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일자가 다가오나 준비작업에 진도가 나가지 않아 걱정했으나, 다행스럽게 잘 마무리했다.

 

지난 일요일 오전에는 기웅서씨가 앵글 작업을 마무리해주자,

오후에는 김창복씨와 양이현이는 물론 평이 까지 함께 도와 밤늦도록 일했다.

 

김창복씨는 감나무를 가리는 패널 제작 등 어려운 일을 맡아 주셨고,

이현이와 나는 현수막 사진 묶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어두워 머리에 전등을 달고 일했는데, 마무리하고 나니 자정이 가까웠다.

 

다들 24시 해장국집에서 자정 무렵이 되어 저녁 식사를 한 것이다.

이런 강행군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별일도 다 있다.

 

나야 내가 벌인 일이라 감수해야 겠지만,

김창복씨와 이현이는 무슨 죄가 있어 이렇게 고생시키는지 모르겠다.

 

식사를 끝낸 후 정동지와 나는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정동지도 아침 일찍 일이 있지만, 나역시 동자동에 볼일이 있었다.

늦게 먹은 저녁 탓에 졸음이 몰려오지만, 목숨 건 질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건만, 개 명세에 가깝다.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일 만드는 천성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진 놈 탓에 주변 사람들만 힘들게 한다.

 

다들 불평 없이 도와주어 고맙고 고맙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감나무야 미안하다.

​사람이 참 이기적이다. 문화란 이름으로 자연을 학대 한다.

설치전 한다며 만든 굴뚝이 감나무를 처다 봐, 가림 막을 세우고 이 글을 썼다.

생명체들이 인간의 이기에 의해 핍박 받는 일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인간보다 더 이기적이고 영악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광수교수는 인간을 악이라 규정하지만, 그런 악을 40여 년 찍어왔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좋아 사람을 찍었으나, 주변에 사람이 없다.

이런 저런 일에 마음 다쳐, 많은 사람이 멀어졌다.

잘 아는 가족이나 가까운 분일수록 그 폐해는 심했다.

남의 집 불 보듯 하는 세상에 나섰다가 독박 쓴 것이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술 취해 벌인 여러 가지 폐해를 생각하니, 남 탓할 자격도 없었다.

교육과 도덕이 무너지는 세상이지만, 벙어리가 되기로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설치전은 상처 입힌 자연과 인간에게 사죄하는 마지막 전시다.

지난 시간을 불러내어, 힘겹게 살아 온 아픔 속의 인간애를 돌아본다.

 

”돈 벌어 가족 먹여 살렸다“는 청량리 소녀의 하소연에서부터

”내 아들을 살려내라“는 김세진 어머니의 울부짖음도 있다.

”허리가 아파 누워 장사한다“는 장터 할머니,

”죽도록 고생해도 빚만 남았다“는 최덕남씨,

”세상에 믿을 건 두 손 뿐이다“는 정선의 최종대씨,

”춥고 배 고프다“는 노숙인 이덕영씨의 절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힘든 서민들이 살아가는 애달픈 이야기다.

그리고 “몸은 저승에 보내고도 인사동에서 맴돈다”는 고)신경림 시인에서 부터

“예술은 오기, 무기, 놀기다“는 화가 박건씨의 말 등

인사동 사람들 이야기까지 곁들인 30여 점을 자연 속에 풀어 놓았다.

 

사람 사는 정이 메말라 가는 비정한 세상, 인간은 있으나 사람은 없다.

슬프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피어오르는 한 가닥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 나면 차 한 잔 나누며 사람 사는 정을 나누자.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