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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갤러리 브레송’의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서준영론이 지난 22일 오후6시 개막되었다.
양승우,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씨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리는 서준영 론은 ‘테마파크, ’오타쿠공화국‘,
’중간정산‘, ’캣워크‘, ’너에게 이름을 주고 싶지 않아’ 등 그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준다.
'브레송' 송년회를 겸하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서준영 전시개막식에는
이번 기획전에 글을 쓰는 이광수교수를 비롯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모였다.
요즘 전시 개막식엔 잘 가지 않지만, 더구나 그 날이 ‘홈리스추모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멀리서 우리 교주님이 오시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나에 관한 사진논문을 쓰고 있다는데...
여태 이광수교수를 교주라 부르는 것은 그로부터 많은 진리를 깨우치기도 하지만,
최민식사진상의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부터다.
썩어 문드러진 사진판에 누가 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었겠나?
입바른 소리로 사진판에 외톨이가 된다는 걸 본인인들 어찌 모르겠나.
자기 밖에 모르는 사진판에 이런 분이라도 있어 숨통이라도 트이는 것이다.
서울역광장에서 열리는 ‘홈리스추모제’는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등
37개 단체가 함께한 ‘2022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주최하고 있다.
올 해 '홈리스 추모제'는 주거제공 우선 홈리스 정책 실행, 홈리스 차별 금지, 권리기반 정책 시행,
홈리스의 평등한 의료접근권 보장, 여성홈리스 존재 인정, 젠더 관점 기반 정책 시행,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애도받을 권리, 애도할 권리 보장 등
다섯 가지 요구를 중심으로 각종 토론회와 집회를 개최하며,
지난 12일부터 추모제가 열린 22일까지 11일간의 추모 주간을 보냈다.
2022년 한 해 동안 서울의 거리에서 숨진 사람은 442명으로 파악되었으나,
그것도 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어 추모제를 진행하는 단체에서 자체 집계한 것이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3년 전보다 1.4배 증가했고
10년 전인 2012년보다 3.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전시 개막식과 홈리스 추모제가 한 시간 사이로 열려 개막식부터 들렸는데,
마침 이광수교수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입구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가 지켜 섰고,
안쪽에는 사진가 김문호, 성남훈, 강제욱, 김동진, 김영호씨등 반가운 분이 여럿 보였다.
그런데, 이번 기획전을 추진한 김남진관장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코로나에 감염되어, 주인 없는 집에 나그네들만 잔치를 벌이는 격이었다.
그렇찮아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들락거리는데,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
귀가 어두워 이광수교수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작가에게 지적한 한마디는 귀에 들어왔다.
‘어깨에 힘을 빼라’고 말했는데, 그 말은 사진의 힘을 빼라는 말이었다. 학자다웠다.
전시 개막식에 대부분 듣기 좋은 공치사나 하는 판에,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겠나.
개막식이 끝나 이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나니, 정영신 동지가 나타났다.
뒷일은 정동지에게 맡겨두고 서울역으로 달려갔는데, 기다렸다는듯이 추모제가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숨이 턱턱 막혔다.
여태 추모제에 여러번 참여해 보았으나, 이렇게 추운 날은 처음이었다.
고생하는 활동가나 참여한 젊은이들의 모습에 존경심이 일었다.
거리에서 죽은 442명의 영혼을 달래는 무용가 서정숙씨의 위령무에 마음 실어보냈다.
빨리 오라는 정동지의 전화를 받고서야 충무로로 갔더니, 이미 뒤풀이는 파장이었다.
모지웅, 이일우, 박찬호, 임성호씨 등 전시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분도 여럿 있었다.
그 자리에서 ‘눈빛’ 이규상대표가 인사동 '인덱스'를 인수한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들었다,
사진집 한 권 만들면 사백만원씩 손해보는 무지한 출판 현실에서 살아 남으려면,
사진작품 유통업으로 확대시켜서라도 출구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오후10시로 예약해 두었다는 부산행 열차 시간이 가까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광수교수더러 한 잔 더하고 주무시고 가라며,
박찬호씨를 비롯한 후배들이 가로 막았다.
차마 거절하지 못해 이광수교수는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가라할 수도 없고 있으라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라, 슬며시 합바지 방귀 새듯 새버렸다.
늙은이는 사라지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다.
그 순간을 뿌리치지 못해, 낮선 여관에서 자게되었다며 걱정했으나,
다음날 이광수씨 페이스 북을 보니, 늦게라도 간 모양이더라.
아무튼, 좋은 시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열리오니, 많은 관람 바란다.
그리고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여섯 번째 사진가는 강제욱씨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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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구 사진전이 지난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가 강재구는 입영 전의 민간인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군인에 이르기까지, 징병제에 따른 군인 시리즈를 20여 년 동안 기록해 왔다. 이등병이라는 전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휴머니즘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한구의 ‘군용’ 사진이 군에 갓 입대해 체험적 병영생활을 어렵사리 기록한 사진이라면, 강재구 사진은 군인으로서의 문제점을 다 각도로 형상화해 왔다는 점이 다르다.
강재구 작업은 직업군인보다 의무적 복무를 수행하는 이등병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이등병은 막 입영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욕구조차 자신의 의지 대로 행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때부터 사람이 아닌, 군바리 취급을 받는 안쓰러운 존재가 되어, 군대가 만들어 낸 틀 안에서 이등병이란 자아 상실을 경험하며 나약해 진다. 카메라 앞에선 긴장된 모습이 마치 박제화된 인간처럼, 모순된 상황을 재현한다
그가 징집병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군인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으로 끌려가 삶을 저당 잡혀 살아야 하는 청년 문화를 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청년 문화 안에 서식하는 집단성과 몰 개체성이나 비인간적으로 사육되는 무기력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 복무 시절과는 전혀 다른 제대 후의 예비역 모습도 보여준다. 예비군복은 입었지만, 머리카락이 자라 군모를 쓴 것조차 어색하고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빨간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거나 팔찌나 목걸이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군기 빠진 또 다른 군인 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2009년에는 기존 시리즈와는 성격이 약간 다른 군대 사진관에서 찍은 증명사진 식의 ‘사병증명’도 있다. 필름을 아끼려고 두세 명을 나란히 세워놓고 촬영한 후 필요한 사진의 얼굴만 도려내 사용하면, 사진에는 얼굴은 없고 몸만 남는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된 이름만 남은 증명사진 프레임은 군대라는 몰인간성을 은유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작업한 ‘12mm’는 획일적 군대의 시작점이며, 비인간적인 군대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이등병은 입대 전 머리카락 길이를 12mm로 잘라야 하는데, 군 훈육이 남긴 일종의 정신적 충격을 기념사진 형식으로 드러낸 사회적 초상이다. 입대를 전후해 삭발한 인물을 릴레이로 촬영한 ‘12mm’는 ‘이등병’, ‘예비역’, ‘사병증명’ 등 지금까지의 군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작업이다.
작가는 일반 기념사진과는 달리 모델에게 그 무엇을 요구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포즈를 연출하도록 한다. 다만 적절한 배경이나 인물의 수만 결정할 뿐이다. 배경은 훈련소 막사 앞일 수도 혹은 그 주변 시설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담배를 피우던지 애인을 감싸 안을 수도 있어, ‘이등병’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인간적이다.
이번에 새로이 보여 준 ‘입영전야’는 입영을 앞둔 청년들의 알몸사진을 찍었다.
지난 달 그 작품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이 페이지가 삭제되고 일주일 동안 운영정지된 바도 있다.
성기가 노출되지도 않은 청년의 알몸 사진을 유해물로 판단한 관리자의 의식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외된 '입영전야' 작품사진은 '아트뉴스'나 네이브 블로그 '인사동이야기'에서 강재구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받으며 알몸으로 카메라를 마주하는 청년의 모습에는
그가 지나온 시간과 그가 속해있던 환경,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한 사진을 통해 군인으로서의 강인함이 아닌, 아직은 여리고 앳된 소년임을 말하려는 것이다.
아래 글은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강재구론, ‘전형’을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서 발췌했다.
강재구 다큐멘터리 재현의 가장 중요한 방편은 순간 동작이 아닌 연출로 만들어진 행위를 촬영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사진가가 미리 대상을 섭외하고, 기획하여 짠 각본에 따라 촬영한다. 그러니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동작과 사실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생긴다.
스튜디오 포트레이트의 동작은 포즈다. 포즈란, 피사체가 사진가의 카메라를 통해 대중에게 말하는 그만의 언어인데, 그 언어를 사진가가 통제하고 강제해버린다. 피사체는 사진 바깥의 세계에서 그가 처한 군인이라는 위치에서 똑같이 철저하게 강제당함으로써 행위자 피사체로서는 죽은 존재와 다름없이 전락해버린다. 강재구 사진의 탁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사진가는 강제로 연출 당하면서 모든 언로를 차단당한 채 무기력하게 존재하는 그 박제된 이등병과 그 주변인들을 통해 몰개성과 획일성을 비판한다. 독을 제거하려면 깨끗한 물이 아닌 또 다른 독으로 해야 한다는 힌두교 밀교의 세계관이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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