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부근에서 '갤러리카페 더'를 운영했던 화가 문 숙씨가 변해가는 인사동에 넌덜머리를 내고 퇴촌으로 떠 난지 한참 되었다.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계곡 옆에 새로운 갤러리카페를 만들었는데, 개관을 기념하여 가수 이동원씨의 콘서트를 연다는 연락을 받아

아내와 함께 찾아 나섰다.

 

오후7시부터 공연이 시작된다고 하였으나 차가 밀려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누구의 노래인지 모르지만 재즈음악이 휘 감은 ‘히든 벨리’의 빨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히든 밸리' 주변을 감싼 천막 안 공연장에는 대략 한 2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려 있었다.

그 골짜기에 그 만한 사람들을 모우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기에 참 용타싶었다.

‘히든벨리’ 오픈 기념 콘서트라 이름붙인 그 날의 음악회는

그 곳에 자신의 상설무대를 차린 가수 이동원씨가 친구 전유성씨와 후배가수들을 불러 마련한 자리였다.

 

두 시간 동안 계속된 콘서트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김현식의 노래 ‘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가사처럼 감미로운 노래 소리에 실려 어린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달려가고 싶었던 것이다.

 

구수한 입담으로 끌어가는 전유성씨의 잡담 쇼가 좌중을 웃음판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이동원씨가 부른 ‘봄날은 간다’ 였다.

허스키한 성량의 이동원씨 만이 낼 수 있는 절창이었다.

그 외 박강수, 유미경씨도 여름밤을 흐느적거리게 열창했지만, 한 때 ‘하사와 병장’이란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경우씨가 나와 목화밭을 비롯한 여러 곡을 불러 잊혀져가는 추억을 끌어냈다.

 

정해진 공연이 끝난 후 손님들이 꾸며가는 아마추어 무대도 재밌었다.

노래방이 보급된 이후 전 국민의 가수화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기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전 국민이 사진작가가 되듯이,

이젠 스스로의 개성으로 뭉쳐 자신만의 어법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요정의 집처럼 좁게 들어선 빨간 건물 ‘히든벨리’주변에는 은행나무들이 길게 늘어 서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빨간 건물을 뒤덮을 즈음이면 정말 장관일 것 같았다.

 

‘히든 벨리’ 2층에 개관한 ‘갤러리 문’에서는 서양화가 황학만씨의 개인전이 8월16일까지 열린다.

 

사진,글 / 조문호

 

 

 

 

 

 

 

 

 

 

 

 

 

 

 

 

 

 

 

 

 

 

 

 

 

 

 

 

 

 

 

 

 

 

 

 

 

 

 

 

 

 

 

 

 

 

 

 

 

 

                                                                        문 숙 (서양화가)

'인사동 정보 > 인사동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동명 (시인)  (0) 2013.09.23
정영신 (사진가)  (0) 2013.09.18
김하은 (서양화가)  (0) 2013.09.02
전항섭 (조각가)  (0) 2013.08.26
지 걸 (방랑자)  (0) 2013.08.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