이다"라는 테제에 나하고 백퍼 일치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세계를 사유하고 세상 일에 참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서울을 가지 못해 막걸리 한 주전자 같이 못 하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선배님 축하드리고, 이대표 좋은 책 [인사동 이야기] 다시 내주셔서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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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진가 김보섭씨의 ‘수복호사람들’이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2일 전시가 시작되었으나 24일 정오 무렵에서야 갈 수가 있었는데,

전시장은 사진계 마당발 곽명우씨가 지키고 있었다.

 

만석동의 굴 따는 할머니들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 '수복호 사람들'에 실린 작품들을

10여 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는데. 그때의 감동이 밀려왔다.

 

김보섭씨의 사진들은 끈끈한 바닷바람과 소금기 밴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고단한 삶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애가 사진 전면에 가득하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진가는 따로 가 아니라 서로를 깊숙이 끌어 안았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한 정감을 일게 했다.

 

물때에 맞추어 만석부두를 떠나는 수복호를 따라 나선 작가는

사진에 앞서 그들의 고달픈 삶에 주목하게 된다.

 

고된 몸을 이끌고 굴을 따며 때론 배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에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주름 잡힌 얼굴과 거칠어진 여인네들의 손발은

스스로를 희생하며 자식들을 키워 온 우리의 어머니였다.

그 안타까움과 애절한 마음이 사진에 그대로 전이되어 감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김보섭씨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사진에 담는 사진가다.

"어릴 때 조개 캐던 갯벌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사진으로나마 정겨웠던 옛 모습을 보존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래전 김보섭씨의 사진전을 보고 쓴 이광수교수의 비평 한 단락으로 마무리하겠다.

“자신의 고향인 인천에서 사라져 가는 공간의 모습은 가족이나 동네 혹은 일터를 구성하는 여러 하위문화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런데 각 사진 한 장 한 장은 사진 미학적으로 볼 때 매우 뛰어난 물성(物性)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자료라고 폄하할 수도 없다.

그의 인물과 정물 이미지는 매우 잘 다듬어진 시어(詩語) 하나, 하나와 같다. 둘이 섞이면 시어로 기록한 민족지가 된다.”

 

이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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