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17인 국제판화전,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1월 29일까지 열려...

 

Nittaya Hernmek, THE RESIDENT OF MIND 2, woodcut, 84x120cm(2019) <사진제공=통인화랑>

정교하면서도 거친 표현이 붓질과는 또 다르다. 다채로운 판화의 매력을 담뿍 담은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통인화랑이 국내외 유명작가들을 초대하는 제 4회 국제판화전(International Handprinted Edition)을 4일부터 29일까지 연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전시로 올해는 7개국 17명이 함께 한다. 세계적인 판화공모전에서 수상한 작가들이 예술적 깊이와 다양한 기법을 뽐낸다.

한국 목판화를 대표하는 김상구는 풍부한 회화성과 판화의 기술적 공정을 통해 극도로 절제된 간결함과 탄력있는 구성을 표현했다. 김서울은 에칭기법으로 고립과 충만을 동시에 표현해 관람객들과 공감하려 한다. 민경아는 리노컷 기법 입체작품을 통해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들이 충돌하여 빚어내는 낯선 감성을 드러낸다. 박정원은 현대 도시인의 양가적 감정을 표현했고, 이언정은 토끼를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이영애는 아쿠아 틴트 기법으로 회화적 감성을 표현했고, 정승원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지친 마음에 치유의 선물과 평화로운 휴식을 제공한다.

 

김서울, ‘a box for work’ (2019) etching_50x40cm <사진제공=통인화랑>
민경아, ‘책거리-프리다칼로 theme’ linocut 3D collage, acrylic on canvas. 45.5x33.3x7cm (2022) <사진제공=통인화랑>

방글라데시의 압둘라 알 바시르는 우드컷 기법으로 무기력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내면의 슬픔을 표현했고, 아크히누 빈테 알리는 화려했던 어린 시절을 표현해 작가 자신이 완벽한 자유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태국의 니타야 험·파라윈 피앙촘푸·티라왓 캄온·티퐁 홍스리누앙은 우드컷 작품을 나란히 선보여 눈길을 끈다. 전통과 결합한 평화로운 상상력을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Chris Pig, ‘Barbers’, wood engraving, Chine Collé, 35X50cm, Oxford (2020) <사진제공=통인화랑>

영국의 크리스 피그는 이발소와 햄버거 가게 등 일상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포자티는 우드컷과 다양한 색깔로 인간관계를 주제로 다루었고, 수잔나 도치올리는 종이를 접거나 오려서 그림이 튀어나오는 듯한 리노컷으로 유희적이면서도 시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핀란드의 투카 펠토넨은 우드컷 작품에서 화려한 옷과 헤어스타일을 보여준다.

 

Tuukka Peltonen, Unknown Passage, woodcut, 79 cm x 59 cm (2022)

이계선 통인화랑 대표는 “이번 국제판화전은 각기 다른 기법과 각 나라가 가지는 독특한 문화와 판화의 가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 이한나기자]

▲&nbsp;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lsquo;호랑이 나라&rsquo;에 전시된 호랑이 부적.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전시로 보는 호랑이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 나라展’
민경아 현대적 재해석 판화 눈길


호랑이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다. 재앙을 막는 벽사(피邪)의 상징이자 친숙한 동물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호랑이의 모습을 예술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오는 3월 1일까지 호랑이띠 해 특별전 ‘호랑이 나라’가 이어진다. 1부 ‘십이지와 호랑이띠’, 2부 ‘호랑이 상징과 문화상’, 3부 ‘호랑이의 현대적 전승’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가 호랑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은산별신제에서 썼던 산신도’를 비롯해 초창기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수집한 ‘산신도·산신당 흑백 사진’ 등 희귀 전시품은 오래전부터 산신으로 섬겨져 온 호랑이의 위상을 보여준다.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畵) 등의 풍속이 기록된 ‘열양세시기’, 삼재를 막기 위한 ‘삼재부적판(三災符籍板)’,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작호도(鵲虎圖)’ 등을 통해서는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막고자 했던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게임업체 넥슨코리아와 협업해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 연’을 활용한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유아용 액막이 모자인 ‘호건’을 소재로 한 게임 아이템 쿠폰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수십 m씩 줄을 서는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호랑이를 주제로 한 현대 작가들의 그림도 전시회 등을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들 작품 역시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고 기쁨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호랑이를 묘사하며 벽사적·길상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판매 브랜드인 ‘프린트베이커리’에 초대받은 민경아 작가는 민화 호랑이의 친근한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꺼운 리놀륨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내는 리노컷 판화로 유명한 민 작가는 “호랑이를 통해 코로나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 ‘서울 : 범 내려온다, 새 날아든다’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전통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표현했고, 그 곁에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넣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여는 세화전(歲畵展·1월 5∼10일) 역시 호랑이 그림을 통해 재앙을 쫓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야-호(虎), 복 내려온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86명의 작가가 비단 위에 진채 기법으로 그린 호랑이 그림들을 펼쳐 보인다. 진채는 표면을 거칠게 가공한 비단을 전통 방식으로 쑨 풀로 틀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먹으로 세밀하게 스케치한 후 색깔 있는 돌가루를 입히는 방식이다.

문화일보 / 장재선·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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