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양재문의 초대전 ‘아리랑 판타지’개막식이
지난 21일 오후3시경‘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전시장에는 김보성관장을 비롯하여 이기명, 김종호, 한선영, 제이안 리,
유병용, 한명숙, 소피아, 은효진, 김가중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였으나,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 너무 많아 성함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희미해져 가는 것은 세상사 하나하나 잊으라는 것일 게다.
기억하지 못한 분들은 널리 양해하기 바란다.




개막식은 국악 공연장을 방불할 만큼, 춤과 소리가 어우러진 신명난 한마당이었다.
양재문 작가도 한 소리했는데, 이러다 사진가에서 소리꾼으로 전업할지도 모르겠다.




전시된 양재문씨의 사진은 제목처럼 한국적 환상이었다.

색의 흘림과 감춤으로 형성된 그 이미지가 이국적이지 않고 한국적인 것이,

어디 전통 춤꾼이 펼치는 춤사위라는 데만 있었겠는가?

바로 그 이미지에 우리민족의 한과 기가 서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중의 삶이 꿈틀대는 움직임과 새벽의 고요함이 어우러진 양재문씨의 이미지들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우리 춤은 고요한 가운데 서서히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이 드러나는‘정(靜)중(中)동(動)의 미학이다.

은은한 감춤의 미가 그토록 매혹적인 것을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느린 셔터로 잡아 낸 흔들리는 동작의 이미지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아 경지로 빠져들게도 하는데,

얼핏 한지에 살며시 번지는 물감처럼 애잔하다.




춤꾼이 춤사위에 자신의 기를 풀어 놓기 시작하면, 양재문은 그 춤꾼의 기를 받아 자신의 색으로 다시 풀어낸다.

그 색은 요염한 여인네의 교태미가 되기도 하고 정숙한 여인네의 숭고미가 되기도 하며 우리만의 색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 춤꾼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작가에게 전이되어 ’아리랑 환타지‘로 승화한 것이다.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그리기 전에 표현할 이미지를 예견하듯이 사진가 역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예견한다.

그 기가 합일점을 찾아 작품으로 탄생하기 까지는 수없이 반복하는 인내가 뒤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술에 끝이 없듯, 양재문씨의 작업 역시 끝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양재문씨는 오래전부터 우리 춤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낸 배태랑 작가다.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풀빛여행’의 그 몽환적 춤 여행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2년 전에 보여 준 ‘비천몽’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 한 폭의 수묵채색화처럼 아름다웠다.




긴 세월동안 한국 전통춤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양재문씨가 이번에 보여 준

‘아리랑판타지’는 역동성이 개입된 것이 또 다른 변화라면 변화다.

1미터에서 4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 군무(群舞)를 통해 여지 것 볼 수 없었던 강한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다.

집단적 신명성을 끌어내기도 한 그 사진은 마치 우리민족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도 일으켰다.

그 함성에는 동학의 목소리도 있고 광주항쟁의 목소리도 뒤섞인 것 같았다.




전시 작품들을 돌아본 후, 지하 전시장에 다과 차려 놓은 곳으로 내려갔다.
막걸리도 몇 병 있었으나, 술은 아무도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이 건 술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 병을 혼자 다 마셔버렸다.
술은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는데, 혼솔은 진짜 찐 맛 없더라.




개막식 다음 날인 22일에도 전시를 보지 못한 정영신씨와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금보성아트센터' 김보성 관장을  만나 차 한 잔 마시며, 지난 이야기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리니, 시간나면 꼭 한 번 보시기 바란다.
금보성아트센터(02-396-8744)

사진, 글 / 조문호




























































 

아리랑 판타지 Arirang Fantasy

양재문展 / YANGJAEMOON / 梁在文 / photography
2018_0418 ▶ 2018_0429



양재문_Arirang Fantasy #01_피그먼트 프린트_110×225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216a | 양재문展으로 갑니다.

양재문 홈페이지_www.yphoto.co.kr


초대일시 / 2018_042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금보성아트센터

KIM BO SUNG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36길 20(평창동 111번지)

Tel. +82.(0)2.396.8744

blog.naver.com/kbs5699



흘림, 감춤 그리고 정중동의 미학 ● 한국 전통춤을 말할 때 흔히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특징을 지닌다고 말한다. 이는 고요한 가운데 진정한 움직임이 보이고,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이 드러남을 일컫는 것이다. 춤꾼은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자신을 우주의 중심에 두고 춤사위 하나 하나에 호흡을 모아 기를 풀어 놓는데 이런 맺음과 풀림의 움직임은 모든 한국 전통춤이 지니는 두드러진 DNA이다. 이러한 한국 전통춤의 여러 몸짓이 양재문 작가의 『아리랑 판타지』을 통해 담겨졌다. 양재문 작가는 이미 「풀빛여행」, 「비천몽」 등 일련의 한국 전통춤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내었다. 이번 작품들은 그동안 작가가 추구한 한국 전통춤에 개성적 해석과 이미지를 통한 일상의 스토리텔링이 담겨져 대중과 그 의미를 소통하려 한다.


양재문_Heavenly Dream #70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05×170cm_2018

양재문_Arirang Fantasy #13_피그먼트 프린트_300×140cm_2018

그의 작품에서 처음 느껴지는 이미지는 '흘림'이다. 그런데 그 흘림은 멈춤이지만 유동적인 이미지로 창의적 상상력을 가지고 오게 만든다. 이는 몸짓의 찰나를 묘파하면서도 이미지가 아닌 기의(記意, signifie)와 기표(記表,signifiant)가 합쳐진 기호(記號)로 그려낸다. 그 찰나의 순간은 그 춤의 가장 아름다운 표상이 아닌 큰 의미가 없는 듯 보이지만 맺음과 풀림을 통해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표점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 이런 흘림은 동적이기에 정적이고 정적이기에 동적이다. 이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게 함으로써 마음 속의 즐거운 회포를 표현하려 하는'(『書記』) 넉넉한 해석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춤꾼의 모습을 단순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표현한다.

양재문_Heavenly Dream #41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2.5×95cm_2018

양재문_Heavenly Dream #41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2.5×95cm_2018


양재문_Heavenly Dream #46_한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73×50cm_2018


사진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이미지는 '감춤'이다. 흘림을 통해 뚜렷하지 않거나 옆태나 뒤태 혹은 오브제로 가려지며 대상을 감추려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감춤은 익명(匿名)이라기보다는 완곡하게 함축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모든 걸 들어내는 것이 명확하고 뚜렷하지만 이와 조화를 이루며 은은하면서도 상징적적인 의미로 은현(隱現)의 미를 들어내고 있다. 이는 색감에서 들어나는 강렬함과 더불어 너그러움이 대비되어 교태미와 숭고미가 함께 공유된다.

양재문_Heavenly Dream #41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2.5×95cm_2018


양재문_Heavenly Dream #41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2.5×95cm_2018


양재문_Heavenly Dream #41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142.5×95cm_2018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덧붙여진 것은 역동적 이미지일 듯 하다. 이는 군무(群舞)의 모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동안 일련의 작품에서 자아는 정(靜)과 부드러움(柔)이 조금은 앞섰다면 군무를 통해서는 개성들이 모여 집단적 신명성을 끌어냄으로써 굳셈(强)과 역동성(力動性)을 묘파한다. ??악기(樂記)??의 '하늘에서 추상적인 상을 이루고 대지에서 구체적인 형을 이루고, 대지의 기는 위로 올라가고 하늘의 기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서로 소통한다'는 말처럼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문화원형의 원형적 전형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작가가 감각적 혜안 속에서 합을 이룬 모습일 것이다. ● 그래서 「비천몽(飛天夢)」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통한 '한(恨)의 풀이'였다면 이번 『아리랑 판타지』는 해소를 이룬 뒤 허허롭게 길을 걸으며 또 다른 담론을 만드는 여정이다. 민요 '아리랑'처럼 개인과 민중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고, 춤꾼들의 몸짓에서 움직임과 고요함의 결합을 통해 본성의 움직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 김호연



Vol.20180418d | 양재문展 / YANGJAEMOON / 梁在文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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