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588'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시인 강 민, 이행자씨, 서양화가 김영덕, 박불똥씨, 미술평론가 박용숙씨, 무이도 예술촌장 정중근씨,

'예당국악원' 조수빈원장, 오마이뉴스 박 건 시민기자, 전통염색인 이명선씨 등 많은 분들이 다녀갔지만,

다른 개인전 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사진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느라 바쁘고, 일하느라 바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사우들을 요즘 이산가족 만나 듯 만난다.

그동안 사는 곳은 물론 전화번호까지 몰라 연락주지 못했으나, 어떻게 알았는지 모두들 찾아 온다.

지난 7일에는 대전에 사는 이석필씨와 그의 조카 이주영씨를 비롯하여  박옥수, 양재문, 신동필,

유성준, 최영규씨를 만났고, 사진평론하는 최건수씨는 많은 아마츄어 사진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지척에서 룩스갤러리를 인수하여 운영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늦은 시간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가  엄상빈, 이젬마, 김지연씨를 모시고 와 즐거운 주연을 가졌다


 

 

 

 

 

 

 

 

 

 

 

 

 

 

 

 

 

 

 

 

 


지난 15일 저녁, 오랫만에 옛 사우들을 충무로에서 만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사동에 있었던 흑백현상소 "꽃나라"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그 뒤 '진우회'란 이름의 사진모임을 만들어 함께 다니기도 했다.
모두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으나 세월이 흘러 각자 바쁜 삶을 살다보니 잘 만나지지 않아

이혜순씨가 나서서, 한 달에 한 번씩 소주 한 잔하는 시간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매번 연락 올 때마다 촬영 스케줄과 겹쳐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나가지 못했다.
이번엔 태국에서 나온 고영준씨 때문에 모임을 좀 빨리 갖는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다행히 전라도에서 사진 찍고 돌아 온 날이라 일정이 비어 있었다.
안 나온다고 투덜대는 벗들의 욕지거리에 귀가 간지러웠던 터라 만사를 제켜 놓고 나섰다.
약속장소에는 고영준, 정용선, 유성준, 하상일, 김종신, 이혜순, 정철균, 조규선, 선우인영,

목길순씨 등 열 한명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글거리는 삼겹살에다 먹는 소주 맛은 반가움이 더해져서인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이런 저런 지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중, 한 사우가 걱정스런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조형! 이젠 마누라 매니저 노릇 그만 하고 조형 사진 좀 찍어소"
얼마 전에도 가까운 친구들로 부터 충고 아닌 충고를 들은 적이 있어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잘 못된 생각임을 여러사람들에게 인식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마누라 메니저 노릇이면 어때? 그래도 내가 사진 해 온 35년 동안, 이처럼 앞 뒤 안가리고

치열하게 사진을 해 본 적은 없었네. 마누라따라 다니는 게 아니라 내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어눌한 말투로 변명했다.

그랬더니 "장에 가서 같이 찍으면 그 사진이 그 사진 아니요."란 답이 나와 기가 막혔다.
사진가의 목적의식에 따라 대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일까?
아내가 찍은 장터사진들에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아 장터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이 담겨있고,
내가 찍은 사진들에는 부정적인 시선에 의해 암울한 그림자가 깔려 있다는 것을 말했지만 수긍치 않는 눈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 올 해 중에 사진집으로 보여주겠다며 말을 끝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노래방에 가서 한 잔 더하자며 모두들 일어섰다.
이차는 강남에서 패션 스튜디오 하는 정용선씨가 쏜다기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다들 개털들만 모였는데, 그가 유일하게 사진으로 돈 번 친구이기 때문이다.
황송스럽게도 도우미양까지 불러 주었는데, 늙은 놈 마른 가슴에 불을 지펴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잡끼가 슬슬 발동하였다.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색에  허우적거리다, 결국 지갑 깊숙이 숨겨놓은 신사임당 한 장을

꺼내 주고 말았는데, 택시비가 없어 걱정이었다.
쪽 팔리는 일이지만, 쪽 팔리는 자체가 내 인생이라며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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