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연휴 끝자락에 인사동에서 독거들 밥상머리가 있었다.
장경호, 하태웅씨와 ‘툇마루’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같이 먹진 못했다.
장경호씨는 너무 일찍 와 먼저 먹어버렸고, 하태웅씨는 너무 늦게 와 먹지도 못했다.
중요한 것은 술꾼들이 술보다 밥을 먼저 챙겨먹었다는 사실이다.
긴 연휴동안 얼마나 곯았기에...






그런데 오랜만에 ‘툇마루’ 비빔밥을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막걸리를 두 주전자나 비워 재꼈다.
장경호씨는 어렵사리 이사한 자기 사정보다, 손장섭선생 작업실을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미대 다니는 아들이 자기가 이사한 연신내로 합친다는 반가운 소식도 주었다.
드뎌 독거는 면했지만, 행여 아들놈 시집살이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들 때문이라도 끼니는 좀 챙길 것이고, 술도 좀 줄이겠지.
이야기 중에 치과의사 이세희씨가 죽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로마네꽁티’에서 와인을 엄청 얻어 마셨는데, 유난히 건강을 챙기던 양반이 아니던가?
매일 죽는다고 나발 부는 나는 멀쩡하고, 아직 짱짱한 양반이 먼저 죽다니, 세상사 참 새옹지마다.
난, 대장암 걸린 신경림 선생 소식을 전해 주었는데. 제발 무탈하시길 빌 뿐이다.






술 마시다 밖에서 담배피우고 있으니, 그 때야 하태웅씨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술자리 끝났다며, 밥도 한 그릇 먹이지 않고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버렸다.
‘유목민’에는 공윤희, 이회종, 전월봉씨 등 반가운 사람이 여럿 있었다.
취기가 올랐으나 이번엔 소주 한 병을 시켰는데,
화가 전월봉씨가 즉석에서 내 몰골까지 스케치 해주었다.






그런데, 왜 그림에다 보증수표 만원이라 쓰 달라고 졸랐을까?
술 취하면 택시비로 사용하기 위해서일까? 팁 주기 위해서일까?
그 날 장경호씨가 한 말처럼, 정말 세상 잘 놀았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라아트’ 김명성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준영 시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큰 일 날 뻔 했다는 것이다.
대형 트레일러에 받힌 큰 사고였으나, 다행히 운이 좋았다고 한다.
함께 다친 아내와 50일간이나 병원에 있었다는데, 그동안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남의 경조사엔 빠지지 않고 챙긴 그가, 정작 자신의 일엔 입을 다문 것이다.

걱정스러워 인사동에 나갔더니, 청진동 ‘청일옥’으로 오라했다.

피맛 골 화재로 그 쪽 방향의 길이 확 바뀌었던데,
시골노인 서울 김서방 집 찾듯, 얼마나 돌고 돌았는지 다리가 아프더라.

지금은 집에서 가료중이나, 근일간 인사동에 한 번 나온다 했단다.

'청일옥'에는 황명걸시인을 비롯하여 양평의 송화백, 횡성의 김영호선생,
김명성, 이희종씨 등 여러 명이 계셨는데, 몇 분은 먼저 가셨다고 했다.
어떤 모임이었는지는 모르나, 다들 일찍부터 거나하셨다.


황명걸선생은 마시다 졸기를 반복하셨는데,
김명성씨가 쓴 민병산선생을 기리는 시에다, 초상화를 그려 오셨더라.
김영호선생은 모든 게 양면성이 있다며,
알려진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가짜라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나 때문에 술자리가 지연되는 것 같아, 급히 몇 잔 들고
인사동 ‘여자만’으로 넘어왔는데, 그 곳에서 신상철씨를 만났다.
나오는 길에 ‘귀천’을 들여다보니 심우성선생께서 맥주를 드시고 계셨다.
오는17일 오후4시, 강남 ‘한국문화의집’에서 ‘귀천하는 마음’이란
넋전 공연이 있다는 말씀을 주신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 의존하다보니, 아날로그 소식이 너무 어두웠다.
인사동을 그렇게 들락거리지만, 모든 소식이 깡통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시대정신 전태일 만나다' 전시가 열린 지난 9월30일은 곳 곳의 인사동 술집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뒤풀이가 있었던 '부산식당'에서 부터 '여자만', '유목민'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술에 젖은 현장을 찾아 보았다.


'부산식당'에선 근 30년만에 황재형씨를 만났다.

옛날 태백 전시 때 만난 후, 정선 갈 때마다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며 못 갔는데, 뜻밖에도 인사동에서 만난 것이다.

그리고 인사동 술집에서 끝까지 사수하신 분은  오척단구의 거한 채현국 선생님이셨다. 

기분이 좋아 십팔 번인 러시아민요 '볼가강의 뱃노래'까지 열창하시고, 자정이 지나도록 남아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택시비를 나누어주셨다. 

 

그외 만난 분으로는 강 민, 김승환, 이행자, 이수호, 이은영, 배평모, 강찬모, 박영현, 김정대, 김명성, 임진택, 정지영,

조성우, 조준영, 전활철, 이희종, 이상훈, 손연칠, 공윤희씨 등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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