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3일 연극 연출가 기국서씨의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었다.

술집이나 식당이 아니라 종로경찰서 앞으로 오라는 전갈에 괜히 쫄았네.

주인공을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최유진씨와 언론인 윤상길씨가 먼저 와 있었다.


    

비가 내리다 멈춘 인사동 길은 은행잎이 떨어져 보도블록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발 걸음에 밟혀  은행 터지는 소리조차 정겨웠다.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벽치기 골목으로 들어가니, ‘유담커피숍에 김명성씨가 기다리고 있었.


 

 전활철씨의 안내로 유목민구석에 자리 잡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춘천의 유진규씨가 나타났다.

뒤 이어 김상현씨와 조해인씨가 왔고, 나중에는 김수길, 이인섭, 최일순씨도 만났다.

기국서씨 훈장 덕에 반가운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귀한 훈장 술이라 술은 술술 넘어갔으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

매년 30명이나 훈장과 상을 주면서 기국서씨를 왜 이제 주었을까? 

기국서씨 수훈도 공적에 비해 늦지만, 유진규씨도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예술가들이 그렇게 많은가?



그리고 문화훈장은 상금도 없는데다,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했다.

무공훈장처럼,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특혜도 없지 않은가.

금붙이가 아니라 전당포에도 잡혀주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밥 먹지 않고 명예만 먹고 사나?

대개의 예술가들이 가난하게 사는, 도움 되지 않는 훈장이 무슨 소용인가.

정부에서 주는 훈장이 이 모양이니, 신문사에서 주는 문화대상도 상금 한 푼 안 주는 곳도 있다.

상으로 작가를 우롱하고 장난 치는 곳이 많으니, 상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관객모독이 아니라 훈장모독이란 연극도 무대에 올려야겠다.


 

몇 일전에는 '이중섭미술상' 받는 정복수씨 시상식에 갈 일도 있었지만

주관하는 조선일보가 꼴 보기 싫었다. 어찌 치욕적인 사옥에 발 디딜 수 있겠는가?

그 곳에는 상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은 권위보다 실리가 더 중요하다.

일억을 상금으로 내놓은 '금보성아트센터'의 한국작가상이 더 좋은 상으로 친다.


 

훈장에 초치는 소리 집어치우고, 술자리 이야기나 해야겠다.

그 날의 화제는 70년대 시절 이야기가 많았는데, 명동 심지다방을 비롯한 다양한 추억담이 나왔다.

그 당시는 부산에 살아 귀를 곤두세우고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말짱 도루묵이네. 


 

조해인씨는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기국서씨의 연기가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장면들이 너무 인상 깊었는데, 기국서씨는 연출만 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명성씨는 몇 일전 무세중씨를 만난 이야기를 꺼냈는데,우리 상복은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라 했단다.

그렇기야 하지만, 한복이라면 모르나 흰 양복이 어울리겠는가? 전통장례를 두고 다들 서양식 장례를 택하니 어쩌겠는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유진규씨는 어머니 임종하실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 곁에 누워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말씀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잠 들듯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는데, 이보다 행복한 임종이 어디 있겠는가?


 

70여 편의 창작으로 연극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국서씨 문화훈장 수훈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번 수훈이 창작활동의 결실인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계기라고 입을 모았다.


    

기국서씨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축하하며 늦도록 축배를 들었다.

기분좋게 만취한 것은 좋으나, 버스타고 졸다 종점까지 가버렸네.

 

사진, / 조문호
















김수길사진















김수길사진

















조해인사진




















 

 




지난 22일 오후2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2019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연극연출가 기국서씨가 영예의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 날 시상식에 초대받았으나 사진 강의와 겹쳐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김명성씨가 보도자료를 보내 주어 기쁜 소식을 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8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 수상자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체부장관 표창) 수상자 7명 등 총30명을 선정했다.




아래는 훈장 수훈자를 비롯하여 문화예술상 과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 명단이다.




은관 문화훈장의 문학부문에는 현기영씨와 (고)황현산씨, 미술 분야에는 (고)곽인식씨,

공예디자인 분야는 한도용씨, 음악 분야에는 나덕성, (고) 노동은씨 등 6명이 수훈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상식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보관 문화훈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립에 기여한 

(고)김혜원 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만화가 이상무씨,

(고)하동호 전 공주대학교 교수, (고)강국진 전 한성대교수, 이보형 고음반연구회장 등 5명이 수훈했다.




옥관 문화훈장은 연극작품 70여편을 창작하며 다양한 연극적 시도로 연극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국서 ‘극단76’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이용남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대표,

김해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4명이 수훈했다.


좌로부터 '인사동 사람들' 회원인 김상현, 김명성, 기국서씨


화관문화훈장은 지역문화 환경 개선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증진에 기여한 이준호 서산문화원 원장을

비롯하여 한국적도자를 세계에 알린 김시영씨, 극단자유 배우 오영수씨 등 3명이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문화일반 부문에서는 이재춘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회장,

문학부문에서는 김혜순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미술부문에서는 김영식 조선요 대표,

음악부문에서는 강은일 단국대학교 교수, 무용부문에서는 김지영 경희대교수가 대통령 표창과 함께 상금 천 만원을 받았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미술 부문에 정은영, 공예디자인 부문에 이석우 에스더블유앤에이 대표,

건축 부문에서는 안기현 한양대학교 부교수, 음악부문에서는 피아니스트 양성원씨,

전통예술 부문에서는 국가무형문화제 제30호 가곡 이수자 하윤주씨, 연극부문에서는 정범철 극발전소301대표.

무용부문에서는 안무가 권령은씨 등 7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과 상금 오백만원을 받았다.



기국서씨의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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