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피자연합’과 예술인들이 모인 ‘스마트협동조합’을 연이어 찾아갔다.

 

 

요즘은 이래저래 협동조합 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영신씨가 ‘피자연합’과 ‘스마트협동조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나도 총각시절 ‘부산농협’과 ‘김해농협’을 전전하며 밥벌이를 했으나,

금융 업무를 맡아 협동조합이란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다녔다.

뒤늦게 그 방면 전문가 서인형씨를 만나 협동조합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피자 유니온’은

‘미스터 피자’의 갑 질에 지친 점주들이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기 위해 창설했다고 한다.

 

 

지난 9일 정오 무렵, 방이동에 있는 ‘피자연합’ 매장에 들렸다.

그 곳은 ‘피자연합’ 정종열 조합장이 운영하는 매장인데,

‘고추장불고기피자’와 ‘간장불고기피자’라는 새로 나온 피자를 홍보할 제품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피자라면 서양빈대떡 정도로만 알았던 문외한이 뒤늦게 피자 맛도 알게 되었다.

‘피자연합’에서는 국내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 방부제 덩어리 수입 밀에서 벗어나

자연드림이 공급하는 우리밀로 도우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최고 품질의 프랑스 유레알 치즈와, 식용유가 아닌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등

좋은 재료만 사용하는데다 새로운 피자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서인형씨를 비롯한 몇몇 가맹사업자들이 모여 회합하고 있었다.

 

 

그날 자정 무렵에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한 때 수시로 녹번동 집을 들락거리던 장춘씨가 3년 만에 나타난 것이다.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 죽었다는 소문까지 떠돌던 터라 깜짝 놀란 것이다.

오죽하면 귀신이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밤늦도록 은둔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보낸 것이다.

 

 

11일은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사진스튜디오를 개설한다고 했다.

전 날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설거지하다 그릇을 두 개나 깨버렸다.

그것도 정영신씨가 가장 아끼는 그릇만 깨져 난감했지만, 어쩌랴!

간밤에 나타난 귀신 아닌 귀신에 홀려 정신을 놓은건지 모르겠다.

 

 

서둘러 장춘씨가 사온 수박 한조각과 얻어 온 피자를 챙겨 실고 ‘스마트협동조합’으로 달려갔다.

짐이 있어 차를 끌고 갈수밖에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진가 이정환씨가 입구에 나와 있었다.

 

 

개설한 스튜디오에는 박권주씨가 장비를 시험하고 있었고, 황경아씨와 백인혁 팀장이 돕고 있었다.

챙겨 간 수박과 피자로 환담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는데, 뒤늦게 서인형 이사장이 나타났다.

 

 

스튜디오는 뮤지션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마련했다는데,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사무실을 사용하는 입주업체에서도 제품사진 찍을 일이 많다고 했다.

상생을 위해 협업하는 의미 있는 스튜디오가 될 것 같았다.

 

힘 가진 자의 갑 질이나 독주를 막고 함께 사는 방법은 협동조합뿐이다.

‘피자연합’이 ‘미스터피자’의 갑 질에서 벗어나 독립에 성공했듯이

‘스마트협동조합’도 예술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견인차가 되길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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