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같은 꽃, 지극한 감정

송보경展 / BO SONG / 宋保京 / painting 

 

2022_0706 ▶ 2022_0711

 

송보경_Formation24_캔버스에 유채_100×82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동물 같은 꽃, 지극한 감정 - 동물 같은 꽃. ● 송보경의 두 번째 전시를 간단하게 보여주는 대표 명제는 단연코 색이다. 색이 모여 면을 이루고 면들은 빠른 속도의 붓질을 통해 운동성을 부여받은 선으로 거침없이 공간을 나누고 합치기를 반복한다. 화면은 조화롭게 아름답지만 고요하지 않다. 자연의 색을 취했고 자연의 꽃과 숲의 형상을 그렸으나 일반적인 꽃, 숲의 통념 즉 식물성이 주는 수동적, 수평적, 정적이라는 일반론을 깨버린다. ● 화면에 내리꽂듯 붉은 색은 던져졌고 줄기와 잎은 생존을 위해 꿈틀 된다. 이때 작가는 주로 짧은 선을 사용하여 빠른 반복으로 화면을 메꿔나간 듯 보인다. 붉은색 붓을 휘둘렀다가 다시 푸른 붓으로 바꾸는 송보경의 손과 호흡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고 이는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다. 움직이는 꽃, 동물 같은 꽃이다.

 

송보경_Forewell_캔버스에 유채_73×61cm_2022
송보경_Natural Emotion_캔버스에 유채_66×54cm_2022

푸른 숲의 움직임은 꽃과는 다르다. 작가의 시선이 풀이 아닌 풀과 풀의 관계항, 풀과 풀 사이의 공간인 숲까지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풀을 그린 것이 아닌 그 풀의 생존 공간, 즉 풀의 우주인 숲의 초상에 닿아있다. 뜨거운 생명성이 긴 잎을 가진 풀의 실존에서 전해진다. 꽃에 비해 길게 사용된 선은 머뭇거리거나 주저함이 없다. ● 단숨에 그려진 듯 보이는 일련의 시리즈 작품들은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 회화 표면 아래 수없이 쌓인 다른 붓질들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회화의 골격을 이루며 견고하고 치열한 화면이었음을 증명해낸다. 선택적 시각으로 잡아낸 꽃과 숲의 실존을 삶의 굴레처럼 반복적으로, 그러나 매번 다른 붓질로 견고하게 쌓아올렸다. 그래서 송보경의 꽃과 숲은 고요하지 않고 치열하며 아름답지만 다소곳하지 않다. 멈춰서 반추하는 삶의 끝자락이 아닌 전쟁 같은 삶의 한복판에 서 있는 동물 같은 꽃이다.

 

송보경_지수화풍공1_캔버스에 유채_115×95cm_2021

지극한 감정(情至)  "감정이 지극한 말(情至之言)은 저절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으니, 이것이 바 로 '진짜 시(眞詩)로서 전할 만하다." (원굉도 袁宏道) ● 중국 명나라 문인인 원굉도는 진정한 창작에 대해 지극한 감정(情至)을 제대로 표현할 것을 강조한다. 창작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진정성 있게 다한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인듯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어떤 하나를 원칙으로 삼아 그것을 모의하는 식으로 작품창작에 임하고 있는 태도들이 있고, 원굉도는 이런 몰주체적인 작품창작 태도를 비판하면서 가슴에서 나오는 대로 내쏟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의 진정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1)

 

송보경_지수화풍공2_캔버스에 유채_77×40cm_2021

송보경의 창작태도는 감정이 지극(情至)하다.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고 그 마음의 변화에 따라 느낌 감정 그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그것이 미술계 내에서 어떤 긍정 혹은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거침없는 색으로 동물 같은 꽃을 그릴 때 계산은 없었다. 작가가 목격한 그것, 혹은 자신의 내면 사유에 집중하며 포착된 진동을 화면 위로 던진 것이다.

 

송보경_지수화풍공3_캔버스에 유채_77×38cm_2021

사실 송보경의 정지(情至)한 마음은 더 큰 범주를 갖는다. 만다라(曼茶羅, Mandala). 모든 법을 원만하게 갖추어 결함이 없는 것을 뜻하는 불교용어인 동시에 불화의 한 종류다. 송보경이 구현한 꽃과 숲, 추상회화와 실험들은 어쩌면 만다라를 향해 가는 수행의 모습일 수도 있다. 결함 없는 완성형의 만다라가 아닌 본질(Manda)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는(la) 과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전개된 신앙형태를 통일하면서 단순히 다신교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통일되면서도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불화로서 만다라처럼 2) 송보경의 회화에는 본질의 우주가 있고 변화는 마음이 있으며 그것을 목격했지만 재단하지 않고 정직하게 표현했다.

 

송보경_지수화풍공6_캔버스에 유채_76×76cm_2020
송보경_Formation2_캔버스에 유채_78×78cm_2018

때문에 송보경의 만다라에는 불(火)같은 꽃이 있고 원시림(地) 같은 숲이 있으며, 얼음(水)같이 단호한 붓질이 있고 원만한(風) 화합의 공간(空)이 있다.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만물이 생겨나는 다섯 가지 원소를 그림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붉고 푸른 색들은 살아있는 원소를 상징하며 살아있기 때문에 경직되지 않고 유연한 곡선으로 리듬감을 갖는다. 또한 자연의 색 그대로지만 만물의 근본인 힘이 내재되어 있기에 적극적 운동성을 띤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성질들은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기를 반복하며 실존의 무엇이 될 것이기 때문에 화면은 부드럽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송보경의 작품이 거침없고 자유로운 것은 법(法)을 부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송보경_Wind Forever_캔버스에 유채_61×66cm_2018

"세상에 정말 글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문학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가슴속에 차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괴이한 일들이 무수히 고여있고, 그의 목구멍 사이에는 토해내고 싶지만 감히 토해낼 수 없는 것이 많이 걸려 있고, 입에는 또 수시로 말하고 싶지만 전달할 수 없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들이 오랜 세월 쌓이면 그 형세를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다." (이지 李贄) 3) ● 또 한 명의 명나라 사상가 이지(李贄) 역시 진실된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일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 글을 빌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형세의 작가 송보경에 대한 글의 마무리를 대신한다. ■ 김최은영

 

* 각주1) 조민환, 『동양의 광기와 예술』,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0. 참조2) 만다라 [曼茶羅]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참조3) 李贄, 『焚書』, 「雜說」

 

송보경_Green Circle_캔버스에 유채_89×115cm_2017
송보경_Red Circle_캔버스에 유채_78×100cm_2017

나의 그림은 내자신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력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불교철학과 우주에 대한 나의 통찰과 믿음들이 선과 색을 통하여 추상적으로 표현되었다. 나는 자연의 에너지(지수화풍공)와 거기에 담긴 나의 감정들을 조화롭고 역동적으로 4개의 공간에서 표현하였다. 첫째 한국적인 산을 표현하는 공간, 둘째 추상표현의 공간, 셋째 꽃과 자연의 공간, 넷째 원(만다라)의 공간. 또한 앞으로 이곳의 공간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과 우주의 영원한 시간속에 존재하는 나와 나의 감정들이 주인공이 되어 시시각각 4개의 방을 통하여 표현되어 질 것이다. ■ 송보경

 

My art is an extension of my spirituality, memories, and emotions. It is a very personal, meditative experience, enabling me to explore and express my Buddhist beliefs through abstract colors and shapes. The main theme of my works is nature, which I use to express emotions or the unseen energy, dynamics, and thoughts of living things. Most of my works incorporate shapes and landscapes Earth(Ji), Water(Su), Fire(Hwa), Wind(Poong) Space(Gong)-the five fundamental elements of all creation - and harmonize them with conceptual images to express life in its colorful, vibrant scheme. Currently my works houses four rooms. The first room holds the magnificent, elementally Korean trees and mountains that I hold near and dear to my heart. The second room is filled with colors and shapes detached from reality, abstract. The third room nurtures nature, growing flowers and all things green. Lastly, the fourth room is the Mandala's - the universe. One can say that my focal pursuit is to fill each unique room with reflections of the seasonal waves, changes in the environment, and shifts within my spirit. ■ Bo Song

 

Vol.20220706d | 송보경展 / BO SONG / 宋保京 / painting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

 

2020_0729 ▶︎ 2020_080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지은_김석곤_박민선_손광석_예상희

최문정_현승조_허우연_강현지_곽예빈

김소희_김유진_김은정_박주희_박지해

안서진_이지민_이채원_이태정_임예은

장지영_전가영_황체상_공다경_김가연

김규리_김미진_김주현_김하준_김혜리

방효주_안유진_오지우_이동민_이정민

장윤정_조재건_주진솔_차선영_최동연

최수빈_최윤하_허슬민_홍승연

 

 

주최,주관 / 한국전통문화대학교후원 / 한국문화재재단_문화재청_국립무형유산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8월 4일에는 작품 반입·출로 관람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1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명예로운 B급, 누가 그 수련의 길을 가는가. ● 오늘, 현대라는 지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더욱 발전할 미래기술에 대한 희망. 그리고 역사로 기록된 철학과 예술들이 있다. 두 가지 갈래길 중 과거에서 소환된 가치에는 분명 전통예술이 있다. 그런데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공허하다. 경매기록 갱신 기록과 글로벌 기관에 등재 따위의 가십처럼 소비되거나 '우리 것을 보존하라'는 맹목의 교육법으로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권지은_천수십일면관음보살(千手十一面觀音菩薩)_견본금박_60×44cm_2020

 

김석곤_단청계(丹靑界)2_지본금니_76×106cm_2020

 

김은정_만수산 무량사(萬壽山 無量寺)_견본채색_30×30cm_2020

 

전통예술의 현장성 부재. 대한민국 현장 미술에서 전통미술을 만나는 일은 해외 블록버스터 작가 전시를 만나기 보다 어렵다. 관급 이상의 초대전이나 대형 전시장의 기획전도 없다. 전통예술이 소비되는 곳은 경매나 박물관뿐이다. 그렇다면 전통예술은 과거에 묶인 화석인가. 전통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리고 내일로 이어져야 온전한 의미와 가치가 형성된다. 생물(活)처럼 살아있어야 한다.

 

이지민_2015.03.20. PM 5_견본채색_41×27cm_2020

 

공다경, 김주현, 이정민, 조재건, 주진솔, 최윤하_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월관음벽화 모사도_지본채색_107×186cm_2019

 

김혜리_통도사 영산전 포벽_토벽채색_53×72cm_2018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 조선시대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뽑아서 만들어낸 관청인 도화서와 거기에서 활약한 김홍도와 신윤복 등의 화원들을 우리는 조선의 천재화가들, 조선의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배우고 익힌다. 그 전통의 그림을 그리는 법을 문화재청에서 대학으로 설립하여 오늘의 화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바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학생들과 대학원생, 그리고 졸업생들이다. 국립대학에서 철저한 고증과 뛰어난 커리큘럼의 A급 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작업 면모는 마치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들을 영입하여 그림을 관장했던 국가기관 도화서의 화원들의 모습에 비견된다. 그러나 아직 성장 중이기에 스스로를 B급이라 낮춰 불렀고 겸양해 말한다.

 

손광석_윤증 초상_견본채색_105×81cm_2011

 

허우연_백동문자도(景星)_견본채색_49×34cm_2020

 

동아시아에서 고(古)와 금(今), 법(法)과 무법(無法),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은 모두 철학과 관련이 있다. 철학의 고와 금의 문제는 예술에서 모방과 창조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옛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저 낡은 것이나 오래된 규칙 정도로만 보는 것이 아닌 원형성, 불변성, 절대성과 유사한 단어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유사하다. 어떤 사조의 원론과 같은 개념이다-옛 고(古)를 설명하기가 플라톤의 이데아를 풀어내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현대의 대한민국이다. 전통의 힘은 답습 이외에도 올바른 계승과 전승에서 온전히 발휘된다. 때문에 전통은 일명 베껴(임모, 모방) 그린 후 새롭게 창작하여 그리기를 가르친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부름을 받는 것은 유물류거나 보물류다. 재해석한 전통은 오늘 시각예술 환경에선 카테고리가 없다. 한국의 문화예술을 발전을 위한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부분에도 전통예술은 없다. 한국전통문화예술위원회의 전통예술 카테고리는 공연예술뿐이다.

 

황체상_건틀렛_견본채색_70×45cm_2020

 

3학년 단체작_문자도_견본채색_64×55cm×14_2019

 

그래서 어쩌면 내일의 최고 화원들이 B급이라 자조 섞인 제목의 전시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펼쳐(展) 보이는(示) 일을 하기 어려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는 B급으로 그 명예로운 수련과정을 낮춰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전통의 가치와 현대로의 계승이 유연하지 않은 오늘. 옛것을 포기하지도, 새로운 것을 단념하지도 않는 청년 예비 전통회화작가들이 스스로 만든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는 앞으로도 전통회화 기법과 전통에 바탕을 둔 창작 작업을 통해 전통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살아있는' 전통의 전승과 계승을 보여 줄 계획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천년 후에 2020년 대한민국 전통예술을 17세기 조선의 전통예술처럼 배울 수 있도록 이제 시각예술 선배들이, 기관들이, 스스로를 B급이라 부르는 이 청년들보다는 좀 더 힘을 내어야 한다. ■ 김최은영

 

* 오프라인 전시 종료 후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누리집에서 온라인 VR전시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 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 ▶︎ 인스타그램 / ▶︎ 페이스북

 

 

Vol.20200729b |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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