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호랑이 나라’에 전시된 호랑이 부적.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전시로 보는 호랑이

국립민속박물관 ‘호랑이 나라展’
민경아 현대적 재해석 판화 눈길


호랑이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다. 재앙을 막는 벽사(피邪)의 상징이자 친숙한 동물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호랑이의 모습을 예술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오는 3월 1일까지 호랑이띠 해 특별전 ‘호랑이 나라’가 이어진다. 1부 ‘십이지와 호랑이띠’, 2부 ‘호랑이 상징과 문화상’, 3부 ‘호랑이의 현대적 전승’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가 호랑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은산별신제에서 썼던 산신도’를 비롯해 초창기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1904∼1948)가 일제강점기에 수집한 ‘산신도·산신당 흑백 사진’ 등 희귀 전시품은 오래전부터 산신으로 섬겨져 온 호랑이의 위상을 보여준다.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畵) 등의 풍속이 기록된 ‘열양세시기’, 삼재를 막기 위한 ‘삼재부적판(三災符籍板)’,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작호도(鵲虎圖)’ 등을 통해서는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액을 막고자 했던 조상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게임업체 넥슨코리아와 협업해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 연’을 활용한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유아용 액막이 모자인 ‘호건’을 소재로 한 게임 아이템 쿠폰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수십 m씩 줄을 서는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호랑이를 주제로 한 현대 작가들의 그림도 전시회 등을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들 작품 역시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고 기쁨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호랑이를 묘사하며 벽사적·길상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판매 브랜드인 ‘프린트베이커리’에 초대받은 민경아 작가는 민화 호랑이의 친근한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꺼운 리놀륨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내는 리노컷 판화로 유명한 민 작가는 “호랑이를 통해 코로나 상황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 ‘서울 : 범 내려온다, 새 날아든다’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전통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표현했고, 그 곁에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넣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여는 세화전(歲畵展·1월 5∼10일) 역시 호랑이 그림을 통해 재앙을 쫓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야-호(虎), 복 내려온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86명의 작가가 비단 위에 진채 기법으로 그린 호랑이 그림들을 펼쳐 보인다. 진채는 표면을 거칠게 가공한 비단을 전통 방식으로 쑨 풀로 틀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먹으로 세밀하게 스케치한 후 색깔 있는 돌가루를 입히는 방식이다.

문화일보 / 장재선·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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