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소장품 ‘지정문화재’ 확대 추진


 


① 광개토대왕 명 청동그릇은 8·15광복 뒤인 1946년 우리 손으로 처음 발굴 조사한 호우총에서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② 장창골 석조미륵삼존불상은 본존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倚子座)를 취한 유일한 삼국시대 불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③ 드물게 뚜껑이 전해지는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매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④ 1932년 강원도에서 출토된 석함 속에서 발견된 이성계 발원 사리 갖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⑤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도 가운데 ‘연사모종’. 안개 낀 사찰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화폭에 담았다.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올 2월 ‘경주 이차돈 순교비’가 보물로 지정 예고되자 ‘왜 이제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국보급 문화재일 것 같은 유물 중엔 의외로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것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매매나 국외 반출 가능성이 높은 사찰, 대학, 개인 등 민간 소유 유물을 국보나 보물로 우선 지정해 왔기 때문이다.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리 강화 차원에서 ‘이차돈 순교비’를 시작으로 박물관 소장 유물의 국가지정문화재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재 1단계로 60여 건을 검토하고 2017년까지 수백 점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과연 어떤 ‘대어급 문화재’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까. 청과 박물관의 도움을 얻어 유력 후보를 미리 살펴봤다.

전남 나주 신촌리에서 발굴한 백제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둘 다 국보, 보물로 손색없다. 옹관(甕棺·항아리 모양 관)에 들어있었는데, 은팔찌를 비롯한 장신구와 무기 농기구도 함께 나왔다. 경주 노서동 호우총에서 출토된 ‘광개토대왕 명 청동그릇(호우)’ 역시 그동안 지정문화재가 아닌 게 어색하다. 바닥에 ‘415년 광개토대왕을 기념해 만든 그릇(乙卯年國岡上廣開土地好太王壺우十)’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통일신라 유물로는 ‘월지(月池) 금동 초 심지 가위(금동촉협·金銅燭鋏)’를 꼽을 수 있다. 흔히 안압지로 알려진 경주 월지에서 나온 이 유물은 이름 그대로 초 심지를 자르는 가위다. 손잡이에 새겨진 방울과 당초무늬가 아름답다.

1925년 경주 남산 장창골 석실에서 옮겨온 ‘장창골 석조미륵삼존불상’은 단단한 화강암 재질인데도 부드러운 온기가 배어나온다. ‘삼화령(三花嶺) 미륵삼존불’이라 불리기도 한다.

고려시대의 불화로는 ‘노영필 아미타구존도(魯英筆 阿彌陀九尊圖)’를 꼽을 수 있다. 고려청자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 매병’과 ‘청자 상감퇴화 풀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전자와 받침’도 유력하다. 이 매병은 뚜껑이 남아있는 드문 유물로 구름과 학의 여유로운 조화가 일품이다. 주전자의 퇴화(堆花)란 흑토와 백토를 물에 개서 그림 그리듯 문양을 그리는 기법을 일컫는다.

조선으로 넘어가면 회화가 푸짐하다. 중국 후난(湖南) 성 경치를 담은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한반도 산수화의 대표적 소재다.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는 16세기 작자미상 작품으로 8폭 그림이 쌍으로 대칭을 이루는 구도가 인상적이다. 또 겸재 정선의 초기작인 ‘정선필 신묘년 풍악도첩(辛卯年 楓嶽圖帖)’도 눈여겨볼 만하다.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를 열기 1년 전, 추종자 1만여 명과 금강산 비로봉에 모신 ‘이성계 발원 사리 갖춤’도 유력한 후보다. 사리를 봉안한 탑과 팔각당 모양의 그릇은 모두 은에다 금을 입히고 안쪽 은판에는 명문을 새겼다. 이를 넣은 청동, 백자그릇에도 글이 새겨졌다. 만들고 바친 시기와 참여 인사의 이름, 미륵을 기다린다는 발원이다. 그 민감한 시기에 불교성지인 금강산에 바쳐진 사리 갖춤은 무슨 뜻을 지녔을까.

동아일보 / 조이영 lycho@donga.com·정양환 기자

15년만에 무료 전환…시민 반응 다양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보호

조례 일부 개정에 따라 그동안 성인에게 700원, 13~24세에게는 300원씩 받아왔던 입장료를 없애고 이날부터

운현궁을 무료 개방한다. 2014.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20일 서울의 고궁 운현궁이 무료로 전격 전환됐다. 입장료 700원을 받기 시작한 1999년 4월 이후 꼭 15년만이다.

무료 전환 첫날 찾은 운현궁은 궂은 날씨에도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황사에 비까지 내리는데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관람객이 왔다"며 "공짜 효과로 앞으로 관람객이 많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더 많은 사람이 고궁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는 긍정적이었지만 공짜를 마냥 반기지는 않았다.

친구와 인사동 거리에 들렀다가 무료 개방 소식을 듣고 운현궁을 찾았다는 시민 최가은 씨(23)는 "기본적으로 문화재 관람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무료로 바뀐 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를 더 많이 찾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60대라고 소개한 신모 씨는 "소중한 문화재인데 이제 아무나 들어오게 생겼다"며 "공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시설을 훼손해서 망가뜨리면 고치는 세금이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씨는 "요새 여기 저기에서 '공짜 공짜' 하는데 반갑지 않다"고 했다.

관람객을 위한 전통복식체험관에서 일하는 강모씨는 "관광객이 늘겠지만 관리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아무래도 공짜이다 보니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벼울 것이고, 화장실 같은 시설도 더 함부로 쓰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사적 257호 운현궁은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직전까지 살았던 잠저(潛邸)로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어린 고종을 대신해 10여년간 조선의 국정을 좌지우지한 곳이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고 있다. 2014.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시는 그간 시 소유 문화재(경희궁·남산골 한옥마을·몽촌토성·운현궁) 가운데 유일하게 운현궁을 유료로 운영해 왔다. 일반(25~64세) 700원, 청소년(13~24세) 300원 등 최소한의 입장료만 받아왔다.

2011년 유료 입장객은 20만3000여명, 2012년 23만7000여명, 지난해 20만9000여명으로 매년 3200~3500만원 수준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 2월 서울시의회에서 최호정 시의원(새누리당·서초3)이 발의한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무료가 됐다. "관광객 및 가족단위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문화재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시 관계자는 "무료 전환으로 관람객이 늘면 시민들의 역사문화 향유 기회가 올라가는 동시에 부대시설 및 유료 서비스 부분에서 수입도 늘 것"이라며 "그간 입장료 수익이 워낙 작아 평소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돈 대부분은 시 예산으로 충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무료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지난 2008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이 무료 전환됐을 때도 문화재 가치의 왜곡, 수익자 부담의 원칙 훼손 등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다른 궁과 형평성 논란도 있다.

국가 소유 문화재라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경복궁(3000원), 운현궁과 가까운 창덕궁(3000원)·창경궁(1000원) 등은 여전히 입장료를 받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궁의 입장료 변경 계획은 현재 없다"며 "지금의 입장료가 문화재 유지관리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국가 문화재라고 모든 사업비를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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