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문시종씨의 선물을 펼쳐보고 깜짝 놀랐다.

몇 일전 전시회에서 솟대들을 촬영하며, 그 앙증맞은 모양에 반해 몇 번이고 되돌아보게 했던 그 작품이 나온 것이다.

뜻밖의 선물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수많은 솟대 중에 어떻게 그 솟대를 골랐는지 그것이 더 궁금했다.

한 편으론 거인에게 내 마음을 들켰던게 두렵기도 하지만....

 

가끔 전시장에서 맘에 드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어도 꼼꼼히 볼 뿐이지 여지껏 소장하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소장할 형편도 안 되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일게다.

그러나 새해를 맞아 찾아 온 문선생의 솟대는 분명 길조다.

 

언젠가 문시종씨의 솟대 박물관이 자리 잡는 날, 제 자리에 돌려놓을 생각이지만 그때까지라도 하늘나라의 전령에게 시름을 부려놓을 작정이다.

 

2013.1.5

 

지난 4일엔 약속이 겹쳤다.

오후5시에 조준영씨와, 7시에는 문시종씨를 인사동에서 각각 만나기로 한 것이다.

먼저 조준영씨를 만난 툇마루에서 유목민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뒤늦게 나타난

장춘씨와 함께 문시종씨와의 약속 장소인 “노마드”로 자리를 옮겼다.

 

입구에는 전활철씨가 난로에 넣을 나무둥치를 뭉그러진 톱으로 자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고,

안쪽에는 장경호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온 종일 인사동 주변의 버려진 나무들을 주워,

땜감 준비하느라 애쓰는 활철씨를 안쓰럽게 보는 중에 문시종씨와 송성민씨가 도착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불쑥 내민 선물 꾸러미에 답하지 못한 송구스러움도 잠시 뿐,

솟대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살아 온 이야기를 들어며 술이 취해버렸다.

뒤이어 배성일, 노광래, 신현수, 정기영씨가 차례로 입성하여 여러 자리를 기웃거리며 마시고 

문선생과 송선생을 앞에 둔 채 꾸벅 꾸벅 조는 결례로 자리를 파하게 만들었다.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문선생! 좌우지간 고맙고 죄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재주가 너무 많은, 제주의 토탈 아티스트

솟대작가 / 시조시인 / 목공예가 / 서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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