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지난 토요일은 근육통으로 아픈 다리를 끌고 충무로에 갔다.
한가하게 전시장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건만, 약속을 마루는 것도 편치 않아서다.
박춘화씨의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의선을 찍은 김용철의 ‘추억 속으로 간 기차’는 제목처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80년대부터 90년대 까지 10년간 한 가지 주제로 기록한 끈기도 대단하지만,

주제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이나 전시된 사진 프린트 까지 빈틈 없었다.

세월의 무게가 실린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장에 가는 할머니와 연인들, 휴가 나온 군인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아득한 추억을 불러들였다.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



대개의 다큐사진가들이 먼 훗날을 의식하며 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씨의 사진을 둘러보며 느낀 생각은 마치 오늘을 내다 본 듯 보였다.

왜냐하면 사진 한 장 한 장에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전을 소개하는 텍스트에 나란히 붙여놓은 승차권도 뒷 받침했다.

사진을 찍기 위했거나, 연애를 걸거나, 직장을 가거나,

기차 탈 때 구입한 승차권을 보관해 둔 것이다. 마치 역사학자처럼...

그 열차표에 찍힌 역명과 요금, 개찰 때 펀치로 찍은 승차권 구멍까지, 그 시절로 되돌렸다.

열차요금도 170원에서 250원 등 도착역에 따라 다양했다.


“그래, 좋은 사진이란 바로 이런거야!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소소한 삶을 일깨우고 잔잔한 감정을 건드리는...”


전시작을 돌아보고 나오며 한 가닥 기대도 가졌다.

"문산역에서 끈긴 경의선이 평화무드에 편승해 신의주까지 가는 날을 생전에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갤러리 브레송’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전시장을 지키고 있던 사진가 박춘화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 분과의 첫 만남은 ‘민족사진가협회’ 회원전에서 처음 만났으니, 20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지난 해에는 ‘닿음 내림’이란 제목 처럼 다소 난해한 전시를 열었고,

이번에 보여주는 전시는 마치 민들레의 생태사진 같은 ‘홀씨, 빛을 머금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생태사진이 아니라 홀씨의 외형을 통해 작가의 종교적 사유를 담고 있었다.


김용철씨의 ‘경의선’이 객관적인 사진이라면 박춘화씨의 사진은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작업노트는 물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아 관객에게 불친절하기도 이를 데 없다.

당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라는 것이다.


작년에 보여준 작품들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허무주의로 이끌었고,

이번의 ‘홀씨’전은 또 다른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홀씨’전에 등장하는 소재는 대체로 네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즉 민들레 홀씨와 해, 그리고 십자가와 나비다.

홍순원 목사의 말처럼, 해는 하나님이요 십자가는 예수, 나비는 부활을 뜻할게다.

홀씨는 바람타고 자유로이 날아가 곳곳에 전파되는 성령이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생명을 의미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몇 장 사진으로 크게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홀씨가 어둡게 묘사되어 있었다. 지옥도 같은 오늘의 현실을 말하는 것일까?

아무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사진이다.





박춘화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14일까지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리고 ‘눈빛출판사’에서 김용철의 ‘경의선’ 사진집도 나왔다.

132쪽에 100여점 실린 사진집 가격은 20,000원이다.




 
전시장에서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일거리를 만들지 않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약속도 술만 한 잔 들어가면 사정없이 무너진다. 어떻게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용감해 질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음주사진이다.






이날 저녁에는 전시작가 박춘화씨를 비롯하여 ‘브레송’의 김남진관장, 사진가 김영호씨가 어울려

충무로 해물탕(옛 조방낙지)에서 한 잔 했다.


그 넓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뿐 이었는데, 날씨가 더워 그런지 요즘 장사 되는 집이 별로없다.

그런데, 환장하겠더라. 나보다 더 잘생긴 문호가 아니라 문어가 안주로 나왔는데, 

문어 킬러 김남진씨와 김영호씨 한 테 문어 좆 돼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박춘화씨 개인전에서 사진 본지가 한참인데, 이제사 뒷북치는 사진을 올린다.
그동안 지방 다녀오느라 미처 생각 못했는데, 뒤늦게 정리 안 된 사진파일을 본 것이다.

이미 전시가 끝나버렸지만, 어쩌겠는가? 널리 양해하시길...






지난 1일 ‘갤러리브레송’에서 전시를 연 박춘화씨는 나와 연배가 비슷한 분이었다.

오래전 ‘민사협’ 인천전시에서 만난 적 있다고 했는데,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열심히 작업하는 분 같았다.

20년 넘게 카메라를 만졌으나 전시는 처음 열었는데, 사진에는 작가의 고집스러움이 묻어났다.





“닿음 내림”이란 제목의 사진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이 음산하게 허공을 메우고 있었다.

더러 뿌리나 조형물이 메우기도 했으나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이었다.

작가의 속내는 잘 읽을 수 없었으나, 사진이 주는 분위기가 좀 그로테스크했다.






그 날 사진전 오프닝에는 작가가 초대한 손님은 없고, ‘브레송’의 김남진관장이 불러 모은 몇몇 뿐이었다.

박춘화씨와 김남진 관장, 사진가 김문호, 성남훈, 정영신, 강레아, 이윤기, 정용도씨가 어울렸다.

뒤풀이로 찾아 간 집은 ‘포토랜드’ 앞의 고기집인데, 옛날 카메라점이 술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했으나, 그리 많이 마시지 않은 편인데 어질어질했다.

허망하게 느껴지는 사진 때문인가? 아니면 내 몸이 맛이 간 건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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