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옛 공간과 시간의 기억들을 불러 모은 ‘담양뎐_ 기억의 시간’이

지난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열리고 있다.

 

‘담빛예술창고’와 사진전문지 ‘포토닷’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담양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다섯 명의 사진가가 찍은 120여 점을 선보인다.

 

지역 작가로는 故 이해섭 선생이 수집한 담양 100년사 사진아카이브를 비롯하여

전오남, 라규채, 송창근씨가 기록한 담양의 삶의 기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장터사진가 정영신씨가 기록한 80년대 담양죽물시장도 한 몫 했다.

 

잔잔한 삶의 풍경에서부터 고고한 선비의 멋이 전시장을 풍미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섯 작가의 기억이 세월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풍경에 관람자의 기억이 더해져 보는 사람의 감회도 달라진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담양 장터의 시끌벅적한 장마당이나,

선비의 멋이 서려있는 소쇄원 풍경도 정겹다.

 

아래는 전시를 기획한 박이찬씨의 전시서문 앞부분이다.

 

“사람의 기억은 마법 같은 특징이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 하고 그 기억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기억을 통해 우리는 행복해지기도 때로는 슬퍼지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은 경험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작은 기억의 조각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의 관계를 연결해주고

또, 연결되기를 원하며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기억이 사라진다는 가정은 인생의 길을 잃은 것과 같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정자 사진을 선보인 라규채씨는 비움과 무욕, 절제를 주제로 했다.

선비 문화의 산실인 담양 정자들을 매개로 자연의 ‘비움’,

선비들의 삶의 ‘절제’, 자연과 함께하는 선비들의 자연관을 담았다

 

송창근씨는 비 온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소쇄원을 찾았다고 한다.

대봉대에 발을 올려 사방을 둘러보면 광풍각이 지척이고 제월당이 저만큼 있었단다.

담장 밑을 뚫고 흐르는 물은 높직한 바위를 가로질러 한 필의 비단 폭포란다.

 

전오남씨는 죽물을 이거나 짊어지고 가는 행렬에서부터

쌍교 밑 소하천 모래 속에서 찜질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이르기 까지

아스라하게 잊혀 진 삶의 풍경을 소환하며 기억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정영신씨의 담양장은 담양만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장마당 풍경이다.

눈 오는 새벽녘, 대나무소쿠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정담 나누는 모습은 이제 풍경이 되었다.

 

수 십 년 동안 장터를 떠돌아다닌 사진가 정영신씨가 말한다.

“수많은 얘깃거리가 장바닥에 쏟아졌고, 국밥집에서는 막걸리잔 위로 농사 이야기를 부려놓았어요.

이제 시끌벅적한 장마당은 보이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장꾼도,

아이들의 시선을 붙들던 약장수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 전시의 백미는 고 이해섭선생께서 수집한 담양 100년 사진아카이브였다.

 

사진 수집을 위해 40여년동안 애써왔으며, ‘사진으로 본 담양 백년사’를 펴내기도 했다.

누구의 사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담양의 소중한 역사적 사료였다.

 

담빛예술창고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전시는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지난 2일 정영신씨와 담양 ‘담빛예술창고’에 사진전 보러 갔다.

오후세시 무렵 도착했는데, 서울에서 곽명우씨가 먼저 와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박이찬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별관에는 고 이해섭선생이 수집한 담양 100년 사진아카이브전이 열렸다.

 

기획자 박이찬, 참여 작가 라규채, 정영신, 사진가 곽명우와 어울려 차도 한잔 했다.

고맙게도 ‘죽녹원’ 팬션 예향당에서 하루 묵었다.

또 다른 담양의 기억을 만든다.

 

사진, 글 / 조문호

 




장터와 연계한 전국 탐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영신씨가 그 첫 취재지를 담양으로 정했다.

제20회 담양대나무축제가 시작되는 지난 2일 새벽 일찍 출발하였는데,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려, 모처럼의 담양 나들이를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정영신씨 혼자 떠날 생각을 한 모양이나 장터와 축제장만 가는 것이 아니라 소쇄원과 삼지천 마을 돌담길 등

명소까지 두루 다니려면 자동차 없이는 힘들 것 같아, 운전기사를 자청하여 따라 나선 것이다.

속담에 ‘남이 장에 가니 거름지고 따라간다.’는 말도 있지만, 난 거름은 커녕 늘 메고 다니던 카메라가방까지 잊고 간 것이다.





정영신씨의 보조카메라를 빌려 쓰기로 하고 갔는데, 담양이 가까워오니 비도 서서히 그쳤다.

담양 관방천 뚝방 위로 늘어 선 장터부터 돌아보았다.

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들어 선 난장도 좋았지만, 장꾼들의 구수한 사투리에 옛 장터의 향수가 스물스물 묻어났다.

대나무 고장답게 곳곳에 죽순을 팔고 있었다.






장터가 마트와 다른 점은 카드로 찍찍 긋는 것이 아니라 현찰이 오 가는 맛에 있다.

물건 팔아 돈 받아 챙기는 장사꾼의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첫 마수라고 침을 뱉거나 머리에 대는 풍정도 머지않아 하나의 전설이 될 것이다.





담양하면 새벽에 서는 죽물시장부터 떠오른다.

30여 년 전 죽물시장 촬영하러 두 차례 간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눈이 내린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눈 내리는 담양죽물시장의 서정적인 풍경은 이제 사진에서 밖에 볼 수 없게 되었다.

중국산에 밀려 난 죽물이라 요즘은 장터에도 없었다.

간신히 볼 수 있었던 것은 담양대나무축제에서 마련한 ‘추억의 죽물시장 체험’이란 부스뿐이었다.






올해로 20회나 되는 담양대나무축제장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유명세를 떨치는 축제지만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볼거리도 축제마다 대개 비슷비슷한데, 이젠 지역축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지방마다 별의 별 축제로 넘쳐나는데, 축제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대나무 숲인 '죽녹원'과 영산강 상류의 '관방천'을 무대로 열리는 담양대나무축제는

'대숲 향기 천년을 품다'라는 선비정신을 주테마로 진행되고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웅장한 대나무로 만든 조형물이 하나 있었는데, 어울리지도 않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더라.

차라리 담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큰 대나무 광주리나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담양에 왔으니 대통나무 밥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는데, 밥보다 죽순무침이 더 맛있었다.





울창한 죽림으로 이어진 녹죽원을 산책하는 맛도 일품이었다

난, 다리가 아파 정영신씨 혼자 돌게 하고 대나무로 만든 흔들침대에 한 20분 정도 누워 있었는데,

청량한 대나무 숲 공기에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듯 시원했다.


그 곳에 ‘이이남 아트센터’가 자리잡아, 담양 작가 이이남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오후에는 '가사문학관'을 비롯하여 조선중기 민간정원의 원형을 간직한 ‘소쇄원’도 돌아 보았고,

고풍스러운 삼지천 마을 돌담길도 거닐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정영신씨 덕에 담양 구경 한 번 잘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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