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그윽한 인사동이 그립다.
예스러운 멋을 간직했던 인사동이 바람난 여자처럼 화냥기를 풀풀 풍긴다.

인사동만의 고풍스러움이나 전통성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제 먹거리마저 따로 놀고 있다.

가게서 파는 우리 물건까지 중국산이라니, 차이나타운이나 다를 바 없다.

인사동을 아끼고 사랑했던 분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자기류의 특이한 서예글씨를 인사동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거리의 철학자 민병산 선생,

“문디 자슥, 문디 자슥”을 연발하던 ‘귀천’의 천상병시인, 민화를 한국 주요 전통문화로 드러낸 조자용 선생,

백자와 전통문화를 품위 있게 누린 ‘아자방’ 김상옥시인, ‘통문관’의 이겸로 선생 등 많은 분들이 그리워진다.

아직까지는 송상욱 시인 방 하나가 인사동에 꿀단지처럼 박혀 있으나, 그마저 머지않을 것 같다.

인사동의 변절을 안타까워하는 분이야 많지만, 인사동에 유령처럼 떠돌며, 마음 바뀐 여인네 치맛자락 잡듯

안절 부절 하는 분으로는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과 강민 시인을 꼽을 수 있다.


바람난 여인네를 다시 돌려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누구를 탓하랴? 다 돈이 유죄다.

마지막 소원이라면, ‘이율곡 집터‘에 남은 하회나무 고목을 서낭처럼 모시고,

경인미술관을 정원 삼아, 골목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그리고 골목골목의 정취어린 주청에서 반가운 님 만나, 옛 추억이라도 되세기고 싶다.

“인사동아~”
미워도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사랑했으니까...



사진, 글 / 조문호




사진은 블랙리스트덕에 술 마신 지난 18일 찍은 거리풍경이다.

인사동에 낯선 빌딩도 들어섰더라.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서울문화투데이사무실에 들려 이은영씨와 임동현기자도 만났고, ’사동집에 들려 송점순여사도 만났다.
































마눌님 책 심부름으로 '정독도서관'에 갔다.

무식한 나는 책 볼일이 별 없지만, 아내 때문에 가끔 들린다.

지난 11일 오후 여섯시의 도서관은 벚꽃에 뒤 덥혀 있었다.

화려한 꽃 천지가, 지는 햇살에 숨죽이고 있더라.

그렇게 놀다, 실없이들 가겠지!’

인사동의 봄은 오는 듯 가는 듯, 맥아리가 없다.

 

인사동 음유시인 송상욱 선생을 거리에서 만났다.

왜 그리 안 벼~ 심심해 미치것어! 봄 가기 전에 한판 놀아야제

퇴근 하시는 걸음에, 날 보고 반색하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을 못 만나, 점심 드시며 툇마루서 막걸리 한 잔

걸치는 게, 유일한 위안 주란다. 다들 힘들어하는 김명성을 그리워했다.

그랬다. 그는 인사동 유목민에게 유일한 위안이었고, 한 가닥 희망이었다.

 

오늘 끝날 내숭작가전 본다는 아내 연락에, 그 앞을 서성거렸다.

얼마나 짐이 많은지, 차가 여러 대나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동에 돈을 뿌리고 가는 구나!'.  푸념에 전시장 나온 아내가 답했다.

돈이란 저렇게 쓰는 거야.부러운 듯, 들렸다.

간이 적어 도적질도 못하고, 아둔해 사기도 못 치니,

내 죽는 날까지, 저런 호강은 못 시켜줄 것 같았다.

 

모처럼 인사동서 만났으니, 저녁이나 같이 먹잖다.

아내 좋아하는 사동집만두전골 먹으러 갔다.

주인장 송점순 여사가 반갑다며 굴전까지 서비스하는데,

카메라 전지가 다 돼, 인증샷도 못 찍었네.

배 터지도록 먹고 남아, 도시락까지 싸야 했다.

이 정도 호사면, 인사동 봄도 결코 서럽지는 않더라.


사진, 글 / 조문호
























40여년 인사동 술꾼들과 함께 한 ‘사동집’ 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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